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마한백제문화의 도시 익산의 미륵사지석탑과 왕궁리석탑, 왕궁리 유적전시관에서는 아주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최근들어 급격하게 붕괴현상을 보이고 있는 가족해체를 막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2006년 1월 설립된 익산가정사랑학교(대표 한미화)는 문화재청에서 실시하는 문화재지킴이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지킴이'사업을 진행하면서, 지난달 24일 경북 안동의 ‘문화지킴이’ 135명과 익산 '문화지킴이' 56명이 함께 사업을 진행하여 오전에는 왕궁리유적전시관과 왕궁리5층석탑 및 백제 왕궁 발굴현장을 관람하고 투호놀이와 제기차기 등 전통놀이를 통해 친목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미륵사지로 이동, 미륵사지 유물전시관과 미륵사탑 복원 현장 등을 함께 둘러본 후 문화재보호활동을 펼쳤다.

오후에는 고창으로 이동하여 고창 고인돌 유적 및 선운사 유적 등을 둘러보는 등 마치 서동과 선화공주의 후예들인 양 애틋한 만남을 가졌다.

지난해에는 익산 문화지킴이가 안동을 방문해 하회마을 등을 중심으로 공동 문화재 보호활동을 전개한 바 있으며, 금년에도 역시 교류의 일환으로 안동의 문화지킴이가 익산을 방문하게 되었고 안동과 익산의 문화지킴이들의 만남은 서로 얼싸안고 기뻐할 정도의 반가운 교류가 되었다.

한미화 대표를 중심으로 향토문화를 사랑하는 200여명의 가정사랑학교 회원들은 2007년에 '문화지킴이'를 결성하여 우리 고장의 문화재 보호 및 문화재 교육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문화지킴이는 문화재청의 지원을 시작으로 자생적으로 조직된 순수 봉사단체가 되었다. 이들의 향토 문화재 보호에 대한 열정은 여름날의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열정적이다.

익산가정사랑학교 '문화지킴이'는 매년 4월에는 학계의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30시간 내외의 향토문화재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이론을 공부한다. 매주 월요일에는 남중동 소재 익산가정사랑학교 사무실에 모여 자체 연수를 통해 연마한 실력을 바탕으로 텍스트와 영상자료를 제작하여 익산은 물론 타 지역에까지 교사를 파견하고 향토문화교육에 나서 커다란 호응을 받고 있다.

익산가정사랑학교 문화지킴이는 올해 1학기 중에는 어양중학교와 궁동초등학교, 고창북중학교, 진안 동향중학교를 비롯한 19개 학교와, 익산시 관내 비전지역아동센터 외 4개 지역아동센터의 요청을 받아 향토문화교육을 실시했다. 2학기에도 10개 학교의 교육이 예약되어 있다. 한미화 대표는, 이들 학교 외에도 더 많은 학교들이 요청해서 교과서를 통해서 배울 수 없는 향토문화에 대한 심도 있고 생생한 교육을 받기를 바라고 있다.

익산가정사랑학교는 1개월에 한번씩 회원들의 회비를 모아 우리 고장의 문화재를 속속들이 답사하고 보호활동을 벌이는 동시에 필요할 경우 관할 관청에 문화재 보존과 관련한 의견도 개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화재지킴이 활동은 익산을 비롯한 전주, 경주, 안동 등 몇개의 고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특히 익산 문화지킴이와 안동 문화지킴이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두 지역이 자매결연을 맺고 상호교류를 통해 친목과 공동활동을 도모하고 있다.

문화해설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한미화 대표는 "우리 고장에 대한 깊은 사랑에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면서 "현재는 문화재청의 도움 만으로 운영하고 있고, 우리 지자체나 교육청 등의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익산가정사랑학교는 부부세미나 등 가족 건강성 회복 운동을 전개하고, '가정이 살아야 나라가 삽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무너져가는 가족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가정사랑학교는 남중동 모현육교앞 사거리에 사무실을 갖추고 2006년 1월 12일 이사진과 운영진들이 모여 공식 발족했다. 가정사랑학교는 가족을 사회 구성체의 근본이자 시발점으로 보고, 행복테마, 부모사랑, 자녀교육, 좋은 부부, 가족건강, 생활의 지혜 등 가정에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해 깨어져 가는 가정을 살려내는데 설립취지와 목적을 두고 있다.

이밖에도 가정사랑학교는 가족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내용을 골자로 한 월간지 '웃음꽃 피는 가정'을 발행하고, 어머니 대학과 아버지 대학,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1박2일 코스의 '부부세미나', 청소년 행사는 물론 청소년 예절교육, 방문노인대학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소리없는 문화지킴이 한미화씨는 뜻을 같이 하는 시민이면 누구나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문을 열어놓고 오늘도 익산의 문화발전을 위해 묵묵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