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문화재단이 역할을 정립해가는 과정에서 예총을 비롯한 문화원, 문화예술단체 등과 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이는 앞서간 타자치단체의 전철을 밟는 것으로 기존 문화예술인들의 문화재단에 대한 개념정립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화재단에 대한 일대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통신문은 문화재단과 기존 문화예술단체간의 유기적인 관계 구축을 통해 21세기형 익산 르네상스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편집자 주>

허브란 'LAN 환경 내에서 PC와 서버, 주변기기 등 각 단말기에 연결된 각 회선을 모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네트워크 장비'를 말한다. 문화재단의 역할을 정립해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자면 이와 같은 '허브'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문화재단과 예총과 문화원은 서로 경쟁상대가 아닌 협력 관계로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는 주체들이다. 문화재단은 이들을 조정하고, 중계하며, 교육하고, 연계해 도울 수 있도록 관리하는 중심체다. 지시하거나 복종하거나 주는 관계가 아닌 상호협력과 나눔의 수평적 관계다. 이 안에서 문화재단은 그 중심체로서 통합적인 관리기능을 가진 관리중심체라고 요약정리할 수 있다.

◆ 문화재단과 수직관계 아닌 수평관계

문화재단이 자리하면서 지역사회 문화예술단체와 가장 먼저 겪는 갈등은 수직관계라는 오해다. 종적인 관계로 오해하려 한다.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 뽑는다'는 식의 오해다. 익산의 경우 아직까지는 문화재단에 대한 오해가 이정도까지는 아니다. 
문화재단을 설립하고자 하거나 혹은 설립이 된 초기에는 다양한 논쟁들이 벌어지게 되는데, 그 중심에는 지역 문화예술단체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일반적으로 문화재단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단체들의 경우, 문화재단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제대로 인식을 하지 못하거나 혹은 경쟁상대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문화재단은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직·간접적인 ‘지원기관’이지 ‘경쟁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화재단은 ‘지역의 문화진흥과 시민의 문화예술 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전통과 현재, 그리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까지 담보하고 있다. 따라서 문화재단 설립초기에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다보면 기존의 문화예술단체들, 특히 예총이나 문화원의 기존 사업들과 일부 비슷하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업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인식할 수 있고 오히려 기존 문화예술단체들이 진행하지 못했던 사업이나 일부 미진했던 사업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각과 장기적인 시각에서 다양한 사업들을 펼쳐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익산문화재단에 대한 오해는 익산시가 문화재단으로 하여금 서동축제 행사를 위임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문화재단을 집행기구로 전략시킨 가장 처음 있는 익산시의 실수라는 지적이다. 익산시장의 문화재단에 대한 인식부족과 더불어 서동축제와 관련 문화예술인의 공연 등을 문화재단 사무국장이 개입하면서부터라는 지적도 나온다.

◆ 문화재단이 지양해야할 관건 :사업 집행기구 인식 벗어야

대구문화재단의 경우 예총과 갈등관계가 심하다. 대구신문연구원의 김영재 저널리스트는 올해 2월 16일자 시론에서  대구문화재단의 출범을 재앙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그에 따르면 대구예총이 수행했던 상당부분의 기능과 역할을 대구문화재단이 가져갔다. 그에 따르면 대구문화재단은 문자 그대로 대구의 문화를 천착하고 진흥시키는재단이어야 한다. 그는 "대구가 진보적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인문학적으로, 사회학적으로 제시하는데 있다면서 이것이 진정 대구문화재단의 성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대구문화재단이 본질적 사업을 외면하고 대구시를 대신한 예술행정 집행기구의 성격으로 둔갑되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익산문화재단의 역할과 새로운 인식 정립 역시 마찬가지다. 익산시장을 비롯한 위정자로부터 문화예술인 당사자, 그리고 공직자, 시민사회단체, 시민모두가 정립해야할 과제다.

