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은 미륵사지 사리장엄 발견에서 볼 수 있듯이 1400년 백제시대의 고도로 남북에서 서해로 흘러가는 만경강과 금강을 낀 평야지대여서 역사 속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와 산업상의 중심지로서의 여건을 갖추고 있었다. 요즘처럼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의 선조들은 수로(水路)를 따라 경제와 산업, 문화를 받아들이고 또한 이러한 교통상의 이점이 익산지역을 역사, 문화적으로 성장시켰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곧 수로는 청동기 시대부터 선조들의 삶의 기반이자 문물의 소통의 통로로 요즘의 고속도로 이상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는데 선진문물의 정보와 소식이 수로를 통해 전해졌고 미륵사의 건립이나 익산백제왕궁지 조성 등도 수로 때문에 가능했지 않았나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미륵산 기슭에서 발원.. 만경강 제1지류 탑천

이러한 물줄기가 우리의 도심 주변에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인데 익산시 금마면 기양리 미륵산 기슭에서 발원한 망동천(望洞川)과 기양천(箕陽川)이 신용동과 황등면 황등리 사이의 허리다리〔腰橋)에서 합류하여 이루어진 하천인 탑천(塔川)은 만경강의 제1지류로 유역의 대부분은 경지와 구릉지로 구성되었으며, 농경문화를 고스라니 담고 있는 농촌 마을들을 어우르며 흐르고 있다.

전라북도 지방2급 하천인 탑천은 만경강의 지류인데도 시민 80% 이상이 친수 공간으로 생각하지도 않았으며 도심 주변을 흐르는 하천이라는 것보다는 농수로이상도 이하도 아닌 물길로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호남평야의 젖줄로 우리나라 농경의 역사를 대변해 온 강과 하천에선 서민들의 삶과 전통 문화,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특히 한때 나라 안에 3대제 중 하나였던 요교 옆 황등제호(黃登堤湖)가 얼마나 큰 곡창지대의 제방의 역할과 중요성을 떠안고 있었는지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현재 황등제는 완주의 대아리저주지와 경천저수지가 만들어지면서 필요성이 감소하여 일제시대 경지정리 공사로 인해 그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지만 1670년경 유형원의 반계수록과 18세기 후반 증보문헌비고에 의하면 김제의 벽골제와 더불어 대제라 불렸고, 길이가 900보요, 호의 둘레가 25리로 호수의 남쪽과 서쪽을 구분하는 호남·호서의 유래가 황등호로부터 나왔다고 설명되어 지고 있다.

부여⇒금강⇒서해⇒만경 회현⇒익산 어은리⇒황등호⇒용순리⇒미륵사
이러한 기록으로 볼 때 황등호에 인접한 탑천은 황등호와 더불어 수로의 그 역할이 수원이 턱없이 모자라는 자연 상태에서는 감당해 내기에 버거운 형편이었을 것으로 추측되며 ‘익산의 선사와 고대문화’라는 책자를 보면 “ 백제의 임금이 부여에서 나와 금강하루로 내려와 군산을 돌아서 만경과 회현사이로 흐르며 서해로 유입되는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와 황등제를 거쳐 미륵사로 들어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탑천은 배로 무왕과 미륵사지를 가는 통로가 아니었을까 싶다.

탑천변 길 ‘슬로우 스트리트’
풍경있는 여유.. 느림의 선택

이러한 탑천이 지난해부터 일부 시민들에게서 도심 주변 친수공간으로 재발견되어 익산시가 ‘슬로우 스트리트’라는 개념으로 도시민의 생활에 여유를 주는 공간으로 조성하고 있고, 전라북도는 ‘고향의 강’사업으로 탑천을 선정하여 수해를 막고 수질을 개선하며 유량을 확보하면서 지역 특색과 경관에 맞는 친수공간들을 조성, 지역 랜드마크(land-mark)로 부상시키겠다고 하고 있다.

탑천이 군산까지 이어져 27.34㎞의 길이가 되지만 도심권에서는 원광대학교 수목원이나 하나로 임상교부터 미륵초등학교, 미륵사지까지 11㎞를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여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나서는 것은 유익한 일일 것이다. 탑천변 길을 따라 걸으면서 접한 주변의 마을의 역사와 문화재, 마을의 조성일화나 전설, 설화 등도 알게 된다면 더욱 더 좋다.

있는 그대로의 천변 길에 농촌의 풍경과 멀리 가까이 보이는 미륵산의 전경을 재미있게 풀어 놓는 탑천변 길을 ‘속도와 편리’라는 현대적 잣대로 자동차로 하나로나 금마로 20-30분이면 될 미륵사지 가는 길이 아니라 자전거를 타면 2시간 정도, 걸으면 5시간, 놓칠 수 없는 풍경과 여유가 있는 느림을 선택하는 순간 잊고 살았던 또한 잊혀진 줄 알았던 우리의 역사와 지역의 문화가 새롭게 보이는 경이로움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 박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