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내과 원장/ 홍성욱

일생을 살면서 복통을 한번도 느껴 보지 않았다고 하면 그것이 더 이상하게 들릴 정도로 복통은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입니다.

흔히 배가 아픈 것을 복통이라고 하는데 복통은 어떠한 질병으로 인한 증상이지 병명은 아닙니다. 내장 질환의 거의 대부분이 복통을 일으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배가 아프다”라는 증세는 그 자체만으로 무척 광범위한 증세를 총괄합니다.

배가 아파 병원을 찾는 환자는 흔하지만, 복통을 호소하는 양상이 사람마다 다양해서 같은 증상을 ‘밥을 먹으면 배가 뒤틀린다, 속이 쓰리다, 아랫배가 묵직하게 아프다, 갑자기 배가 찌르듯이 아프다, 쥐어짜는 듯 한 느낌이다’등의 다양한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또한 어떤 사람은 위염 증상만으로도 고통스런 신음을 내기도 하고, 담도염이 많이 진행한 상태인데도 무덤덤하게 앉아 배를 만질 때만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복통이 발생하면 그 위치, 정도에 따라 질환이 다릅니다. 그러므로 배가 아프면 우선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야 복통을 잘 치료할 수가 있습니다.

질병에 따른 복통의 예

1. 위·십이지장 궤양 - 통증이 식사와의 관련성이 많습니다. 위궤양 경우에는 식후의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십이지장 궤양 경우에는 공복 시에 통증이 있으며, 식사를 하면 증상이 가벼워지는 수가 많습니다.

2. 위염 - 만성 위염에서의 통증은 미지근한 둔통이 많고 약(진통·소염제 등), 기호물의 과음(알코올, 커피) 등 에서의 발생한 급성위염은 꽤 심한 통증을 일으킵니다.

3. 급성충수염 - 초기에 흔히 명치의 아픔을 느끼지만 이것은 점차로 아랫배의 오른쪽으로 아픔이 집중되어 갑니다.

4. 담석 - 경통인 경우가 많으며 명치 또는 그보다 약간 오른쪽으로 일어나기가 쉽고, 그 아픔은 몇 분 간격으로 파상적으로 닥쳐오는데 마치 등에서부터 오른쪽 어깨를 꿰어 뚫듯이 느껴집니다.

5. 췌장염 - 통증은 가벼운 것부터 심한 것까지 여러 가지 이지만, 대개는 명치의 약간 왼쪽에 일어나는데 심한 경우에는 통증이 어깨나 등에까지 확산됩니다. 다량의 알코올을 섭취한 뒤에 과식(특히 지방분)을 하면 일어나기 쉽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위치에 따른 복통의 예

1. 우상복부(윗배 오른쪽)의 통증 - 우상복부의 통증은 급성담낭염이 가장 흔한 원인이며, 그 외에 담도가 담석에 의해 막혀서 통증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간염이나 간농양도 고려해야하고, 가끔 십이지장 궤양이나 췌장염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우상복부 : 간(우엽), 담낭, 췌장 일부, 소장 대장 일부

2. 좌상복부(윗배 왼쪽)의 통증 - 통증이 심하지 않은 경우는 위염이나 위궤양이 가장 흔한 원인이지만, 비교적 심한 통증인 경우 췌장염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좌측 신장염이나 요로결석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는데 이때는 등 쪽의 왼쪽 허리부위를 두드리면 심하게 통증을 느끼게 되므로 구별이 가능합니다.
좌상복부 : 간(좌엽), 위, 비장, 췌장일부분, 소장과 대장 일부분

3. 우하복부(아랫배 오른쪽)의 통증 - 대표적인 질환은 급성 충수염(맹장염)이고, 요석에 의한 우측 요관 폐쇄도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여자에서는 자궁 외 임신, 난소 낭종의 염전(꼬임)이나 염증 등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드물지만 우측 대장게실에 의한 게실염도 비슷한 통증을 유발하는데, 이런 경우 충수염과 감별이 대단히 어렵습니다.
우하복부 : 소장과 대장 일부, 우측 난관과 난소, 충수, 우측 요관

4. 좌하복부(아랫배 왼쪽)의 통증 - 채식을 주로 하는 한국인에서는 좌측 대장게실이 드물지만, 나이가 많은 서양인에서는 게실의 염증, 천공, 장폐쇄, 출혈 등이 문제가 되기도 하며, 또한 대장암이 가장 잘 생기는 부위가 S-결장이나 직장인데, 이런 경우 장이 막히면 좌하복부 통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여성의 경우 골반 내 장기의 여러 가지 질환 즉, 자궁 외 임신 또는 난소 낭종의 염전(꼬임)이나 염증도 생각해야 합니다.
좌하복부 : 좌측 난관과 난소, 소장과 대장 일부분, 좌측 요관

5. 복부의 전반적인(배 전체) 통증 - 위장관의 천공, 복막염 등이 발생하면 복부에 전반적으로 통증이 나타나며, 급성 대장염, 궤양성대장염, 장폐색 등에서도 복부 전체의 통증을 일으킵니다.

6. 배꼽 중앙 통증 - 배꼽 위쪽 중앙에 통증이 있다면 위염이나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췌장염 등을 의심 할  수 있습니다.
위염의 경우 식도 쪽으로 위산이 역류된다면 환자에 따라서는 내부 장기가  타들어가는 통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췌장염은 췌장에 염증이 생긴 경우로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이처럼 복통의 원인이 되는 질병이 매우 다양하므로 복통이 있을 시에는 어느 부위가 어떻게 아픈지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기위해서는 복통의 부위, 복통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는지, 배 아플 때 다른 증상의 유무, 과거에도 비슷한 복통이 있었는지 등의 병력을 자세히 기억하는 것이 세밀한 진찰 및 검사를 받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럴 땐 의사에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1. 계속 진행하는 심한 복통
2. 4시간 이상 지속되는 국소적인 복통
3. 24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호전되지 않는 복부의 전반적인 통증이나 위경련 같은 복통
4. 움직이거나 기침을 하면 심해지는 통증
5. 3일 이상 지속되는 복통
6. 윗배에 통증이 있으면서 흉통이 동반 된 경우
7. 복부 손상 이후에 발생한 심한 복통인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