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내과 원장/ 홍성욱

당뇨병 환자에게 여름철은 무더운 날씨와 휴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혈당 관리가 쉽지 않은 계절입니다. 더위에 지쳐 쉽게 짜증이 나고, 땀을 많이 흘리면 혈당이 올라가기 쉽고, 또 더위로 입맛이 떨어져 끼니를 거르면 저혈당이 되기 쉬워 이래저래 건강관리가 쉽지 않은 계절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혈당관리가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닙니다.

▣ 여름철 식사

무덥고 습기 찬 날이나 장마가 계속되면 자칫 입맛을 잃기 쉬우나, 규칙적인 식사는 혈당관리에 매우 중요하므로 다양한 음식으로 식단을 준비하여 입맛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입맛을 유지하기 위해서  계절식품이나 음식에도 조리법에 약간만 신경을 써서 식단의 변화를 주면,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본인에게 알맞은 열량섭취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입맛이 감소하여 외식을 자주 하게 되는데, 음식점에서 흔히 먹게 되는 식사에 대한 성분과 열량에 대한 관심과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스스로에게 적절한 양과 종류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여름철 자주 먹는 음식의 종류와 열량

후덥지근한 여름날, 더위에 지쳐 헉헉거릴 때면 입맛은 없고 뭔가 더위를 식혀 줄 시원한 음료수나 빙과류 생각이 절로 나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음료수에는 단순 당이 많아 혈당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스포츠 음료의 경우는 체내 흡수속도가 빨라 다른 음료에 비해 갈증을 신속히 없애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열량이 있으므로 지나친 섭취는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무설탕, 무가당이라고 선전하는 많은 시판 음료수 중에는 설탕이나 포도당 대신 과당이나 올리고당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많이 마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갈증이 날 때는 시원한 냉수나 끓여 식힌 보리차를 마시는 게 좋습니다.

또 상당수의 환자들이 여름철에 즐겨먹는 수박이나 참외 등의 과일도 혈당을 많이 올립니다. 수분과 비타민 공급을 위해서 과일은 한두 쪽만 먹고 대신 야채, 오이 등의 당분이 없는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름철 휴가 시에는 식사시간과 활동량이 불규칙해지기 쉬우므로 저혈당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여행 시에는 항상 저혈당 간식을 준비해두고 식사시간이 늦어지는 경우 간단한 간식을 미리 먹고 활동량에 따라 식사량을 조절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한 가지 음식만을 먹거나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게 되면 섬유소의 섭취량은 줄고, 염분의 섭취량은 늘어나 영양적으로 불균형을 초래하므로, 언제 어디서나 매끼 골고루 균형 잡힌 식사를 하도록 신경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 여름철 운동

첫째, 격렬한 운동은 피하고 평소보다 운동 강도를 약간 낮추는 것이 좋습니다. 덥고 습한 여름철 운동은 다른 때 보다 땀을 많이 흘려 체력 소모도 크고 피로도 쉽게 축적되기 때문에 자신의 체력상태를 고려하여 운동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장시간 운동 시에는 30분 간격으로 10분씩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나친 운동은 탈수와 저혈당을 초래 할 수 있기 때문에 삼가야 합니다.

셋째, 운동 시기는 아침 식후 또는 저녁 식후, 기온이 너무 높지 않은 시간에 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햇빛이 강한 한낮의 야외 운동은 땀을 많이 흘려 탈수가 일어나고 혈당이 올라가게 되어 고혈당을 유발 할 수 있기 때문에 삼가 해야 합니다.

넷째, 운동 중 탈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자율신경 장애가 있는 당뇨환자의 경우 탈수 현상이 있어도 갈증을 느끼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20~30분 간격으로 찬물을 한 컵 정도 마셔야 합니다.

다섯째,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는 것이 좋습니다. 방사열을 반사하는 흰색의 옷이나 땀이 증발하기 쉬운 쿨맥스 소재의 옷이 적당합니다. 그리고 비만이 동반된 당뇨병 환자의 경우 체중감량을 위해 땀복을 입고 운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체온이 급격히 상승하여 열 쇼크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합니다.

여섯째, 장마철에는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운동(수영, 고정식 자전거, 런닝머신 걷기 등)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수영은 여름철에 가장 많이 하는 운동으로 관절에 부담을 적게 주는 효과적인 유산소 운동이기 때문에 노인이나, 말초신경병증, 관절염이 있는 당뇨환자들에게 추천됩니다. 수영은 한번에 30~60분 정도가 적당하고 물속 걷기나 아쿠아로빅 등이 좋습니다. 수영장에서는 맨발로 다니지 말고, 슬리퍼나 샌들을 신어 발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영을 하고 나서는 발을 완전히 말린 뒤에 로션을 발라 피부가 건조해지거나 갈라지는 것을 예방해야 합니다.

▣ 여름철 발관리

여름철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당뇨병 환자의 절반이상이 무좀이나 습진에 걸릴 수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는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어 균이 잘 번식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발부위는 혈액순환과 통증을 느끼는 감각신경이 상대적으로 둔해 치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발이 썩어 잘라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발은 가능한 시원하고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며 발을 씻고 말린 뒤엔 발바닥 발등 발뒤꿈치에 로션을 발라 피부가 건조해지거나 갈라지는 것을 방지하도록 합니다. 또한 맨발로 다니면 발에 쉽게 상처를 받기 쉬우므로 절대 맨발로 다니지 않도록 하며 발톱은 너무 깊숙이 깍지 말고, 넉넉하게 기른 후 일자로 깍도록 합니다.

신발은 꽉 조이거나 너무 굽이 높은 것을 신지 말고, 편안하고 통기성이 있는 신으로 신도록 하며 양말은 얇고 부드러운 면이나 모혼방으로 된 것으로 쿠션이 있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당뇨병 환자들은 일단 상처가 생기면 여러 가지 원인으로 상처의 치료가 쉽지 않기 때문에 여름철 사소한 관리 소홀로 발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름철의 약물요법

여름휴가 시에는 사전에 주치의와 상의해서 혈당 관리를 잘 한 다음 여행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상태에서 혈당 조절이 잘 되고 있지 않는 사람은 외지에서의 환경 변화로 혈당 조절이 더 어려워지고 각종 합병증 발생도 우려가 되므로 여름휴가 전에 혈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미리 조절해 두어야 합니다.

 휴가 시 당뇨병 환자들은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인슐린이나 경구혈당강하제를 가지고 떠나지 않아, 혈당 관리가 엉망이 되고 때로는 위험한 상황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행 시 당뇨 약물, 혈당측정기, 당뇨수첩, 저혈당에 대비한 사탕 등은 직접 휴대하는 것이 좋으며, 인슐린 주사를 맞고 있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주치의와 상의한 인슐린 용량을 여행 중에도 반드시 맞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여름철에 유의하여야 할 몇 가지를 간단히 알아봤는데,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실천한다면, 혈당관리를 잘하면서도 즐거운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