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용기 열사의 독립운동과 순국  

이 날 시위 대열의 맨 앞에서 시종 시위를 이끌어 나가던 문용기 선생이 대형 태극기를 높이 들고 조선독립만세, 조선독립만세를 연호하며, 앞으로 진출하여 나가고 있었다.

뒤에서 그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던 악질 헌병 몇 명이 그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와서 장도를 높이 들어 만세를 부르고 있는 그의 오른손을 내리쳤다.

만세소리와 함께 태극기는 땅에 떨어졌다. 그러나 그는 다시 왼손으로 태극기를 높이 들고 조선독립만세를 연호하여 나갔다. 극악무도한 일제의 헌병은 또다시 그의 외손을 내려치니 태극기가 다시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래도 그는 다시 일어났다.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다시 조선독립만세, 조선독립만세를 연호하며, 앞을 향하여 나갔다. 왜병들은 다시 달려들어 착검한 총으로 사정없이 옆구리와 배를 찌르고 쓰러져 있는 그의 머리를 가격하니 대한의 위대한 별은 그 자리에서 장렬하게 숨을 거두셨다. 

“아 이 얼마나 장엄하고 위대한 의기인가”? 오로지 민족의 독립을 열망하는 투혼이던가 투사는 붉은 피를 다 흘려 숨이 떨어지는 그 순간까지도 우리민족의 그 위대한 정신을 보여 주었다.  “여러분, 여러분 나는 이 붉은 피를 조선독립에 바치오”라고 크게 외치면서 숨을 거두셨다.

▣ 박영문 열사의 순국

결혼식을 올린 지가 겨우 2개월도 지나지 않은 박영문은 아버지 박응춘과 어머니 이양신 그의 아내와 함께 아침식사를 마치고 만세현장으로 가기 위하여 마당으로 나왔다.

그의 신부도 신랑을 따라 나왔다. 그의 신부가 싸리문 기둥을 잡고 서서 무사히 다녀오라고 인사를 한다.

16세의 어린 신랑 박영문은 신부의 인사를 듣는 둥 마는 둥 인사 소리를 뒤로 한 채 그의 생각에는 오로지 만세현장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의 어린 신부는 멀리 사라져 가는 신랑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무사하기만을 기도하고 있었다. 그 신혼부부에게 이 순간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될 줄이야 꿈에서나 생각 했을까.

현장에 도착한 박영문은 서울에서 급파한 김병수와 김종현, 김철환, 이시형 등 익산지역의 민립학교 학생들과 같이 준비한 태극기와 독립선언서를 수백 명의 독립인사들에게 배포하였다.

드디어 기다리던 만세운동이 시작되었다. 큰 깃발을 높이든 문용기 선생의 등뒤에서 조선독립만세, 조선독립만세를 연호하는 그에게 착검한 일본 헌병들이 양쪽에서 달려들었다.

그의 복부를 사정없이 찌르고 총 개머리로 강타하였다. 그 는 배를 움켜쥐고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러나 다시 일어났다. 그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하여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그리고 박영문 학생회장이 서 있는 쪽으로 달려온 헌병들은 사정없이 그의 가슴과 이미 큰 상처가 있는 배를 다시 찔렀다.

붉은 피가 적삼을 적셔 내리면서 밖으로 내 품었다. 그러고도 그는 다시 일어섰지만, 그가 일어나는 순간 찰상을 입은 복부에서는 내장이 땅바닥으로 쏟아 내렸다.

그는 양손으로 쏟아지는 장기를 움켜쥔 채로 다시 일어서려고 사력을 다 하였지만 모든 기력이 탕진된 상태였기에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아 이 위대한 대한의 남아여 ”꼬마신랑 박영문은 16세의 도남학교학생 회장으로써 민족해방의 제단 앞에 거룩하고도 숭고한 투혼을 발휘하였다.

오늘도 우리의 심령 속에서 그의 아우성이 메아리치고 있다. 또한 초조한 하루가 끝날 무렵이었다. 싸늘한 시체가 된 꼬마신랑 박영문이 지게 위에 지워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가족들은 하늘이 꺼지고 땅이 무너지는 슬픔에 오열하였다. 아침까지만 해도 다정하게 웃어주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토록 사랑하는 신랑이 헌병의 총칼에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신부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감내하지 못하고 끝내 실신하고 말았다.

