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백제>에서는 대체 미륵사와 용은 어떤 관계인 것인가 물었다. 용을 이르는 옛말이 바로 ‘미르’이다. 미륵사를 창건한 백제 사람들은 용을 미륵의 화신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륵사 곳곳에서 용과 관련된 흔적과 설화들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백제시대 불교가 토속적인 익산지역 용 신앙과 합쳐서 또 다른 백제만의 불교로 정착해간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시대변화에 따라서 용에서 미르, 다시 미르에서 미륵으로 사상적 진화를 꾀해왔다고 할 수 있다.

이 용과 관련한 무왕의 탄생설화가 왠지 눈길을 끈다. <삼국유사> 무왕편에 의하면 그의 어머니는 과부였는데, 서울 남쪽 못가에 집을 짓고 살다가 그 못의 용과 정을 통해 그를 낳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못가 즉 마룡지(馬龍地)가 위치한 금마 연동 마을은 서동(무왕의 어려서 이름)의 출생지로 추정되는 장소이다.

그곳에서 왕의 상징인 용의 아들로 태어나 고생 끝에 왕으로 등극 한 후 미륵의 화신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유추할 수 있다.

한편 미륵산 주변 용 관련 마을로는 금마면 신용리·구룡·용순, 삼기면 용연·오룡리, 낭산면 용기리·반룡 등이 있다. 미륵산과 용화산의 중간에 천마부대 쪽으로 길게 뻗은 산줄기를 용머리라 일컫기도 한다. 산에 오르면 꼭 용이 어디로 향하여 승천하고자 하는지 그 지형을 잘 살펴보기 바란다.

한편 용머리 옆 여성친화마을 구룡은 미륵산 남동쪽 밑에 자리 잡고 있는데, 대나무 숲에 반딧불이가 집단 서식할 정도로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으며 전원마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다른 자료를 좀 더 보면 금마에 대한 명칭으로 일본 승(僧) 양우(AD 1116년)의 필사본 <관세음응험기>에는 지모밀지(枳慕蜜地)라 했다. 금마를 지모밀지라 하는 것은 불교사상의 영향을 다분히 받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모미르(枳慕蜜)를 불교와 관련지어 미륵불의 용화삼회(龍華三會)의 설법을 부회(府會)시켰으며 서동설화를 우리 민족의 위인 탄생의 전설로 승화시켜서 거기다 불교설화를 가미하여 미륵의 내일을 마련하였다고 <익산의 전래지명고>에 전한다.

또, 금마의 수문장이자 보물 제46호인 두 쌍의 익산고도리 석조여래입상이 옥룡천(玉龍川)을 사이에 두고 마주서 있는 모습이 결코 용·미륵사상과 전혀 무관해 보이지 않다는 점이다.

미륵사 목탑 1기와 석탑 2기 중에서 현존하는 미륵사지 서탑이 복원을 위해 완전 해체되어 있다. 이 석탑은 우리나라 최고최대의 석탑이자 목탑에서 석탑으로 전환되는 시원(始原) 양식이다.

비록 일부가 무너져 내렸지만 그 가치가 빼어나다. 석탑과 마주하면 백제인의 예술성과 창조성 및 실용성을 엿볼 수 있다.

채수훈
(익산시청 사회복지전담 공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