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단 결과 경쟁력 하위15% 철폐

 
원광대학교가 취업률이 낮은 11개 학과 및 전공을 폐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정부재정 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되고 같은 해 12월 강제적인 경영진단을 받기 시작한지 지 3개월 만이다.  

정세현 총장은 지난 7일 총장실에서 '취임 1주년 및 구조조정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어 “앞으로 취직이 잘되고 사회적으로 경쟁력 있는 학과만 갖고 가겠다”고 밝혔다.

정 총장은 “경영진단 결과 전체 77개 학과(전공)중 하위 15%에 해당하는 11개 학과 및 전공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이후에도 매년 평가를 실시해 학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원광대학교는 현재 과 단위 학제와, 2개 이상의 전공과목을 1개 학부로 통합해 운영하는 방식을 혼용해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에 폐지 대상으로 선정된 곳은 2개학과와 학부 내 9개 전공이다. 주로 순수학문, 기초학문이 꼽혔다.

학과 단위로는 인문대 소속 철학과와 교학대학 소속 한국문화학과가 폐지된다.

전공으로는 인문대 유럽문화학부 소속 독일어·프랑스어 전공 및 예술학부 소속 국악·무용학 전공, 사회대 정치행정언론학부 소속 정치외교학 전공, 미술대학 순수미술학부 소속 한국화·서양화·환경조각 전공 및 디자인학부 소속 도예 전공이다.

민족종교인 원불교 재단이 설립한 대학에서 우리 고유의 국악과 한국화 전공이 없어진 것이 이번 구조조정안의 상징인 것처럼 보인다. 폐지될 학과나 전공을 택한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현재 학제를 유지해 주고, 소속 교수들도 신분을 보장할 방침이다.

취임식 때 교양을 강조했던 정 총장은 이번 기자회견 내내 취업을 강조했다. 그는 "속된 말로 취직이 잘 되는 과로 만들겠다는 게 이번 구조조정안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같이 원광대가 사실상 교과부에 '백기투항'하는 모양새를 보임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 정 총장이 4억원을 들여 ‘엑센츄어’에 의뢰해 내놓은 경영진단 결과물은 결국 무용지물이 됐다. 

하지만 이번에 폐지되는 학과는 학생 수 감소에 따른 비인기 정원 미달학과와 재학생 충원률이 낮은 전공이 대부분이어서 환경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교과부의 강제 경영진단은 지난 5일 끝났는데, 전체 77개 학과 및 전공을 5등급(A~E)으로 분류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