그 외에도 수백 명의 부상자가 발생 될 정도로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는 헌병들의 총칼 앞에서 맨 주먹으로 항거한 독립 인사들은 사선의 공포를 넘어 자주독립을 외쳤다.

그러나 일제의 굴욕적인 노예로 살아가기보다는 이렇듯 장렬하게 투혼을 발휘한 시간들이 이 악독한 왜경의 총 칼을 넘어 이민족의 고난에 동참하여 그 고난에 십자가를 지고 가면서 자유로운 한 인간으로 해방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 전 세계로 확산된 3.1 독립운동

선교사들의 활략  익산지역의 여러 교회들은 구속인사의 석방을 위하여 새벽마다 교회에 나가 눈물로 기도를 올렸다. 그 당시 동련교회와 고현교회 당회장이던 부 위렴 선교사가 쓴 선교 보고서에 의하면, 13세의 어린 소년이 팔뚝에 총알이 관통하여 개정병원으로 가서 치료하고 있을 때 부 위렴선교사는 심방을 갔었다.

그 자리에서 소년에게 물었다 “네가만세를 외치면 군인들이 총을 쏜다는 것을 몰랐었느냐”고 묻자 ‘알지요 하지만 꼭 만세를 불렀습니다’라고 소년은 대답하였다.

2주 후에는 소년의 팔에서 총알을 빼 내고 퇴원할 때 선교사는 다시 물었다. “내가 지금까지 격은 모든 괴로움에 비추어 볼 때 시위대열에 참여한 일을 후회하지 않느냐” “아니요 이민족의 자주 독립을 위하여 할 일을 하였을 뿐이오”라고 말하였다.

삼기 서두교회의 당회장인 마루덕 선교사는 구속된 교인들의 가정을 일일이 심방하며 위로하여 주었다.

또는 이리경찰서에 찾아가서 박병렬 장노와 수감자들의 석방을 위한 특별 면회를 신청하는 등 그 당시의 만세운동사건 내용을 조사하여 미국 국회와 교계 인사들에게 알리는 등의 석방운동에 위협을 느낀 일제는 구금되어있는 독립 인사들을 제판절차도 거치지 않고 석방하였다.

세계 민족운동의 도화선  1919년 3월 10일 밤 9시를 기하여 16개면 전역에서 확산되어나간 독립만세운동이 5월 말까지 일어난 점으로 보아 수십여 차례의 만세운동이 있었다.

4월 4일에는 한 사건에서 6명이 순국하고 39명이 경찰서에 구금 되었다. 그리고 수십 명의 중상자가 개정병원으로 이송되었다.

팔봉 배 못에 사는 김종길 외 수십 명이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할 정도의 심한 중상을 입게 되었다. 이날 일제의 잔인한 제압으로 너무나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게 되었다.

그러나 3.1운동은 우리민족의 독립 의지를 전 세계만방에 과시하였으며, 이러한 국민운동은 중국 상해임시정부를 수립할 수가 있었다.

또한 강압적인 무단통치가 종식되고 교활한 문화통치 시대로 바꿔지는 계기가 되였다. 지역발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익산에서 이리로 인구의 이동이 이루어졌고 학교, 병원, 우체국이나 경찰서 등 각 기관들이 설립 되었다.

또는 독립운동이 상해와 만주 등지에서도 무장독립운동으로 발전하여 나가는 촉진제가 되었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5.4운동, 인도에서는 민족주의자 간디를 중심으로 무저항 불복종 운동(사타그라하)이 전개되었다.

이집트에서도 반영 자정운동, 터키 등 전 세계적으로 민족운동의 도화선이 되어 나갔다. 해방 후 기념행사  1948년 태평양전쟁에 실패한 일제의 군국주의가 우리를 향해서 손을 높이 들었다.

억눌린 감정을 폭발하면서 우리국민은 거리로 나가 태극기를 높이 들고 해방의 감격을 환호하여 나갔다.

이때에도 우리익산의 민족 지도자들은 해방의 기쁨을 맹목적으로 환호하기보다는 일제의 강제 앞에 생명을 걸고 나아가다가 순국하신 열사들을 기념하기 위하여 구시장 대교농장 앞에 모였다.

