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주산인들 주축.. 주산의 역사 알리고 부흥의 길 열어
익산 주산의 역사 되돌아보는 계기.. 2호 박물관 건립 모색

한국 주산(珠算)의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대한민국 제 1호 ‘주산 역사박물관’이 지난달 26일 군산시 나운동에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다.

지난달 19일 대만에서 열린 국제수학암산대회에서 익산시의 초등학생들이 각 부문 1위를 휩쓸었다는 낭보와 함께 전해진 소식은 오랜 시간 침체기를 겪던 주산이 다시 부흥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느낌으로 다가오기 충분했다.

특히 익산시는 작년 중국에서 열린 세계주산심산대회에 이어 올해에도 국제대회 1위를 휩쓸고 있어 주산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며, 이에 따라 주산이 다시 각광받기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이미 주산계 일각에서는 군산시 못지않게 주산에 강한 도시였던 익산시인 만큼 제 2호 주산박물관을 건립해서 익산 주산의 역사와 관련된 문화로서, 그리고 자라나는 세대들을 위한 현대 주산 교육에 대해 논의해야 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군산시 주산 역사박물관을 방문해 현대 주산이 군산시를 비롯해 전라북도 일원을 중심으로 발달하게 된 계기와 익산의 주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영광과 쇠퇴의 주산

과거 영재 교육의 상징과도 같은 대접을 받던 주산은 계산기와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 상업학교의 교과 과정에서조차도 빠지게 되며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다. 주산인구가 급감하면서 최근까지 각종 대회도 사라지거나 근근이 명맥을 잇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주산 교육에 매진해 온 주산인들의 노력이 다시 불씨를 당겼다. 계산기보다 빠르고 정확하며 도구도 없이 천만 단위 이상의 숫자를 척척 계산해 내는 어린 학생들이 텔레비전 방송에 종종 소개되며 주산 교육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졌고 주산을 배우는 학생도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주산교육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깨고 집중력 향상과 기억력 향상, 응용 계산법 등의 다양한 효과가 널리 알려지며 과거 주산이 각광받던 시절이 재현되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형성되고 상황이다.

◇ 현대 주산 역사의 중심 전북

근대 이전의 우리나라의 주산은 조선의 수학자 최석정(崔錫鼎, 1646~1715)이 ‘구수락’이라는 학술 저서에서 “주산은 ‘산대’보다 훨씬 번거롭고 불편하다”라고 짤막하게 주산에 대해 소개한 것이 최초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외에는 주산 교육에 대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이후 일제강점기 시절에 이르러 근대적이고 제도적인 주산교육이 갑종상업학교와 을종상업학교에서부터 이뤄지기 시작했다. 주산 기능 신장을 위한 전국주산경기대회를 비롯해 지방 은행이 주최하는 지역대회가 생겨 해마다 열렸으며 이때 인천상업학교와 강릉상업학교가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고 전해진다.

현대 주산의 시작은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친 1950년 전후를 시작으로 보며, 이 시기에 배성진, 김정환 등 우수한 주산기능보유 학생들이 배출됐다. 조선대표로 전일본학생주산경기대회에 참가해 배성진 씨가 총 3회, 김정환 씨가 총 4회 우승하며 주산계에 이름을 알렸는데, 해방 직후 김정환 씨가 군산으로 귀국하며 18세 나이에 군산상업학교(현 군산상고)의 교사로 채용되며 주산교육의 열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후 군산상고 주산부는 70년대까지 전국대회를 휩쓸다시피 했으며 이러한 군산상고의 활약에 자극받아 전라남북도 곳곳에서 주산 교육의 붐이 일어났다. 벌교상고, 광주상고를 비롯해 이리상업고등학교(현 전북제일고)가 주산의 강자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 때 주산에 재능이 있는 익산의 학생들이 군산상고에 진학한 수도 상당했으며 군산시와 익산시가 우리나라 주산교육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런 역사가 있기에 군산시에 대한민국 제 1호 주산박물관이 문을 열게 됐으며, 이는 군산과 익산 등 전북 지역에서 주산 교육에 몸담아 온 고석정, 김일곤 등의 원로들과 현재까지 주산교육을 이끌어오고 있는 주산인들의 노력으로 가능했다.

◇ 주산의 영광 일구는 익산

주산 교육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52개국에서 행해지고 있다. 주산의 발상지인 중국을 비롯해 일본 등에서는 주산교육을 교과과정에 반영하는 등 꾸준히 행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1993년 이후 침체기를 겪다가 다시 재평가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전북에만 주산을 가르치는 선생이 3백여 명에 달하고 전국에는 3천여 명에 이르고 있다. 또한 매년 열리는 가장 큰 규모의 전국대회에는 1만여 명이 참가할 정도로 주산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익산은 현재 시내권 약 30개 초등학교 방과후학교에서 주산 교육이 행해지고 있으며, 주산학원 1곳, 응용수학 학원 여러 곳에서 주산교육이 행해지고 있다. 약 2천 명의 학생이 주산을 배우고 있으며 저변인구는 1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군산의 주산박물관 개관에 이어 주산계에서 활약한 익산에서도 주산박물관 건립을 비롯한 주산교육에 대한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오가고 있다. 최근 익산의 초등학생들이 거두고 있는 성과는 그러한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주산교육의 달인으로 불리며 연달아 세계대회를 휩쓸고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의 주산 지도를 맡고 있는 강신정 선생은 “일본과 중국에 비해 우리나는 주산 교육에 대한 지원이 전무해 침체를 겪다가 최근부터 차츰 주산의 효과와 성과의 우수성이 재평가되기 시작하며 주산인구가 늘고 있다”며 “특히 서울시 한 초등학교 정규교과과정에 주산이 들어가며 시범학교로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강 선생은 “영어주산, 치매예방주산, 선수반 주산 등 여러 응용 주산 교육이 실생활에서 큰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주산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는 초등학교를 졸업 후 중·고교와 대학, 성인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길을 닦아야 한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