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둑한 뱃심에서 우러나오는 일꾼의 소리~

노동요는 말 그대로 일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노래란 놀면서 부르는 또는 노래방에 가야 부르는 것 쯤으로 여기는 요즈음 사람들에게 일을 하면서 노래 부른다는 사실이 어색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중가요가 지금의 자리를 차지하기 이전에는, 우리 민요의 상당 부분이 일과 관련되어 있었다.

일하는데 왜 노래가 필요했는지에 대해 민요 제보자들은 “노래 없이 일할 때보다 노래하면서 일을 할 때 일의 능률이 훨씬 높고, 힘이 덜 든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노동요가 존재하는 이유를 가장 단순하고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표현일 듯 싶다.

즉 노동요는 박자에 맞게 동작을 일치하게 하여 일의 능률을 높여 줄 뿐 아니라, 고되고 하기 싫은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청량제 역할을 했던 것이다.

농사일이 기계화되고, 대중가요가 우리의 음악문화를 잠식해 버리기 이전에는 우리 생활 곳곳에 민요가 있었다.

논일을 할 때도, 고기를 잡을 때에도, 길쌈을 하거나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음악도 특별한 무엇이 아닌, 우리가 평상시 하는 ‘말’처럼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우리말을 닮은 노래” 아마도 민요의 음악적 특징에 대한 가장 적절한 설명일 듯하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우리는 주변에서 말의 높낮이가 길이를 조금만 달리하면 노래처럼 들리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책을 읽을 때에도 노래하듯이 하는데, 옛날 서당에서는 한시를 외우기 위해 민요풍의 선율에 얹어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또 사람이 죽었을 때 상가에서 들을 수 있는 곡소리에서도 민요풍의 선율을 찾을 수 있다.

마치 어린아이들에게 따로 말을 가르치지 않아도 저절로 배우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민요가 우리말을 닮았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또 한 가지는 각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음악 어법이다. 학자들은 이를 ‘토리’라고 하는데, 이는 말의 ‘사투리’처럼 지역적으로 독특하게 드러나는 특징이다.

그렇다면 이런 토리로 불리는 노동요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조사되어 있는 기능을 살펴보면, 노동요는 논농사, 밭농사, 어업, 축산, 임업, 건축, 운반, 길쌈, 가사노동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다양한 일을 하면서 불려졌다.

또 가마 메는 사람들인 교군들이나 구마종 집단이 부르는 노래, 대장장이들이 부르는 노래, 나무꾼이나 초군, 벌목꾼 집단의 노래, 역꾼 집단의 노래 등 직업별로 그들만의 독특한 민요들을 부르기도 하였다.

고된 노동속에 피어나는 노래 가락

한편 노동요의 기능의 다양하고 종류가 많은데 비해 음악은 그리 다양하지 않다. 민요는 각각의 악곡이 독자적인 선율로 이루어지기보다 유형별로 묶여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민요는 지역별로 몇 가지 선율 유형을 가지며, 대부분 이들 곡의 선율을 변용시키는 방법으로 많은 수의 노동요들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때문에 민요는 음악적인 유형화가 가능하며, 노동요의 종류나 많은 악곡이 존재하지는 않는 것이다.
이렇게 기존 선율의 변용으로 만들어진 민요는 사람들에게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느낌을 주어 친숙해지고, 쉽게 익혀지는 장점을 가진다.

전승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민요는 이런 방법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다. 앞서 노동요의 존재 가치는 생산성의 증대와 고통의 감소에 있다고 했다.

노동요에 있어 음악이 주는 효과는 그 어떤 장르의 음악보다 더 감동적이다. 노래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의 일, 그 일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노동요인 것이다.

그 일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노동요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때문에 노동요를 통해 우리는 평생을 땀 흘려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들을 수 있다.

그들은 잠시 노동의 고통을 잊으려 노래한 것이 아니다. 고난을 맞닥뜨려, 그것을 회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스스로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건강한 포용력이 노동요에 있다. 고된 노동의 현실에 거부하거나 체념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즐겁게 받아들이려는 태도, 또한 담겨있다.

요즈음 대중가요에서 부르짖는 사랑 이야기가 다분히 현실 도피적인 것에 비해 우리의 노동요는 얼마나 현실 지향적이고 건강한가. 그것은 억지로 힘을 주어 소리하는 것이 아닌, 평생 일로 단련된 두둑한 뱃심에서 우러나오는 일꾼의 소리이다.

들판에서, 산에서, 바다에서 마음 속 이야기들을 한껏 질러 내던 소리..., 바로 노동요에서 들을 수 있는 건강한 삶의 가락이다. /김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