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사는 백제시대의 사찰로서 미륵사지가 있는 미륵산 장군봉의 동남쪽 계곡 해발 320미터의 8부 능선상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는 금마면 신룡리에 소재한 사자암을 일컫는다.

그 지명을 뒷받침하는 문헌으로는 <삼국유사> 무왕편에 ‘하루는 왕이 부인과 함께 사자사로 거둥하는 길에 용화산 밑에 있는 큰 못가에 이르렀는데…지명법사에게 가서 못 메울 일을 묻자 (법사가) 신통력으로 하룻밤 사이에 산을 무너뜨려 못을 메우고…‘라는 기록이 있다.

1992년 발굴조사에서 사자사(師子寺) 명문화가 발견되어져 <삼국유사>에 나오는 사자사임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기록을 통해 볼 때 이 절은 미륵사보다 앞서는 시기에 창건되었고, 백제의 대표적 사찰인 미륵사의 창건은 결국 사자사 또는 지명법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미륵산이 풍수적으로 사자앙천(獅子仰天)이라 했듯, 그 중턱에 사자사가 자리한 것은 백제 때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있었거나 아니면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산과 절이 찰떡궁합인 것 같다. 

사자와 불교와 관계를 찾아보자. 조용헌의 <사찰기행>의 ‘미륵산 사자사’ 이야기를 빌리자면 호랑이가 도교를 상징하는 동물이라면, 사자는 불교와 인연이 깊은 동물이다.

고승이 법문을 설하는 우렁찬 모습을 묘사할 때 ‘사자후(獅子吼)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법당의 불단(수미단)에 조각되어 있거나, 나무로 만들어진 사자상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면 왜 불교에서는 이처럼 사자를 애호하는가? 불상을 보면 양미간 사이에 보석이 박혀 있는데, 이 보석은 정확히 아즈나차크라 자리에 박혀 있고, 천안이 열려 있음을 상징한다.

천안이 열리는 과정에서 수행자는 자기 내면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게 되는데, 그 소리가 바로 사자가 울부짖는 소리와 흡사하다고 한다. 사자 소리를 들어야만 아상(에고)이 완전히 소멸한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불교의 각종 상징에서 사자를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이제 시대는 바뀌었지만 강원룡 목사, 김수환 추기경, 법정 스님… 등이 떠난 빈자리를 채워 줄 이 사회의 정신적 사자는 누구일까? 진정한 사자가 애달프게 그리워진다.

사자암에 오르면 꼭 경주 토함산 자락에 있는 석굴암이 겹쳐져서 떠오른다. 산중턱 아늑한 곳에 자리 잡은 절이 해 뜨는 동쪽을 향해 바라보고 있는 지형이 일찍 광명을 내다보면서 무언(無言)의 가르침을 내뱉고 있는 모습과 닮아 보여서이다.

이 사찰은 일찍이 보국안민(輔國安民)과 제폭구민(除暴救民)의 기치를 내건 동학농민혁명(1894년)이 일어나기 전, 동학 제2대 교조(敎祖)인 해월 최시형이 잠입해 기거했던 곳이자 김개남과 김덕명 장군이 해월을 만나러 왔던 곳이기도 하다. 이는 당시 전라도 1번지 익산 사자암의 위용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암자에는 왕년의 승려 시인이면서 8년째 은둔 수행하고 있는 향봉 스님이 머무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스님은 올해 1월초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본시 내 것이랄 게 없으니 집착도 없다”며 어렵지만 자유롭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산다고 하셨다.

또, 생각이 바뀌면 운명이 바뀌고 마음이 열리면 세상이 열린다며 모으고 쌓아두려는 집착을 버리고 풀어주고 덜어내고 베푸는 마음으로 한 생각을 돌리면 행복한 자유인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채수훈
(익산시청 사회복지 전담공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