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조정은 반값등록금 요구 무마 목적

청년실업은 정부책임.. 학생에 전가하지 말아야

원광대학교 총학생회가 12일 이명박 대통령 앞으로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정부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냈다.

원광대가 최근 3개월 동안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강제적인 경영진단을 받은 후 지난 7일 정세현 총장이 취직이 안 되는 11개 학과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총학생회는 '대통령 각하께 띄우는 편지, 각하로 인해 폐과되려는 11개 학과를 애도하며'라는 제하의 공개서한을 통해 “욕심내고 더 욕심을 내는 것이 산다는 것인지, 경제와 경쟁 이외에는 모든 것이 무가치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각하의 방침으로 인해 원광대가 지향했던 가치가 간단히 짓밟힌 우리학교의 비참한 현실 속에서 구조조정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각하는) 왜 사는지 다시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우리에게는 이런 질문보다 모든 가치를 생존논리로 치환해버린 학교와 정부의 '경쟁력 강화'라는 외침이 더 공허하게 들린다"면서 "각하는 순수예술학부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없앰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누가 원광대를 부실대학으로 규정했느냐"면서 "정부를 향한 반값등록금 요구가 거세어지자 학생들의 관심을 학내로 돌리기 위한 정부 방침 아니었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취업률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잣대로 부실대학을 규정했는데, 실업에 이유를 따지자면 정부에 일차적으로 책임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원광대는 매년 몇 백억원의 돈을 쌓아두고도 학생을 위해 투자하지 않았고, 원불교재단은 최소한의 책임마저도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그렇다면 왜 학교와 재단에 철퇴를 가하지 않고 구조조정을 대책으로 내세우느냐"고 따졌다. 학과 폐지는 학교의 책임을 극단적인 방법으로 학생에게 전가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그러면서 "학교에 돈 되는 정도와 취업률을 기준으로 학과를 없앨 수는 없으며, 학교는 회사가 아니고 학생은 돈 내는 기계가 아니다"며 "원광대학교의 기본정신을 헤치는 학과폐지 방침을 철회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끝으로 총학생회는 "학교에 철퇴를 가하시려거든 높은 등록금과 열악한 교육환경으로 학생을 힘들게 한 학교와 재단에 시정을 명령하라"며 "정부의 책임을 대학과 학생에 전가하지 말고 정부 재정지원을 확대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