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동아시아 작품과 비교해 특징 도출, 새로운 편년 제시

# 중국과 일본의 수각향로

미륵사지에서 발견된 금동수각향로는 국내에 현존하는 고대 향로로는 흔치 않은 형식의 향로라는 점에서 국내의 자료만으로는 비교 연구에 한계가 있다. 이에 최응천 교수는 중국이나 일본의 유사 사례를 통해 금동수각향로에 대한 연구를 실시했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수각향로는 중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의 수각향로는 과장된 뚜껑과 길게 뻗은 수각을 지니고 화려한 수식이 달린 장식적인 향로가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에도 당대 이전으로 올라가는 한대의 기화궁명 5족 향로와 같은 고대의 향로가 확인된 경우도 있다.

일본의 경우 오래된 작품으로 정창원의 예가 남아 있지만, 수각향로와는 형태와 용도 면에서 차이가 보이는 화로에 가까우며, 향로 형식의 작품은 평안시대 이후의 것뿐이다. 이러한 일본의 수각향로는 중국 당대의 전형적인 수각향로와 달리 납작한 몸체 위에 놓인 반원형 뚜껑, 수각보다는 다리로 정형화돼 짧아진 대부를 지닌 일본 특유의 화사로 정착을 이루며 발전됐다.

# 단아하면서도 힘찬 형식, 실용성 돋보여

미륵사지 향로는 2000년 10월 23일 절터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건물지의 연결통로를 내다가 우연히 세상에 출현하게 됐다.

이 때 발견된 향로는 3년여 동안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에서 보존처리 과정을 거치면서 분리된 손잡이와 다리를 복원하고, 전면에 걸친 도금도 거의 살려냈다.

매우 정교한 기술로 도금된 향로는 총 높이 30cm, 지름 27.7cm의 비교적 큰 크기로써, 전체의 구성은 3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반원형으로 높게 솟은 뚜껑과 운두가 낮은 납작한 대야형의 몸체, 그리고 4개의 다리가 받치고 있는 대부로 나눠 볼 수 있다.

전체적인 비례로 볼 때 뚜껑이 몸체에 비해 매우 크고 둔중해 높이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납작한 원반형 몸체 아래 붙은 다리는 상대적으로 짧고 굵지만 세부 장식이 정교하고 힘차게 표현돼 다른 부분에 비해 특히 강조된 점을 느낄 수 있다.

당대 중국 작품에 보이는 번잡한 장식을 생략해 실용적이며 힘찬 동세, 그리고 단아함이 돋보인다. 그런 점에서 미륵사지 수각향로는 경산사지 향로와 다르게, 중국에서도 고식에 해당되는 수각향로의 형태를 기본으로 해 한국적으로 수용하고 발전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 제작시기에 대한 새로운 주장

지금까지 미륵사지 금동수각향로의 편년은 현존하는 작품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중국 경산사지탑에서 발견된 수각향로의 하한인 741년을 기점으로 이보다 늦은 시기에 제작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 교수는 기존에 비교되던 당대의 수각향로에서 벗어나 후한대의 향로를 거론함으로써 새로운 편년을 제시했다. 제작시기가 통일신라 초기라는 새로운 주장은 ‘8세기 전반에서 중엽을 넘어서지 않는 시기’로 자신의 기존 견해를 수정한 것.

그는 “금동수각향로는 한대로부터 내려온 중국 수각향로의 조형을 바탕으로 하면서, 삼국시대의 고식 연판의 형식과 감은사지 사리감과 유사한 수면과 고리에서 볼 수 있듯이 통일신라 초에 이뤄진 여러 요소를 복합적으로 반영해 한국적으로 수용한 작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따르면 미륵사지 금동수각향로가 현존하는 불교 금속공예품 가운데 가장 시기가 앞선 수각향로라는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 나아가 백제의 작품일 가능성을 열어 후속연구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