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자율형사립고반대대책위원회(공동집행위원장 강유희 김한명)와 익산시 관내 중.고등학교 교장들이 일제히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폐해가 심각한 자율형 사립고는 '허용 불가'하다고 입장을 표명"하고 나서 현재 자사고 설립 신청을 한 남성고의 자사고 허가 여부에 교육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익산지역 1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자율형사립고 반대 익산시민대책위원회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자율형사립고 정책과 이에 편승한 일부 학교들의 자율형사립고 전환 움직임에 대응하여 반대 운동을 활발하게 펼쳐왔다"며 "안타깝게도, 지난해 전라북도자율학교등지정운영위원회가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의 자율형사립고 지정운영 여부를 심의한 결과, 모두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합’ 판정을 내린 바 있음에도, 올해 한 학기 만에 다시 두 학교가 재신청을 함으로써 지역교육은 다시 심각한 혼란과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들은 이어 "이에 자율형사립고가 가져올 비교육적 폐해가 심각해질 것을 우려한 일선 중.고등학교 학교장들이 교육감에게 자율형사립고 반대 청원서를 제출하며 입장을 밝히게 되었다"고 말했다.

학교장들은 청원서와 함께 밝힌 입장 표명을 통해, "아이들의 삶은 지금의 대학입시경쟁교육만으로도 너무 지치고 힘들어 지역 안에서의 경쟁만이라도 줄여주어야 한다", 또 "2개교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자율형사립고 지정 신청을 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일선 학교에서 2세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학교장으로서 우리 아이들의 삶과 미래, 또한 익산교육 나아가 전북교육의 미래를 위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만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최규호 교육감에게 반대 청원서를 제출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학교장들은, 교육감이 “자율형사립고를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 도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지역에서 자율형사립고가 지정될 경우, 지역적 폐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자율형사립고 지정이 가져올 여러 비교육적인 폐해에 대해 "지역 교육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성적 우수 학생에게는 집단 내 좌절과 불안을,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는 고교 생활 출발점부터 열패감과 학교 이탈을 가져와 건강한 성장을 크게 저해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지역 교육공동체를 크게 훼손하고 학교를 서열화하여 수많은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기면서, 출신학교 별로 반목하게 함으로써 지역사회의 통합을 가로막을 것이며, 부모의 경제력에 의한 진입장벽을 두게 되어 계층 간 위화감과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고,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몇 배나 가중시키고, 중학생, 초등학생들까지 대입 경쟁에 이어 극심한 고입 선발경쟁으로 내몰아 사교육비의 폭증을 가져올 것이다"고 전했다.

결국 고교평준화 해체, 고교입시 부활, 고교등급제 합법화 등의 결과로 이어져 교육 양극화를 더욱 심화하고 계층 세습을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학교장들의 지적이다.

또한, 학교장들은 "전북도민 대다수는 자율형사립고의 지역 내 도입보다는, 교육투자와 교육 프로그램의 혁신을 통해 교육의 질을 한층 높이고 공교육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길 간절히 소망할 것"이라며, "자율형사립고가 지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학생, 학부모, 교사 등 모든 교육가족이 하나 되어 온힘을 기울일 것"이며, 아울러 "교육 혁신에 앞장서고, 학교 간 과열 선발경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스로 끊임없는 자정 노력을 해 나갈 것"임도 함께 밝혔다.

자율형사립고 반대 익산시민대책위원회는 "이러한 일선 교장선생님들의 숭고한 교육적 결단에 경의를 표하며, 나아가 양식 있는 지역의 모든 교육 주체들을 비롯한 익산시민과 더불어 반교육적인 자율형사립고 전환 기도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끝까지 대응하여 저지할 것이다"고 밝혔다.

자율형사립고 반대 익산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부터 다시 조직을 강화하는 한편,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막기 위하여 더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오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앞으로 매일 시민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거리 홍보 활동을 펼치기로 결의를 모으고 첫날인 지난 12일 저녁 6시부터 2시간 동안, 시내 영등동 등 7곳에서, 대책위 소속의 16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와 입장에 동참하는 중고등학교 교사 50여명이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소식지 5,000여장 등 선전물을 나누어주고 시민들의 의견을 들으며 거리 홍보 활동을 전개했다.

한편, 자율형사립고 반대 익산시민대책위원회는 익산교육시민연대, 익산농촌교육연구회, (사)익산여성의전화, icoop솜리생협, (사)농촌이민여성센터, 익산평통사, 민주노총익산지부, 익산YMCA시민포럼, 익산참여자치연대, 익산시농민회, 전교조익산중등지회-초등지회, 민노당익산시위원회, 진보신당익산당협, 교복값제자리찾기익산운동본부, 익산환경운동연합이 함께 했다.

함께 한 각 학교장은 이리고등학교장 김도중, 이리여자고등학교장 최영희, 전북제일고등학교장 신동범, 원광고등학교장 김종천, 원광여자고등학교장 김정경, 이일여자중학교장 한양우, 원광정보예술고등학교장 한은수, 원광여자중학교장 소관섭, 원광중학교 전경욱 교장이 함께 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