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우리나라에 진출한 수리개간업체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이 불이흥업주식회사이다. 이들은 1904년 한국에 들어와서 전라북도 익산군과 옥구군 지방에 농장을 설립하였다.

이들은 1920년부터 3개년에 걸쳐 당시 섬이었던 무의인도 : 현재 옥서 옥봉리)까지의 6km와 알산도에서 어은리까지 8km등 총 14km의 방조제를 축조하고 개간 하게 된다. 이곳은 기후 조건이 좋고 중앙에 322정보의 대저수지(옥구저수지)가 있어 농경여건은 완전하였다. 

군산에서 원거리인 남부지역은 조선인에게 소작을 주고, 가까운 북부 1,000정보는 일본인을 이식하였다.

경성에 본점을 두고 전북농장, 서선농장, 옥구농장, 철원농장, 군산불이농장, 군산지소부 등의 6개 농장무역, 개간, 수리관개, 부동산위탁관리, 신탁업도 겸했다.

1904년에 일본 오사카에 본점을 둔 대판등본합자회를 한국에 파견하여 쌀, 잡곡, 쇠가죽 등의 구매와 일본 상품의 수입 업무를 맡겼는데, 후지는 그 이후 고리대금업과 무역업으로 자본을 축적하여 1914년 따로 불이흥업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불이흥업주식회사의 농장설치 과정은 일본인들로부터 비난받을 만큼 기만적인 것이다. 이 회사는 총독부로부터 황무지를 사들여 조선인 농가로 하여금 개간시키고 그를 다시 소작시키는 방식으로 막대한 토지를 집적했다.

1920년대에는 총독부 당국이 산미즉식계획을 추진하는 상황을 이용하여 농장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수리시설 사용비 등의 명목으로 소작농을 가공하게 수탈함으로써 자본을 늘려나갔다.

이 무렵 불이농장의 농지를 경작하는 소작농가는 1만여 호에 달했다. 이 회사의 농장경영은 가혹하여 각지의 불이농장에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소작쟁의가 발생했으며, 특히 1920년대 중반부터 약 6년에 걸쳐 전개된 평안북도 용천 불이농장 소작쟁의는 일제강점기의 최대규모 소작쟁의 중 하나로 꼽힌다.

■일제강점기 소작쟁의

농민운동은 1920년대의 소작쟁의에 이르러 본격화되었다. 1910년 전후에 의병전쟁에 전력을 쏟았던 농민이 대한제국이 멸망하자 앞길을 잡지 못하고 있던 때 일제의 조선총독부는 1910~1918년에 토지조사사업을 강행하여 농민의 처지를 더욱 곤궁하게 만들었다.

토지조사사업으로 전국토의 62%를 조선총독부가 차지하고, 농토에는 식민성 지주의 수탈체제를 확립하였다.

그리하여 일제하의 농촌구조는 지주와 소작농이 양극화되었고, 77.2%의 소작년대의 산미증식계획이라는 쌀수탈 증대계획과 비례세제(역누진세)로 말미암아 더욱 심화되어 소작농이 증가하여 갔다.

그러므로 일제하의 농민운동은 본인 의 흑교농장에서 일어난 것이 기록상 최초인 것이다. 소작쟁의가 해마다 증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일제가 지주적 수탈체제를 기반으로 한 식민통치를 강행함으로써 한국농민의 80% 가량이 소작농으로 전략하여 소작농의 문제는 곧 민족문제로 부각되어 민족운동단체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는 점이다.

둘째는 1914년 이후 종전에 30%에 머물러 있던 역둔토와 궁장토 즉, 이른바 국유지에 대한 소작료를 50%로 인상하였다.

그 뒤 소작료가 70% 전후로 올라 1022년 진주 소작노동자대회에서는 소작료를 50%로 내려달라고 요구할 정도였고, 1929년 용천의 불이농장에서는 수년간의 소작쟁의 끝에 조정된 소작료가 58%일 정도로 조작료 수탈이 가혹하였다는 점이다.

셋째는 동양척식주식회사나 불이흥업주식회사 같은 농업회사가 앞장서서 농업수탈은 물론, 고리대금 등으로 소작농민을 착취하고 있었던 점, 그리고 소작농은 수리조합비, 비료대, 소작료운반비, 그 밖에 공과금까지 부담하였고, 봉건적 착취도 남아있어 지주에 대하여 무상으로 노역까지 제공할 정도로 착취 받고 있던 점이다.

넷째는 이러한 상황에서 일제는 대량의 쌀을 일본으로 유출하여 농촌에는 절량농가가 속출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1932년 조선총독부의 통계에 의하면 48.3%의 농가가 절량농가였고, 그 가운데서 소작농이 많은 남한지방이 55.5%였다고 한다. 그러므로 한국농민의 생존방안은 소작쟁의 이외의 길이 없었던 것이다. /김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