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모두가 상생 고민 통해 막힌 생각의 틈을 열어 하나가 된다면”
지난 23일 오후 1시 30분, 원광대학교 숭산기념관에서는 시민과 함께 하는 인문학 강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2013 한국연구재단 학술지원사업의 일환인 시민인문강좌의 두 번째 시간, 원광대학교 철학과 김학권 교수가 강사로 나서 ‘만남, 소통, 그리고 상생의 정신’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쉽지 않은 주역의 내용을 개인적인 일화를 통해 재치 있는 말투로 풀어내 수강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시민과의 공감과 소통을 위한 인문학 강의, 그 내면을 들여다본다.
# ‘주역’의 내용을 중심으로
강사로 나선 김학권 교수는 “지난 주 자리가 모자를 정도로 성황을 이뤘던 것에 비하면 오늘은 수강생들이 조금 적지만, 강사 입장에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다”라고 웃음을 자아내며 말문을 열였다.
김 교수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동·서양의 설명은, 그 모습에 차이가 있을 뿐 중요하게 여겨야 할 부분은 마찬가지”라며 주역의 내용을 꺼내 들었다. 이어 그는 “알고 있는 것보다, 실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가 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무엇이 잘 사는 모습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주역의 내용을 풀이하며 답을 내놨다.
그에 따르면 ‘나’라는 존재는 태생부터 먹고 입는 등 모든 것이 필연적으로 타인의 노력을 토대로 이뤄지는 것이며, 그렇기에 소통과 상생의 정신이 필요하다. 절대적인 행복이나 불행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사람은 시간과 공간의 두 기둥 속에서 잠시 왔다가는 것이기에 욕심을 부릴 필요도 없다는 것.
또한 “누구에게든지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은 누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오늘과 같은 강의를 통해 “한 번쯤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삭막해지는 상황 속에서도, 익산시민들이 서로 이웃을 마음에 품어 골목골목 따뜻하고 훈훈한 기운이 퍼져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원광대 교정의 수많은 나무들 사이에 고목들이 섞여 있어야 가치 있는 숲이 되듯이, 사람들 사이에도 생활의 풍부한 경험을 가진 어르신들이 함께 해야 품격 있는 도시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 상상만으로도 좋은 세상
두 시간여의 강의가 끝나고, 수강생들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부송동에 살고 있는 시민 고영아(38, 여) 씨는 “인관관계에 있어서 소통의 문제에 직면한 상태였는데, 마침 도서관 포스터를 보고 강좌에 참여하게 됐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스스로 알듯 말듯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며 “너나 할 것 없이 시민 모두가 이번 강의와 같은 계기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상생의 모습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면, 그래서 막혀 있던 생각의 틈이 열리고 하나가 돼 간다면, 그런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힐링이 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더불어 “무료로 진행되는 이와 같은 좋은 강의가 아직 시민들에게는 많이 다가가지 못하는 것 같다. 지속적인 프로그램 개발과 홍보로 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지속적인 시민과의 소통
원광대학교 인문학연구소에서는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인문학 강의를 내년 7월까지 매주 수요일 진행할 예정이다. 제1섹션은 ‘소통의 인문 공간’이라는 주제로 원광대학교와 익산시립모현도서관에서, 제2섹션은 ‘치유의 인문 공간’이라는 주제로 영등도서관과 부송도서관, 제3섹션은 ‘창조의 인문 공간’이라는 주제로 김제지평선 중·고교에서 중·고생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익산시립도서관과 협력해 인문학 강좌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원광대학교 인문학연구소 강연호 교수는 “강좌 이외에도 28일부터 내달 1일까지는 전국 각 대학에서 인문주간 행사가 펼쳐진다. 인문학 강좌를 비롯해 인문 엽서전, SNS 사진 공모전, 열린정신포럼 등이 계획돼 있으며, 시민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주부터 시작한 도서관 인문학 강좌 중에는 매달 한 번씩 북 콘서트가 열려 저자 친필 사인이 있는 도서를 무료로 받아볼 수도 있다.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전했다.
송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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