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불사.. 사리신앙·미륵신앙 토대로 익산 불교미술 꽃피워

# 제석사지와 사리신앙

‘관세음응험기’에는 백제 무왕이 겪은 ‘사리신이’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무왕이 세운 제석사는 모두 불탔으나, 타버린 7층 목탑 초석에 안치한 종종칠보와 사리를 넣은 수정병, 동판 금강반야경을 넣어둔 목칠함만이 화를 면했다고 전한다. 뿐만 아니라 모두 없어진 줄 알았던 사리가 무왕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서강대 강희정 교수는 무왕의 사리 신앙에 주목했다. ‘광홍면집’에는 수 문제가 즉위 후에 인수사리장엄을 발원하고, 이를 안치할 때 백제를 포함한 삼국 사신들이 가서 참관하고 사리를 청해 하사 받았으며, 고국에 돌아가 탑을 세우고 공양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에 강 교수는 “무왕과 백제 왕실이 사리에 대해 남다른 신앙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왕궁리오층석탑에서 발견된 사리장엄구가 ‘관세음응험기’의 기록에 나오는 것과 흡사하다는 점도 주목을 받았다. 이에 따라 사리장엄구의 제작 편년이나 제석사 목탑에서 수습된 사리장엄과의 관계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이 대두됐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왕궁리석탑의 사리장엄은 백제의 전통이 강한 통일신라시대의 사리기로 볼 수도 있지만, 석탑과 왕궁리 일대의 유구를 생각하면 이 지역에 정치·경제적으로 막강한 세력을 형성한 불교 집단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 미륵신앙을 토대로 한 백제 불교

익산이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는지, 또는 무왕이 잠시 천도를 염두에 두고 경영을 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짧은 시간에 막대한 규모의 불교사원이 건립된 곳이라는 점이다.

미륵사는 기본적으로 미륵신앙에 기초한 사원이다. 미륵의 출현을 연기로 가람건립이 추진되고, 미륵삼회를 기다린다는 측면에서 미륵하생신앙에 기반을 두었으리라고 추정하고 있다. 미륵사에서 발굴된 여러 종류의 파편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삼원의 주존이 모두 미륵불이었다는 견해가 제시돼, 아마도 익산 연동리 석불좌상과 같은 양식을 보여 주는 조각이었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익산 지역의 불교미술은 무왕이 관심을 갖고 대대적인 불사를 일으키기 이전에는 뚜렷하게 눈여겨볼 만한 예가 드물다. 오히려 무왕의 불사를 전후해 익산 지역에서 불교가 더욱 성행하게 됐을 가능성이 높으며, 연동리 석불좌상도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졌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연동리 불상과 유사한 형상의 불상이 미륵사에 안치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익산의 불교미술

익산의 백제시대 불교미술은 무왕과 왕실이라는 정치적인 세력과 익산 현지의 경제적 후원, 타 지역의 숙련된 장인과 현지 노동력의 산물이다. 익산의 불교유적과 출토 유물은 7세기 전반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특정 시기의 백제 문화를 잘 보여 주는 역사적인 산물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이들은 모두 백제의 국운이 다하기 직전, 가장 찬란하고 아름답게 피어난 문화의 꽃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