특별한 치료방법 아닌, 먼저 손 내밀고 이야기 들어주는 것

인문학적 소양을 시민들에게 나누기 위해 진행되는 도서관 인문학 제2섹션 여섯 번째 시간을 찾았다.
4월의 마지막 날, ‘청소년의 마음치유와 자아존중감’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강사로 나선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백현기 교수는 한국영화 ‘플랜맨’을 통해 상처받은 내면이 공감적 경청을 통해 변해가는 모습을 살펴보고, 영화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고 치유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 영화는 마음의 거울

어른들 못지않은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 대다수의 청소년들은 각종 병에 시달리고 있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적지 않은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는 기억 속에 깊이 파묻혀 의식의 수면에 쉽게 떠오르지 않으므로 상담이나 독서·언어·미술·음악·영화치료 등 다양한 방법이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고 치유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중 본래 오락적인 기능을 담당했던 영화가 요즘 상담기법의 하나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영화 속에 나타나는 등장인물에 자신의 욕망이나 욕구를 투사하곤 한다. 관객이 영화의 등장인물이나 사건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키고 투사함으로써, 영화가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거울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 마음의 감기도 반드시 치료해야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내면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간다. 특히 요즘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상처를 안고 있는 아이들은 게임이나 마약, 음식 중독이나 충동적 행동에 빠질 위험이 크다.

백현기 교수는 “내면의 트라우마를 단지 그대로 남겨두게 된다면 평생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고통스러운 기억의 치유는 내적 성장이나 대인관계의 새로운 정립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리적 상처나 병이 생겼을 때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약을 먹는 것처럼, 정신적 트라우마도 치유의 과정이 필요하다. 만약 곪은 상처들을 치유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앞으로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영화 속 한정석

영화 ‘플랜맨’에서 모든 것을 정해놓고 사는 계획남 한정석은 결코 자신이 정한 것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다. 그는 그런 자신을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는 그의 말처럼 성실하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피곤하게 생각한다. 그는 빈틈이 없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조금 빈틈이 있는 사람이 편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라며 “모자란 부분에 도움을 주고, 서로를 도와가며 알아가는 것이 사람 사이의 관계”라고 말했다.

정석은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결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일이 없는 완벽한 사람이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어린 정석은 어린 시절 엄마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는 자책을 안고 있다. 어린 시절 상처를 받은 내면으로 인해 성인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통을 받고 있는 캐릭터다.

◈ 마음 속 상처를 꺼낸 징검다리

성장하면서 항상 자신을 괴롭히는 어린 시절의 상처받은 내면은 자신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신뢰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 손을 내밀어 아픔을 공유한다. 영화 ‘플랜맨’에서는 주인공 한장석의 고통을 들어주고 감싸주는 공감적 경청을 통해 내면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현대에는 심리학의 상담을 통해 무의식 속에 들어있는 상처를 보고 치유하는 방법 외에 미술이나 음악, 영화를 통한 치료방법이 내면의 상처를 보고 치유할 수 있는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백 교수는 “영화는 시각적 언어로 이야기를 전달해 시각적 이미지로 스토리텔링을 하는데, 무의식이나 심층 안에 있는 기억들을 끌어내 감정을 치유하고 새로운 존재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놓아줄 수 있는 좋은 매체”라고 설명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