◆ 문화재단·예총·문화원의 관계

문화재단이 '허브'로서의 역할이라면 예총은 순수 문화예술의 보루이자 예술의 실현체다. 순수 문화예술을 위한 사업의 집행 및 실행기구여야 한다. 문화원은 문화복지회관의 기능으로도 요약된다.
문화재단에는 현재 국악, 무용, 문학, 미술, 사진, 연극, 연예, 영상, 음악, 문화기획, 문화재 등과 관련한 문화예술인 340명이 등록되어 있다.
문화예술단체에는 무용, 문학, 미술, 사진, 연극, 연예, 영상, 음악, 문화재 등 49개의 단체가 등록되어 있다.
문화예술과 관련한 문화예술기반으로는 공연시설, 전시시설, 도서시설, 지역문화복지시설, 문화보급,전수시설 등 39곳이 등록되어 있다.
문화재단은 또한 공연, 전시, 영화, 축제, 행사 등 각종 문화예술행사를 중계조정하면서 문화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 예총은 순수예술의 보루다

예총은 예술인들만이 아닌 지역민들과 함께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는 장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것이 문화재단과 예총의 관계다.
예술을 현실로 승화시키고 시민예술축제나 문화콘텐츠 축제 등을 실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행사 등 문화예술과 관련된 예산의 집행도 문화재단을 통해서가 아닌 예총을 통해서 집행되어야 한다.
문화예술을 시민과 나누고 소통하며 호흡하는 역할은 예총의 몫이다. 그래서 문화예술의 집행기구는 예총이 되어야 하고 이 예총의 집행 역할을 지원하면서 정책을 개발해주고 예술제 등의 축제가 활성화되도록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관과 지역사회와 시민사회단체 등의 연결 역할을 해주는 곳이 바로 문화재단이다. 문화재단은 예총이 더욱 더 예술활동에 정진하고 지역 예술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토록 지원하고 조정해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문화원은 과거 역사문화를 기록 보존하면서 동시에 현대 문화 역사 기록의 중심체 역할을 한다. 예총의 문화예술을 역사적으로 기록해내는 가운데 시각적으로 현대인들에게 보여주면서 문화센터로서의 역할도 하면서 동시에 각종 다양한 문화예술을 시민들의 삶에 파고들도록 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다. 시민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 강좌, 학술포럼, 전시회 등이 이곳 문화원을 통해 시민들의 삶에 전달되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과의 소통의 장이 바로 문화원이다.

◆ 문화재단에 대한 새로운 인식

문화재단은 인프라를 확충하고 네트워크를 구성해 예술단체를 지원하며 정책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문화예술 관련 교육을 담당하는 문화예술의 중심체이자 허브로서의 기능을 가진 기관임을 인식해야 한다.
문화재단은 예총이 문화예술활동을 현장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예총은 문화인과 예술인들의 집합체로 문화를 실현하면서 사업을 집행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예총에 지원될 예산이 문화재단으로 흘러가 문화재단이 예산을 집행하는 상하수직구조관계로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문화재단의 기능 중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네트워크다.
 이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중심체가 바로 문화재단이다.

◆ 문화재단 비판 : 아직 아쉽다

이처럼 문화재단이 총체적인 '허브'로서의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정책성 확립에 자리하지 못하고 있음이 아쉬움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문화재단은 사무국장을 서동축제 집행실무를 맡겼으며, 소리 소문 없이 상임이사를 위촉했다. 공직에서 수십년을 보낸이의 시각으로 전체 문화예술을 끌어안을 수 있을지 염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각 문화예술단체 회원들과의 네트워크 형성 등에 있어 미숙하다는 평이 따른다.
학연과 지연과 혈연에 얽매인 구시대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책상에서 일어나 현장을 다니면서 회원단체들을 만나고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따른다.
지역사회에 대한 분석도 미숙하다. 각 문화예술단체들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독자적인 행보를 달리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전문직원들에 대한 처우도 부족하고 정기직이 아닌 계약직 채용으로 신분보장이 불안해 언제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익산 문화에 깊이 있고 심도 있게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릇이 커다란데도 불구하고 담아내는 것은 적은 것이 아니냐는 지역의 여론은 문화재단이 더 많은 노력을, 문화예술계는 너무 많은 기대를 버려야 한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상호 협력과 소통이 문화발전의 척도라는 공통된 의견은 익산문화발전의 빛과 희망으로 다가온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