김병수, 오덕근, 김한규, 배헌, 천도교 교구장 박영진, 이정, 고충권, 김종길 등의 애국지사들과 유족대표  문열사의 자제 문창원, 문창렬 씨의 부인 정애경씨(사랑병원요양), 박병렬의 아들 박판태(캐나다이민)등 수십의 과거 독립 인사들이 모였다. 기념행사가 계속되면서 대교농장 정문 앞에 순국열사비를 건립할 수  있었다.

문 열사의 사건기록이 담긴 병풍(국가기록문서보관중)을 펼쳐놓고 병풍 위에 문열사의 조카 며느리 정애경 씨가 뒤지 속에 숨겨온 문열사의 피에 얼룩진 수의를 걸어놓고 추도 행사를 매년 계속하여 나오다가 천안 독립기념관을 개관할 때 국가에 기증하였다. 

▣ 맺는말

3.1만세 운동이나 의병운동 특히 3.1운동의 인물들을 배출한 민립학교운동, 신간회운동, 항일민족학생 운동 등을 연구하기 위하여 그때 상황의 현장을 찾아 구전전승자 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연구를 통하여 익산지역의 역사적 사실과 그 진실 앞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러한 연구들이 그때의 상황의 사실들을 얼마나 확실하게 재현하여 낼 수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지워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학자들은 지금까지의 역사연구 기록들이 거시사적 역사연구방법인 강자의 전기나 공로를 위주로 역사를 조명하는 실증주의적 역사연구방법에만 매달려 나왔다.

이러한 연구방법은 자기집단을 부각시키고 혹은 자기 집안의 명예만을 강조하는 역사기록들 외에도 사회적 파벌을 양산하고, 행정적으로(국가보훈처유공자 심사기준) 적용될 때는 얼마나 많은 구조적 모순을 양산시켜 나왔느냐하는 점을 주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필자가 주장하는 미시사적인 역사 연구방법은 어느 시나리오의 줄거리들을 원론과 각론을 왕래하면서 특히 힘이 없는 민중들의 이야기를 테마화하는 연구방법에 그 포인트를 주고 있다.

어느 시대에서나 역사의 최하부(最下部)에서 맴돌고 있는 민중들의 이야기야말로 그 시대상을 가장 명확하게 각인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근대사에 있어 당사자나 유족들이 그 당시에 활동한 고증적 자료들을 앞 다투어 불태워 버리거나 지워버린 점이다.

이렇듯이 역사를 확실하게 실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인하는 작업에서 그 한계에 부디 친 필자로서는 어쩔 수 없이 거시사적인 전통주의를 뛰어넘어 역사적인 상황과 상황을 연결 할 수 있는 미시사적인 역사연구방법을 적용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미시사적 역사연구방법인 포스트모더이즘(postmodernism)적 연구방법으로 익산지역 독립운동의 상황과 상황을 시나리오 화 할 수가 있었던 점이다.

그리고 3.1운동사 연구에서만 봐도 구전전승자들의 이야기, 남전교회의 정군덕 장노, 소진탁 박사, 문열사의 조카 며누리 정예경씨, 류대련씨 이분들을 통한 구전전승 자료가 없었다면 3.1운동사 정리가 불가능한 일이 되었을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순국열사들 중에 문용기, 김병수, 박병렬과 같은 인사들은 그 당시 그 후손이 살아있어서 구전자료라도 우리에게 전승시킬 수가 있었으나, 장경춘 ,서공유, 이충규, 박도현과 같이 후손이 없이 대가 끈긴 열사들에게는 자료의 부족 때문에 순국당시의 전후 상황이야기를 기록할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필자는 계속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 적 역사연구를 통하여 장경춘, 서공유, 이충규, 박도현, 고현교회, 오덕근 서두교회 박병렬 배못 김종길등 그들이 이민족의 고난 속에서 스스로 고난의 십자를 지고 걸어온 순국 혼 불을 밝혀 비춰내고자 한다.

필자는 이러한 연구방법이 독자들에게 많은 의문과 질문을 불러일으킬지라도 어떠한 형식이나 전통적 방법에만 얽매일 수가 없다는 필연성이 나의 대답이 될 것이다. /황성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