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일·재미문학.. 소외에서 보편으로 나아가는 모습 그려내 
지난 14일 도서관 인문학 제2섹션을 마무리하는 시간, 부송도서관에서는 북 콘서트 형식의 마지막 강의가 진행됐다. 이날 강의에 나선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정은경 교수는 민족이나 국가, 인종의 경계가 약화되면서 최근 삶의 한 형태를 보여 주는 경향이나 현상을 이야기할 때 본래 의미보다 확장돼 사용되고 있는 ‘디아스포라’ 현상을 일본과 미국의 재외한인 문학을 통해 살펴봤다. 아울러 그간 도서관 인문학 강의를 마련한 원광대학교 인문학연구소의 강연호 교수는 “지난해부터 16회에 걸쳐 진행된 시민인문강좌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린다”며 “올해에도 도서관 인문학 강의를 다시 마련해 앞으로 익산시를 최고의 인문학도시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근대 이후 세계화에 따른 보편적 상황.. 디아스포라 한인들의 실질적 이주는 18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흉년이 들자 일부 농민들이 러시와 연해주와 중국 만주지역으로의 이주했으며, 국권을 상실한 1910년 전후로 이러한 이주 행렬은 더욱 증가했다. 일제강점기의 이민 행렬은 중국과 만주를 거쳐 중앙아시아로 뻗어나갔으며, 일제에 의해 징용돼 일본 본토와 사할린 등지로 끌려가거나 하와이로 이민을 가는 경우도 발생했다. 현재에는 세계 170여개국에 약 720만명의 재외한인이 거주(외교부 2011년 통계)하고 있으며,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의 수는 불법체류까지 포함해 대략 14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 교수는 “국경을 허물고 경계를 넘나드는 디아스포라 현상이 전 세계적 자본화와 더불어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결국 디아스포라는 특정 소수 민족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근대 이후의 보편적인 삶의 문제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민족의식 고취부터.. 교포사회 현실 그려 정 교수는 “한민족의 디아스포라를 논할 때 가장 중요한 탐구 대상이 되는 것은 재일 한국인 문학”이라면서 “재일한인의 삶만큼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적 질곡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해방 이전 일본어로 ‘과부의 꿈’을 발표한 이인직에서부터 1930년대 장혁주와 김사량 등을 언급한 후, 디아스포라 의식을 바탕으로 한 재일문학은 해방 직후부터라고 설명하며 재일동포 문학의 정신적 지주로 알려진 김달수, 김석범 등을 재일한국인 문학 1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꼽았다. 또한 주로 조국의 사회적·역사적 현실을 주제로 다루면서 민족의식을 고취시킨 1세대를 넘어 재일한국인 최초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던 2세대를 대표하는 이회성, 그리고 강렬한 민족의식이 점차 약화되고 교포사회의 현실 문제를 보편적인 시각에서 풀어내고 있는 3세대의 유미리와 현월, 재일문학 세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는 재일교포 3세인 가네시로 카즈키 등을 대표적인 작가로 소개했다. ◈ 그들만의 문학 아니라.. 보편성 나타내 백여명의 한국인이 1903년 하와이 사탕수수밭 농장에 도착하면서 시작된 미주이민 역사는 일본과는 또 다른 역사 속에서 형성됐다. 대부분이 일본과는 달리 미국 시민권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다민족 국가체계라는 점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재미 1세대 작가들은 재일 1세대에 비해 다소 회고적이며 개인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 한국계 미국작가의 효시로 알려진 류일한, 초창기 한국계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강용흘, 1960년대를 대표하는 김은국과 김용익 등은 초기 미국 이민사회의 모습을 보편적인 시각을 가지고 탁월하게 그려냈다. 이후 1990년대 한국계 미국문학은 르네상스라고 불릴 만큼 많은 작가들을 배출했는데 차학경, 이창래, 수잔 최, 캐시 송, 게리 박, 노라 옥자 켈러, 하인츠 인수 펭글 등이 대표적이다. ◈ 고향에 대한 그리움.. 보편을 향한 가능성 정 교수는 “재일·재미문학을 통해 디아스포라 문학을 살펴보면, 그것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문화적 정체성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공통된 의식을 찾아볼 수 있다”며 “그것은 바로 상실된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디아스포라 문학에 공통되게 드리워진 그들의 ‘이중 정체성’은 그들이 지향하는 바가 아니라 바로 경계인이자 이방인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고통스러운 현실에 대한 표식이며, 이는 그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온전한 자아로서 살아갈 수 있는 조국과 고향을 염원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러한 그리움과 이방인 의식은 세계의 문학이 세계와 인류 평화에 기여하는 보편성에 바탕한 것이라는 전제 아래서, 그들이 보편을 추구하는 세계 시민이 될 수 있게끔 하는 하나의 동력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