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이란 땅의 이름 즉 땅의 생김새를 말한다. 김기빈은 <국토와 지명2>에서 김소월 시인의 <초혼>을 읽어보면 이름을 부르는 행위는 곧 그 사람의 영혼을 부르는 것과 같은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고 했다. 

또 우리가 어떤 지명에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는 어떨까하면서 그리해보면 그 지명들이 그 땅에 하나로 동화되었거나, 땅이 그 이름에 맞게 대응하여 왔음을 알게 될 것이라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지명이란 신토불이(身土不二) 못지않게 토명불이(土名不二)라고도 할 수 있다.

익산 시민들의 자연휴식처이자 문화재의 보고인 미륵산 주변에는 유독 불교관련 지명과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그 땅이름을 살펴보면 미륵산(彌勒山)과 미륵산성(彌勒山城)을 비롯하여 미륵사지(彌勒寺址), 사자사(獅子寺), 용화산(龍華山)과 용화산성(龍華山城), 왕궁(王宮)과 제석사지(帝釋寺址), 및 석불사(石佛寺)와 석불리(石佛里) 등을 대표적으로 손꼽을 수 있다. 전국적으로도 매우 드문 이채로운 현상이다.  

이를 밑받침하는 증좌가 전라북도에 소재한 국보 8점 중에서 절반에 이르는 3점이 바로 미륵산 주변에 위치하고 있다. 백제 무왕(30대왕, 600∼641)때 건립한 제11호 익산 미륵사지석탑부터 제289호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과 그 안에서 발견된 제123호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 사리장엄구 유물일체인 은제도금 금강경, 유리사리병, 금제방형 사리함, 금동여래입상, 청동주칠 도금 사리외함이 그것이다.

보물로는 3점이 있는데, 제236호 익산 미륵사지 당간지주, 제45호 익산 연동리 석조여래좌상 및 제46호 익산 고도리 석조여래입상이 있다.

또, 사적으로는 제150호 익산 미륵사지, 제405호 익산 제석사지 및 제408호 왕궁리 유적이 있다.

이같이 미륵산 지역에는 찬란하고 빼어난 불교관련 국가지정문화재가 집중 분포돼 있다. 이 모두가 그 중심지인 미륵사지에서 자가용으로 10여분 안팎 거리 내에 근접해 있다.

미륵사만 놓고 보아도 이 지역이 백제 무왕 때부터 불교문화와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보의 절반 이상이 사찰문화유산인 만큼 그 지명으로 명명되어진 것도 새삼스러운 일만도 아닌 것 같다. 불교가 1,500년 이상 우리 정신문화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사찰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역사 특성과 문화유산을 알아가는 첫걸음이라 하겠다. 

분위기를 바꿔서 본격적으로 미륵산자락 지명과 역사문화 발자취를 찬찬히 들여다보자. 한 가지 귀띔을 하자면 그 뜻을 살펴보기 전에 지명을 한자와 함께 익히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 종교적 편견과 잣대 없이 우리 역사문화를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갔으면 한다.

즉, 개인의 주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역사문화 흐름을 따라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느껴보자. 괜한 걱정일까? 사족(蛇足)을 달자면 이 글을 쓰는 사람은 종교가 없다. 굳이 따지자면 무교(無敎) 쯤으로 해두자. 필자가 과문한 탓에 박학다식(博學多識)한 제현들의 다양한 자료들을 훔쳐봤음을 밝혀둔다.

채수훈(익산시청 사회복지전담공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