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간의 풍년을 기원하는 민속놀이 기세배

익산기세배는 금마면 동고도리 소재로 현재 지방무형문화재 제25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익산기세배 놀이는 전북지방의 대표적인 민속놀이 가운데 하나이다.

기세배는 농경문화를 대표하는 놀이로서 옛 마한과 백제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정월 대보름의 민속놀이이다.

금마 12개 마을이 한자리에 모여 농사의 신에게 풍년을 기원하고 마을끼리의 협동심과 연대감을 조성시켜 주는데 이 놀이의 목적이 있다.

마을의 농기(두레기)를 앞세워 마을의 서열에 따라 기를 수그려 인사하는 의식이다. 유래는 옛 군기 및 백중 전후의 술멕이 풍습과도 연관이 있다.

이웃마을 간의 단합과 협동정신을 배양하고 선의의 경쟁의식을 유발함으로써 건전한 싸움을 벌이며 놀았다.

지금 기세배가 전승되고 있는 전라북도 익산군 왕궁면과 금마면에서는 마을이 합동으로 기세배를 행한다.

기세배를 하기 전날 밤이나 그날 새벽, 간단한 제사를 농기 아래에서 드린 다음 제사가 끝나면 농기맞기에 들어간다.

이에는 대장리, 옥동부선생 동네, 건지리, 구정리, 서계리, 서편마을, 누동교동, 향교골, 신촌, 도천동, 행정, 원촌, 황복골 등이 참여한다.

참가 구성원은 좌상, 공원, 총각, 머슴, 사령, 기받이 그 밖의 풍물꾼 등이다. 기물로는 꿩장목이 달린 농기, 소동기, 삼지창 달린 영기 그 밖의 악기를 준비한다.

농기 맞이는 가장 어른마을인 성생마을 소동기가 막내마을의 농기를 맞이하러 가는 데서 시작된다.

기의 서열을 따지는 것은 두레공동노동집단의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기세배가 끝나면 각 마을은 대장리 마을기를 필두로 한마당 풍물관을 벌인다.

실시 시기에는 금마에서 정월 십오일에 실시되고 왕궁에서는 칠월 백중에 실시되었고 농군의 칠원 백중놀이가 성함에 정월 기세배가 두레는 다 끝난 칠월 백중놀이로 넘어 간듯 하다.

기세배의 유래

이 기세배 놀이는 일명 "농기세배"라고도 하는데, 정월 세배절기를 맞이하여 여러 마을 농군들이 농기를 앞세우고 형 마을부터 차례로 찾아가 기세배를 교환하고, 한 곳에 모여 풍물과 기놀이 등을 즐기며 한해 풍년을 기원하는 놀이었다.

본래 이 놀이는 그 마을과 가까운 익산시의 왕궁이나 군산의 옥구지역, 김제지방에서도 실시되었고 익산의 함열 지방에서는 농기빼기라는 형태로 행하여지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기세배의 연원은 정확한 고증을 내릴 수는 없으나 마한의 중심지였다고 전하는 익산시의 금마면을 중심으로 삼한의 농신을 모시는 농경의례와 지천의식에서 전래된 것이라고 볼수 있을 것이다.

다음날(정월보름날) 선생마을의 소동기가 11개 아우마을로 차례로 찾아다니며 선생마을로 인도한다.

이 때 선생마을의 광장에 모인 11개 아우마을 농기들은 차례대로 선생마을 농기에 대하여 정중한 세배를 드리고, 아울러 서로 세배를 교환하면서 즐거운 농악놀이와 기술적인 기놀이로서 서로간의 친목을 다지는 놀이다.

기세배의 문화적 의미

기세배의 흥을 복돋워주는 풍물가락에는 신과 인간, 자연과 인간, 죽은자와 산자,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을 하나로 이어주는 힘이 있었다.

이 풍물판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서로 동질성을 느끼고, 서로를 강하게 묶어주는 힘의 원천을 그들이 신명나게 울리는 풍물가락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익산지역에 남아있는 몇 안되는 무형문화재 중의 하나로서도 그 희소성과 중요성이 높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또한 부안 등지의 마을축제가 마을 주민들 사이의 공동체정신을 추구하는 의식이라면, 익산의 기세배는 마을과 마을의 유대관계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현대적 의미의 축제로 활성화하고 기세배의 절자와 의미에 대하여 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는 세대가 사라지기 전에 그 전 과정을 복원하는 노력이 더욱 절실한 현실이다.

익산기세배 전수교육관

그러한 과정에서 노력의 일환으로 익산 기세배전수교육관이 개관하였다. 익산기세배 놀이 전수관은 금마면 동고도리 왕궁으로 가는 길목에 문을 열었다.

현재 기세배 놀이는 익산기세배 보존회가 계승시키고 있고, 기세배 놀이를 전수 받고 싶은 시민들은 누구나 전수교육관을 이용할 수 있으며, 야외놀이마당과 교육실은 시민들에게 무료개방되고 있다.

전시관 개관으로 전통 민속놀이인 기세배 놀이에 관심을 갖게 되는 소중한 계기가 되고 있다. /김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