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기면 연동리에서 바라본 미륵산 자락.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서 시작된 한반도의 대동맥 백두대간은 전북의 금남호남정맥(金南湖南正脈)에서 갈라지며, 다시 금남정맥으로 뻗어 나온 한 산줄기가 전라도의 초입인 여산 천호산을 지나 살포시 내려앉는다

 거대한 줄기를 동쪽 등에 기대고 서쪽의 광활한 호남평야와 서해바다를 바라보며 우뚝서있는 익산의 보배이자 영산이 바로 미륵산이다. 전형적인 동고서저(東高西低)의 지형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배형모는「호남의 풍수」에서 미륵산은 높이가 430m로서 북서쪽에 허리를 길게 늘어뜨려 미륵사지가 자리 잡은 곳에 앞발을 세우고 포효한다는 사자앙천(獅子仰天)의 대혈(大穴)을 지니고 있는 곳이라 하였다.

멀리서 이 산의 형국을 살펴보면 웅크린 사자가 꼬리에 힘을 모으고 앞발로는 공격의 대상을 집어삼킬 듯 공격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형상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꼬리에서 등줄기 그리고 앞발과 치켜들고 있는 머리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곳도 버릴 곳이 없는 기운을 보유하고 있다.

18세기 이중환이 쓴 <택리지>에 미륵산을 기준으로 하여 그 북서쪽에 여산이 있고, 그 서쪽으로는 용안, 함열 등이 있고, 동쪽으로는 고산현이, 남쪽으로는 익산군이 있다고 했다. 즉 미륵산을 인근일대의 중심 산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미륵산이 주산이 된 미륵사 창건과 네 번의 왕도설은 풍수에서 진산의 의미를 상기시키기에 충분하다. 

비록 산 높이는 4백 고지에 불과하고 평범한 산처럼 보이지만 평야지대에서 바라보면 평지돌출형으로 솟아 있는 모습이 장엄하기 그지없다. 동쪽에서 태양이 떠오를 때면 경이롭게 까지 느껴진다. 대지 위에 봉긋이 솟은 삼각형의 산세는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안겨준다.

33년 전 용산초등학교 다닐 때 교가가 ‘미륵산 아침햇살 불끈 솟는다. 금만경  푸른들이 펼쳐 있는 곳…’으로 시작되었다. 지금 다시 한 번 불러보면서 음미해 봐도 참으로 익산풍경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가사처럼 여겨진다.

또, <익산향토지2>에 의하면 미륵산은 백두대간의 정기가 내 달려오다가 서해바다를 바라보고 더 이상 달리지 못하고 멈추었다고 했다. 이렇게 멈춘 산천의 지기는 미륵산에서 강하게 응결되어 근엄한 아버지로서의 위엄을 갖추고, 한없이 부드럽게 펼쳐지는 익산 구릉을 사방으로 지켜주고 있는 것 같다.

채수훈(익산시청 사회복지전담 공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