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심층심리학, 철학적 기원과 영향 탐구
니체 철학 안에서 삶의 고통 치유 가능성 모색

지난 4일, 모현도서관에서는 도서관 인문학 제1섹션 마지막 강의가 열렸다.

북 콘서트로 마련된 이날 강의에는 원광대학교 철학과 김정현 교수가 강사로 나섰다. 김 교수는 ‘철학과 마음의 치유’라는 저서를 가지고 독일철학자 니체의 ‘무의식의 철학적 담론’을 토대로 서양철학의 넓은 범위를 아우르고 깊이 있는 내용을 전달하며, 삶의 고통을 치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철학 공부 이전에 고등학교 2학년 시절까지는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이 좋아 문학 공부를 했다”면서, “서점에서 원하는 대로 책을 읽으라는 부모님의 권유와 가르침에 따라 자연스럽게 많은 양의 책을 접할 수 있었고, 그 과정 속에서 철학에 대한 기본적인 바탕이 이뤄졌던 것 같다. 이후 본격적으로 철학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 현대 심층심리학의 탄생지, 니체

김 교수는 “니체는 철학이나 심리학, 심리치료에만 국한되지 않고 문학·음악·미술·무용·건축·정치학·사회학·신학 등 학문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친 철학자”라며 “철학에서도 실존철학·비판이론·언어철학·해석학·포스트모더니즘·해체주의·페미니즘 등 20세기 이후의 현대철학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니체는 자전적 저서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에서 최초의 심리학자를 자처하며, 철학을 심리학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서양 정신사 전체를 해체하고 인간의 정신세계를 다시 볼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내 이전에 도대체 어떤 철학자가 심리학자였던가? 오히려 그들은 심리학자의 반대인 ‘고등사기꾼’, ‘이상주의자’이지 않았던가? 내 이전에는 심리학도 전혀 존재하지 않았었다.”(이 사람을 보라)

김 교수는 서양철학사의 한 가운데서 니체의 무의식의 담론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영혼을 치유하는 심층심리학과 심리치료의 세계를 접하고, 삶의 고통을 치유하는 실천과 관련된 영역으로 연구를 확장했다. 니체의 철학을 구성하는 주요한 문제들은 심리학으로서의 철학에 기초해 과거의 사유 전통을 비판하는 동시에 미래의 사유 가능성을 실천적으로 모색하는 것이다.

# 니체의 영향과 철학실천, 철학치료

니체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융의 분석심리학, 아들러의 개인심리학, 랑크의 의지치료심리학·철학실천·임상철학, 프랑클의 로고테라피, 얄롬의 심리치료 등에 영향을 미쳤다.

니체의 영향을 받아 마음의 병을 치유하거나 치료하고자 하는 철학의 실천적 활동에는 철학실천, 삶의 지혜, 철학카페, 철학치료(철학적 심리치료, 임상철학)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이러한 시도는 철학이 구체적인 삶의 영역으로 내려와 자기인식과 삶의 치유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과 닿아 있다.

김 교수는 “철학은 이제 인간의 본능, 무의식 등과 관련된 몸의 병리 현상을 진단하는 심리학적 언어와 이를 치유할 수 있는 치료적 수행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니체가 이러한 활동을 ‘철학적 의학’이라고 부르듯, 이것을 단서로 인간 내면의 문제를 심리적으로 분석하고 건강한 삶의 지표를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철학치료의 가능성

 “철학은 치료제로 작용해야만 한다.” (칸트)

경쟁과 속도에 강박적으로 노출된 채 물질적 안락과 세속적 가치를 추구하는 현대인은 상실감, 불안, 우울증, 강박증, 인간관계의 위기, 삶의 무의미, 가치 혼란, 정신적 위기로 인한 고통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는 ‘실존적 공허감’이나 ‘삶의 무의미’에 대한 문제로 이어진다.

니체는 부정적 사고(사고의 폭력)가 어떻게 삶의 무의미의 병이 되며, 마음의 질병으로서 우울증과 연관되는지를 다뤄, 습관의 교정과 건강한 일상생활의 유지, 즉 ‘자신의 영혼의 관리술’을 처방으로 제시했다.

니체에게서 치유의 길은,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좋은 해석의 훈련이며 부정적 의지를 긍정적 의지로 바꾸는 과정이자, 충만한 자기 관계의 훈련 속에서 삶을 아름답게 이끌어 가려는 창조적 의지를 실현하는 노력의 과정이다.

니체의 영향을 받은 실천철학의 모습에 대해 김 교수는 “인간의 실존적 공허감이나 의미 상실을 치유할 항체를 확보하려는 노력이자 삶의 윤리를 정초하려는 욕구를 반영하는 시대적 징후”라고 설명했다.

# 제1섹션 종료, 지속적인 관심 당부

강의 후에는 김 교수의 친필 사인이 있는 도서가 증정됐다.

또한 지난 10월부터 매주 수요일 총 8회 동안 진행된 인문학 강의를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참여하며 의욕과 열정을 보여준 시민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수료증이 수여됐다.

도서관 인문학을 총괄하고 있는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강연호 교수는 “그간 진행된 인문학 강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주신 시민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오늘 강의를 제1섹션의 마지막으로 해, 인문학 강의도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이후 제2섹션은 내년 3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며,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