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산의 영원한 구세주인 미륵은 인도의 바라나국 겁파리촌의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젊은 나이에 죽었다. 그는 죽은 뒤 도솔천(兜率天)에 왕생하여 미륵보살이 되었다. 이 과정을 ‘미륵상생(彌勒上生)’이라 부른다. 미륵보살은 도솔천의 하늘나라 사람들을 위해서 설법을 하고 있으며, 56억 7천만 년 후에 지상에 내려와서 3번의 설법을 통해 이 땅의 중생들을 구제할 예정이다. 도솔천의 미륵보살이 지상의 미륵불로 하강하는 과정을 ‘미륵하생(彌勒下生)’이라 부르고, 미륵불이 행하는 3번의 설법장을 ‘용화삼회(龍華三會)’라 한다. 미륵불이 이 땅에 여는 세계를 ‘용화세계’라 칭한다고 <김봉렬의 한국건축 이야기>는 전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미륵불은 도솔천이라는 천상에서 보살로 있으면서 56억 7천만 년 뒤에 이 세상에 내려와 미처 구제하지 못한 중생을 구제한다는 미래의 부처이다. 용화세상을 꿈꾸는 모든 중생들에게 희망의 불로 신앙되고 있다.    

예전에는 미륵산을 동쪽에 이어져 있는 낮은 산봉우리까지 포함하여 용화산이라 불렀다. 현재에는 미륵사지가 있는 서쪽이 미륵산이고, 서동공원 쪽에 있는 산봉우리를 합쳐서 용화산(342m)이라 부르고 있다. 미륵이나 용화는 모두 미륵신앙과 관련이 있는 명칭으로서, 원래는 용화산이라 하던 것이 미륵사가 지어지면서 그 주변 산만을 미륵산이라 칭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도 미륵과 용화가 마치 서동과 선화처럼 한 쌍을 이루고 믿음직스럽게 서로를 의지하며 익산을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대견스러워 보인다.

미륵사지는 익산시 금마면 기양리 일대에 소재한다. 아마도 사찰이 현존하고 있다면 일주문에 ‘미륵산 미륵사’라는 현판이 높게 걸려 있었을 것이다. 미륵산 남쪽 기슭에 좌청룡 우백호의 좌우능선을 두고 남향으로 배치되어 있다. 우리나라 최대의 사찰로써 백제 무왕 때 건립되었다. 발굴조사 결과 면적은 70,810평으로 18,000여점의 유물이 출토되었다.

특히 미륵사지석탑에서 사리장엄구 발견으로 그 신비가 하나씩 베일을 벗고 있다. 

KBS 역사다큐멘터리 <대백제>를 보면 미륵사를 둘러싸고 있는 미륵산은 예로부터 용화산이라 불렀다. 불경에 따르면 용화산은 미래에 미륵불이 내려와 고통에 빠진 중생을 구원하기 위해 설법을 한 곳이다. 익산 용화산에도 옛적부터 미륵불이 용으로 내려올 것이란 전설이 전해지고 있었다. 백제 무왕은 그 용화산 자락에 역사상 가장 큰 사찰인 미륵사를 세운 것이다.

미륵사 창건배경에 대해서는 일연의 <삼국유사> 무왕편에 자세히 기록돼 있다. 하루는 (무)왕이 (선화)부인과 함께 사자사로 거동하는 길에 용화산 밑에 있는 큰 못가에 이르렀는데 미륵삼존이 못 속에서 나타났다. (왕과 부인이) 수레를 멈추고 절했다. 부인이 왕에게 말했다. ‘이곳에 큰 가람을 세우는 것이 참으로 제 소원입니다’. 왕이 허락했다. 지명법사에게 가서 못 메울 일을 묻자 (법사가) 신통력으로 하룻밤 사이에 산을 무너뜨려 못을 메우고 평지로 만들었다.
그리고 미륵삼존(彌勒三尊)을 법상(法像)으로 하여 전(殿)·탑·낭(廊)·무를 각기 세 군데에 세우고 ‘미륵사’라는 편액을 달았다. (신라) 진평왕이 온갖 장인들을 보내 도왔는데, 지금도 그 절이 남아 있다고 하였다. 

미륵사지 창건설화와 관계 깊은 건축양식에 관해 다시 김봉렬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1980년대 본격적인 발굴을 통해서 미륵사 구성의 전모가 드러났다. 발굴과 동시에 지표면에는 물이 흥건히 고여, 늪지를 메워 터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사실로 확인됐다.

사찰은 모두 3개의 가람을 동서로 나란히 배열한 형상을 이루었다. 동원-중원-서원의 세 영역은 긴 회랑으로 구획되었고, 각 영역에는 높은 탑과 금당을 앞뒤로 세웠다. 동서원에는 석탑을 세웠고, 중원에는 목탑을 세웠다. 각각의 영역은 완벽하게 독립된 별개의 가람이었다. 3가람 뒤에 있는 긴 강당과 승방군이 이들을 통합하여 하나의 종합적인 사찰을 이루었다. <삼국유사>의 기록과 정확히 일치하는 구성이다. 3탑 3금당 배치는 우리나라 최초의 건축양식이자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 

즉 삼원병렬식(三院竝列式) 가람배치는 미륵불의 3회 설법을 통해 사바세계를 구원한다는 미륵신앙을 현실세계에서 실천하려는 노력의 산물로써, 당시 백제인의 세계관과 창조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다. 미륵사 금당은 당연히 미륵불을 주불로 봉안하는 미륵전(彌勒殿)이 있었을 것이다.

미륵불이 출현하는 곳이 용화세계이므로 용화전(龍華殿)이라고도 한다. 이를 땅 이름에 대입하면 사자사는 미륵상생신앙을, 미륵사는 미륵하생신앙을 상징하며 미륵사의 3탑 3금당은 3번의 설법과 관련된 용화삼회 즉 용화세계를 뜻하는 용화산의 지명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