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지정 취소처분을 받은 후 법정 소송중인 남성고등학교.

전주지방법원은 전라북도교육청 김승환 교육감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가 부당하다면서 익산남성고와 군산중앙고의 손을 들어줬다.

전주지법 행정부(재판장 강경구)는 23일, 전북교육청이 익산남성고와 군산중앙고의 자사고 지정을 8월 9일 취소하자 이에 반발한 남성학원과 광동학원이 낸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지정·고시 취소처분 취소청구 소송' 선고 공판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전라북도교육청이 지난 8월 9일 법정부담금 납부의 불확실성,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에 미치는 영향평가, 불평등교육의 심화 등을 이유로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의 자사고 지정·고시를 취소한데 대해 남성고와 중앙고측의 취소청구 소송에 법원이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 주문에서 "전북도교육청이 남성고와 중앙고에 대하여 2010년 8월 9일 한 각 자사고 지정.고시 취소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법정부담금 납부의 불확실성

전북교육청은 재판에서 "군산중앙고등학교는 군장대학의 법정부담금을 감안할 경우 현재 가지고 있는 자산으로 법정부담금을 납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고, 남성고등학교는 수익금 중 그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주식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법정부담금을 충당하지 못할 위험성이 높으며, 다른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며 “남성학원의 경우 남성고등학교 이외에 남성여자중학교, 남성중학교, 남성여자고등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어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에 전출할 법정 부담금의 조성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남성고와 중앙고가 "각 학교의 법정부담금을 전액 부담할 수 있을 정도의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하여 그로부터의 수입금으로 법정부담금 전액을 부담할 수 있다고 보이고, 피고 역시 그러한 판단 하에 남성고등학교 및 군산중앙고등학교를 자사고로 지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남성고등학교 및 군산중앙고등학교에 대한 자사고 지정 이후 약 2개월 사이에 원고들이 수익용 기본재산이 감소하거나 법정부담금 부담능력이 저하되었다는 등의 사정변경이 있다거나 그밖에 이 사건 법정부담금의 부담과 관련하여 새로운 공익상의 필요가 발생하였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다. 그럼에도 전북교육청이 아직 도래하지도 않은 법인전입금 납부시기에 있어서의 두 학교의 법인 전입금 조성 및 부담능력을 미리 예상하여 전북교육청이 각 학교의 법정부담금에 충당될 법인전입금을 조성하거나 부담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사유로 각 학교에 대한 자사고 지정처분을 취소한 것은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고 판시했다.

고교 평준화 정책에 미치는 영향

전북도교육청은 재판에서  "자사고 지정은 고교입시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고, 자사고에 대한 해당 지역 시민, 사회단체들의 반대의견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주민의견수렴 등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했음에도,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전격적으로 자사고가 지정·고시되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자사고를 지정하기에 앞서 사전에 공청회를 개최하여야 한다는 법령상의 규정이 없고, 전국적으로 자사고 지정 과정에서 공청회를 개최하였다는 자료도 없는 점, 전북도교육청은 전라북도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자사고를 지정한 점 등을 종합하면, 남성고등학교와 군산중앙고등학교에 대한 자사고 지정에 의하여 고교평준화 정책에 입각한 현행 고교입시제도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고, 피고 역시 이러한 점까지 고려하여 남성고등학교와 군산중앙고등학교를 자사고로 지정한 것으로 보이며, 그 후 이와 관련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다”며 “그럼에도 피고가 자사고 지정 과정에서 고교평준화 정책과 관련한 공청회 등 주민의견 수렴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유로 자사고 지정처분을 취소한 것은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위법하다고 할것이다"고 판시했다.

불평등교육의 심화 문제

전북도교육청은 재판에서  "자사고의 입학금 및 수업료가 일반계 고등학교의 최소 3배에 이를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모의 경제력이 약한 학생은 사실상 입학이 불가능하게 되어 자사고에 진학하여 공부하는 학생과 그 밖의 학교에 진학하여 공부하는 학생들 사이에 불평등교육을 심화시킬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학생 납입금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부득이한 정책으로 보이는 점, 학생정원의 20% 이상을 사회적 약자에 배려하고 불평등교육의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한 점, 자사고의 특성상 자율적인 교과과정의 편성과 특성화 교육 및 수준별 맞춤형 교육 등을 통하여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는 면도 있다고 보는 점, 일반계 고등학교보다 높은 수준의 학생납입금은 자사고 뿐만 아니라 외국어고, 과학고 등과 같은 특수목적고등학교에서도 문제되는 것이며, 이러한 문제 또한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당시 이미 고려된 요소로서 자사고 지정 이후 이와 관련하여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 또는 제3자의 이익보호의 필요나 새로운 사정변경이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자사고의 지정으로 인하여 불평등 교육이 심화될 것이라는 사유 역시 자사고의 지정을 취소할 정도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결론으로, "전북도교육청의 지정취소 처분은 그 사유가 인정되기 어렵거나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위법하고, 자료를 종합하면 자사고지정 취소 처분의 효력으로 인하여 남성고와 중앙고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고, 달리 위처분의 효력정지로 인하여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으므로 이 사건은 사건 판결 확정시까지 직권으로 그 효력을 정지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신입생을 뽑은 남성고와 중앙고는 일단 자사고로서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지속케 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면 김지성 전북교육청 대변인은 “판결문에 재단전입금을 확보했다는 근거가 뚜렷이 없고, 익산시민 80% 이상이 자사고를 반대하며, 학생 1명당 1천만원의 교육비가 들어가는 게 어떻게 불평등교육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히고, “전북교육을 훼손하는 자사고를 막기 위해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교육청은 대법원의 판결까지 가겠다는 입장에 있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재판부가 공공성보다는 기득권 보장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은 공교육에 대한 무지가 작용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고교서열화를 부추기는 특권학교 인정 판결은 매우 유감”이라고 논평했다.

신입생 350명과 280명을 각각 모집하는 남성고와 중앙고는 이달 초 신입생을 모집했다. 남성고는 정원을 채웠으나, 중앙고는 정원을 채우지 못해 다음달 추가모집을 한다.

남성고는 350명의 입학생 중 275명을 익산지역에서 모집하고 75명은 타지역의 학생을 선발했다. 이로 인해 타 지역 입학생 만큼 익산지역 중학생 중 75명은 타지로 입학을 해야하는 실정에 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