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산(阿里山)'은 전북 익산시 영등동에 있는 중식당이다.

음식이 느끼하지 않고 정갈한 것으로 유명한 곳인데, 손님들은 주방장에게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고 믿는다. 아리산은 자장면에서부터 고급 요리까지 최고의 맛을 낸다. 지난 9일 점심시간이 끝난 오후 2시. 아리산 대표 겸 주방장인 성복방(41)씨를 만나 음식 맛의 비결을 물어봤다.

모태(母胎) 중식요리사

주방장 성복방씨는 태어날 때부터 요리사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아버지는 원래 중국 본토 출신이었는데, 1930년대 중일전쟁 때 한국으로 피란 온 화교1세대다.
1931년 일본이 만주사변을 일으키면서 시작된 중일전쟁은 1945년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항복할 때까지 중국 내에서 있었던 대일본 항전이다. 이 전쟁에서 중국인 1천200만명이 학살됐는데, 그야말로 먹느냐 먹히느냐의 싸움이었다. 이때 전쟁을 피해 성복방 대표의 부모가 한국으로 피란 왔다. 두 분은 한국에서 만나 성 대표를 낳았다.

부친은 서울 신촌 연세대 앞 골목에 중식당을 열었고 줄곧 서울서 식당을 경영했다. 1971년에는 성 대표가 태어났는데 어렸을 때부터 중화요리를 맛보며 자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중학교 때는 가끔 점심 때 집으로 와서 혼자 볶음밥을 만들어 먹기도 했죠"라고 성 대표는 회고한다. 

최고의 중식당에서 훈련

청년이 된 성 대표는 '92년 신라호텔 소속 중식당인 '팔선(八仙)'에서 조리를 배우게 된다. 그가 ‘98년 이곳을 나올 때 한 일은 '핫조리'였다. 뜨거운 요리다.  뜨거운 요리를 담당하는 부서를 '불판'이라 부른다. 중식당 주방일은 전표, 면판, 칼판, 불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보통 요리는 전표를 거쳐 불판으로 끝난다.

전표는 식재료를 다듬고 양념을 준비하며 면판과 칼판, 불판 요리사들을 돕는 가장 초보적인 단계의 요리사들이다. 누구나 이곳에 들어오면 전표 일부터 시작한다. 전표 다음 단계가 면판이다.

면판은 자장면이나 짬뽕에 쓰일 밀가루를 반죽하고 이를 면으로 뽑아서 삶고 그릇에 담는 역할을 한다. 그 위 단계가 칼판인데, 식재료를 주문량에 따라 적절히 다듬고 양을 재서 불판에 넘긴다. 아주 능숙하고 현란한 칼질이 이 과정에서 나온다. 칼판에서 식재료들이 넘어오면 불판에서는 지지고 볶고 튀겨 음식을 완성한다.

성 대표에 따르면 당시 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의 주방에는 주방책임자 외에 전표 3명 면판 4명 칼판 8명 불판이 10명이었다.  성 대표의 요리는 이곳에서 7년 동안 다듬어지고 숙성됐다. 음식맛은 정성에서 나온다
 "아리산에서 뭐가 가장 맛있냐고 물어보는 손님들이 많이 계세요. 그럴 땐 딱히 ‘이것이다’고 대답하기 어려워요. 자장면에서부터 값 비싼 요리까지 정성들여 만들자는 게 제 소신이거든요. 그러니 뭐가 제일 맛있다고 말할 수가 없는 거죠. "성 대표는 어머님이 해 주신 요리가 맛있는 이유는 정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듯, 자신도 어머님의 정성을 음식에 담는다고 말한다.

성 대표가 말하는 중국요리 팁 한 가지. 흔히 사람들은 중화요리를 북경식 광동식 상해식 사천식 이라고 구분하는데 실제로는 국내 중식당의 모든 요리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변형됐기 때문에 "이 음식은 어느 고장의 방식이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의 중화요리는 중국 요리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사천식은 주로 매운 맛이고, 광동식은 해산물 요리가 많다는 등의 특징은 있다. 성 대표는 중국 각 지방 요리의 장점을 살려 우리 입맛에 최대한 맞게 융화시킨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중국요리에는 기름이 많고 조미료를 많이 쓴다는 건 선입견이라고 말한다.

양파나 닭고기, 돼지 뼈 등 천연재료로 육수를 만들고 조미료 사용은 최소화시켰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기름기도 최대한 억제한다. “요리에 맞게 살짝 코팅하는 정도”가 전부다.

성 대표는 주방 일을 20년째 해오고 있다. 아리산이라는 이름은 대만의 유명한 산림관광지 아리산(阿里山)을 따서 지은 것이다. 아리산은 특히 일출이 아름답다고 한다. 아리산에서 솟아난 태양이 대지를 달구듯 익산의 중식당 아리산은 입맛을 달구고 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