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금마 일대 백제역사문화권 세계문화유산 등재 앞둬
고도보존사업 추진으로 고도문화도시 익산의 미래 꿈 꿔

익산이 마한백제의 역사문화를 간직한 도시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고도 보존사업과 익산 소재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 고도르네상스로의 발걸음이 바쁜 이유다.

그러나 익산시민으로써 타 지역에서 온 사람에게 익산의 마한백제 문화에 대해 소개하라고 한다면 어떨까? 서동의 도시이며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이 있다는 것은 알아도 익산이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백제문화의 가치를 제대로 설명해 줄 대답이 궁색하다.

심지어 공주와 부여를 웅진, 사비라고 편히 불러도 백제시대 익산을 금마저(金馬渚)라고 칭하는 것은 모르기 십상이다. 그것은 공주·부여를 중심으로 한 백제문화를 배웠고 익산 백제 문화의 발굴과 연구가 늦었던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지역 문화에 대한 보급과 관심이 적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최근 출범한 18대 정부가 발표한 150개 국정 과제에 ‘미륵사지유물전시관 국립 승격’이 포함됐다.

익산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익산에서 보관 전시하는 것은 물론 세계문화유산의 빠른 등재에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그에 발맞춰 본지는 앞으로 익산이 품고 있는 마한백제문화를 널리 알리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문화도시 익산의 미래를 그려보는 지면을 마련했다.

마한의 중심지 익산

익산이 마한시대의 중심지였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남아 있는 지명과 기록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백제로 통합되기 전 마한의 54개 소국 중 함해국(감해국)은 함라면과 웅포면, 건마국은 금마면, 여래비리국은 여산, 아림국은 낭산면 지역을 그 무대로 경영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감해국은 감계를 거쳐 곰개(웅포면 곰개나루)로, 건마국은 금마로 그 원형을 추측해 볼 수 있는 바, 익산 땅이 여러 국가가 세워질 정도로 중요한 요지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마한은 3세기 경 성립돼 4세기 중엽 백제 근초고왕에 의해 백제에 통합된다. 그러나 6세기에 축조된 마한의 분묘가 발굴되는 것으로 봐서 정치와는 별개로 마한의 문화와 전통이 오랫동안 지속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웅포면의 입점리 고분이 익산에서 강성했던 마한 문화를 대표하고 있는데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조사한 결과 백제 후기인 왕궁리유적과 미륵사보다 2백년이나 앞선 유물로 확인되며 마한백제 익산을 증명하고 있다.

고조선 준왕의 선택

고조선의 ‘준왕’이 위만의 난을 피해 남하하다 새 거점으로 삼았던 곳이 바로 익산이다. 백제사 이전부터 익산이라는 곳이 중요한 위치로 기능했음을 시사해주는 점이다. 특히 고려시대 이후의 사서에는 구체적으로 준왕이 금마에 도래했다고 지칭하고 있으며 건마국이 마한의 소국들 중 가장 강성했던 국가로 전해지는 점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렇게 익산이 중요한 위치를 갖게 된 배경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청동기시대에서 철기문화로 넘어가던 당시에는 철기문화의 유입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안이었다.

철기문화는 이전 문화와 완전히 구분되는 사회변화를 만들어냈다. 우선 철제 농기구로 땅을 깊게 팔 수 있어 농작물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결과를 얻었고 철제 무기는 정복전쟁에 있어서 강력한 힘으로 작용해 국가 권력이 생성되기도 했다.

그런 시대에 익산은 중국 동북지방이나 한반도 서북지방의 철기문화를 받아들이기 쉬운 여건으로 말미암아 한강 이남에서 최초로 정치 문화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평야를 일군 철제 농기구

익산지역에는 한강지역 이남에서 최초로 철기를 받아들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유적들이 밀집해 있다.

익산 팔봉동 이제유적, 신동리, 평장리, 다송리, 오룡리 등 익산지역에서 멀게는 완주 갈동, 전주 여의동, 중화산동 등 미륵산을 중심으로 한 평야지대에 발견되는 분묘 유적들이다.

이들 무덤은 주로 청동기시대의 석관묘나 옹관묘(옹기에 시체를 넣어 묻음)가 아닌 토광묘(직사각형의 구덩이를 파고 묻음)로 집단을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 묘에서 세형동검과 동경 같은 청동기 유물과 함께 철제 낫, 철겸(무기)이 출토되며 철기문화가 유입된 익산의 생활상을 보여주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