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입니다. 여느 때보다 일찍 찾아온 더위에 모두들 ‘덥다, 더워!’를 연발하면서 저마다 시원한 해변이나 계곡을 꿈꿉니다. 한해의 절반을 보내고 재충전에 나서는 여름휴가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매년 약속된 선물 같은 시간입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자연과 새로운 문화를 즐기다 보면 그동안의 묵은 스트레스가 일순간에 사라지는 듯 하지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휴가 여행을 떠났다가 주의하지 않으면 식중독, 설사, 전염병, 눈병, 일사병 등에 걸려 몸이 상해 돌아오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여행을 알차고 즐겁게 보내려면 여행 시 발생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건강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대비해야 합니다. 특히 환경변화에 적응력이 떨어지는 어린이나 중장년 이상의 성인병 환자들이 조심해야 합니다.
간혹 야외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평소에 대수롭지 않게 보이던 상식이나 경험이 아쉬운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때 알아두면 유용한 응급 처치법을 알아보겠습니다.
물놀이가 위급상황으로 돌변
여름이니만큼 우선 물과 관계되어 생기는 사고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집중호우로 물에 쓸려가거나 보트가 뒤집힌다거나 물놀이 중에 익사사고가 종종 발생하기도 합니다. 물에 빠졌다가 구조된 사람의 배를 눌러 물을 토하게 해서는 안 되며, 숨을 쉴 수 있도록 기도를 유지하는 자세를 취하고 인공호흡을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때 의식이 없더라도 호흡이나 맥박이 뛰고 있으면 금방 생명이 위태로운 것은 아니므로 편안하게 뉘인 뒤 안정을 시키고 회복자세를 취하며 몸을 모포 등으로 따뜻하게 해줍니다. 흔히 배를 눌러서 먹은 물을 토해내는 장면이 영화나 TV에 자주 나오는데, 이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입니다. 이렇게 구토를 유발하면, 먹은 물뿐 아니라 음식물 등의 위 내용물이 같이 나오다가 숨쉬는 길을 막아 오히려 숨을 못 쉬게 할 수도 있으며, 숨을 쉬더라도 폐로 흡인되어 이후에 흡인성 폐렴 같은 나쁜 질환을 얻게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맥박과 호흡이 확인되지 않으면 즉시 인공호흡과 심장마사지를 실시하도록 하며 빨리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합니다.
불볕더위 아래 더위 먹은 몸
일사병은 무더위에 오래 노출됨으로써 발생합니다. 오랜 시간 열을 받아 체온이 상승하여 40℃ 이상으로 고온상태가 되고 체온조절 작용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이것은 그 정도와 발생 기전에 따라 몇 단계로 세분되지만 중요한 응급 처치는 모두 비슷하므로 같이 묶어 생각해도 큰 무리는 없습니다.
일사병 환자가 생기면 일단 환자를 가장 서늘한 곳으로 옮기고 의복 등을 벗겨서 체온을 떨어뜨리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물에 적신 모포 등을 덮어 주면서 계속 갈아주면 더욱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모포가 없으면 물수건을 이용해도 됩니다. 그러나 찬 얼음물을 직접 뿌리는 것은 피부 혈관을 수축시켜 열이 발산하는 길을 차단하기 때문에 좋지 않습니다. 또 이런 환자는 땀을 많이 흘려 체내에 염분이 고갈된 상태일 수도 있으므로 시원한 이온음료를 준비하여 염분을 보충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나 소금정제는 섭취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생명이 위중한 열사병인 경우 기도, 호흡, 맥박을 유지하면서 신속히 이송해야 합니다.
맨발의 청춘, 베이고 찔리고 까질 때
산이나 바다 등 야외에 산재하는 날카로운 물체들은 노출된 피부에 깊은 상처를 내기 쉽습니다. 이때 동맥에 손상을 받으면 출혈의 정도가 심해서 심각한 위험을 동반할 수도 있으므로 일단 상처 부위에 출혈이 있으면 피의 성질을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처가 깊지 않고 피의 색이 검붉으며 출혈 부위를 압박할 때 쉽게 멎으면 정맥으로부터의 출혈이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반대로 깊은 부위에서 선홍색의 피가 박동을 치면서 뿜어 나오면 동맥의 손상을 의미하므로 다음의 요령으로 응급 처치를 하여야 합니다.
우선 환자를 눕히고 가능한 한 상처 부위를 높입니다. 그 다음 상처 부위를 살펴서 상처를 낸 물체, 예컨대 유리나 나무 조각 등을 눈에 띄는 대로 모두 제거하는데 이때 상처 속에 있는 물체를 찾느라 상처를 후비는 일은 절대 삼가야 합니다. 깨끗한 수건이나 헝겊을 상처 부위에 대고 눌러서 지혈을 시도하면서 그보다 심장에 가까운 부위를 단단히 묶도록 합니다.
그러나 이때에도 지혈을 목적으로 고무줄 등으로 졸라 묶는 것은 전체의 혈액 순환을 차단시킬 수 있으므로 좋지 않습니다. 만일 상처 부위에서 출혈이 계속되어 피가 배어 나오면 상처를 누르고 있는 수건이나 헝겊을 풀지 말고 그 위에 다시 조금 더 센 힘으로 묶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덥다고 무작정 들이킨 맹물에 탈납니다.
더운 날씨에는 물을 많이 먹게 됩니다. 수분 보충은 탈수를 예방하는 처치도 되지만 덥다고 갑자기 단시간에 물을 많이 먹으면 오히려 이로 인해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염분이 들어 있지 않은 맹물을 많이 먹는 경우 생체 전해질의 희석으로 인하여 ‘물중독’이라는 상황까지 유발할 수 있습니다.
증상은 머리가 아프고 토하기도 하며 심한 경우 의식이 혼미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덥다고 갑자기 많은 물을 먹지 않도록 하며, 수분 섭취 시 이온 음료 같은 전해질이 포함된 음료를 적정량 섭취하도록 합니다.
휴가지 아마추어 요리사의 손은 화상투성이
야외에서 취사도구 등을 다루다가 화상을 입을 경우에는 먼저 화상의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알기 쉽게 구분하자면, 피부가 빨갛게 변하기만 했으면 1도 화상, 물집이 잡히면 2도 화상, 화상 부위가 회색이나 하얗게 변하면서 통증을 느끼지 못하면 3도 화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도 화상의 경우에는 그냥 두어도 좋으며 2도 이상의 화상이 문제가 됩니다. 2도 이상의 화상을 당했을 경우에는 우선 화상 부위에 있는 물체(옷, 신발, 반지 등)를 모두 제거해야 합니다. 그 후에 화상 부위의 통증 감소와 세척을 위해 차가운 물에 10분 이상 담그도록 합니다. 그러나 옷이 화상 상처에 달라붙는 경우는 억지로 분리시키지 말고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 통증이 감소되면 깨끗한 천으로 화상 부위를 감싸서 보호하여야 하는데 이때 주
할 점은 연고나 크림 등 외용약품이나 소주, 된장 등을 함부로 바르지 않도록 합니다. 또 화상 부위에 솜 등을 사용하면 상처에 솜이 달라붙어 나중에 상처 관리가 어렵게 되므로 주의하여야 합니다. 상처를 모두 감쌌으면 화상 부위를 가능한 한 높이 유지하여 부어오르지 않도록 하면서 병원으로 이동하면 됩니다.
이와 같이 야외로 여행을 떠날 때는 기후와 환경조건을 예상하여 이에 맞는 간단한 구급약을 준비하고 작은 응급처치 책자와 지도, 가까운 병원 연락처 등도 필수 준비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