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재 임대 안될땐 소송” 갈등 시사

이달 말로 예정된 익산보석판매센터 매장 임대만료 시점을 앞두고 보석 매장 직접화 문제가 다시 논란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익산시는 정부와 전라북도의 지원을 받아 올해 개장한 '쥬얼팰리스'에서 보석 판매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익산시 구 보석판매센터에 남아 있는 20개 업체들은 이곳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 사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은 보석판매센터 건물 소유주인 전라북도인데, 기존 업체에 매장을 재임대할지가 관심거리다.

익산시는 보석판매센터를 용도폐기하고 다시 임대 해주지 말 것을 전라북도에 요청한 상태지만, 센터 상인들은 임대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법적 투쟁이라도 벌일 조짐이다.

16개 업체 집적화 거부

익산시는 지난 9월 왕궁면 보석테마관광지 부지에 '쥬얼팰리스'를 개장했다. 쥬얼팰리스는 일종의 보석백화점인데, 2층 건물에 75개의 보석 매장이 영업 중이다. 

익산시가 보석산업고도화사업 또는 보석클러스터사업의 일환으로 '쥬얼팰리스'를 개장한 것은 익산시를 보석의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발전시켜보자는 취지였다.

이전에는 익산시 영등동에 있는 '익산귀금속보석판매센터'에 28개 업체가 모여 보석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보석산업고도화사업을 추진하면서 익산시는 이곳 매장을 모두 쥬얼팰리스로 이전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9개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매장이 이곳에 잔류하거나 쥬얼팰리스에 매장을 두고 두 개의 점포를 운영하면서 쥬얼팰리스에 모든 판매장을 이전시킨다는 익산시 계획이 틀어졌다.

12월 10일 현재 보석판매센터에는 20개 매장이 남아 있는데, 쥬얼팰리스와 동시 영업을 하고 있는 업체가 16개, 처음부터 쥬얼팰리스로 이전하지 않은 곳이 3개, 새로 입점한 업체 1개 등이다.

문제는 쥬얼팰리스와 보석판매센터 양쪽에서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보석 매장 집적화를 추진하고 있는 익산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또 쥬얼팰리스로 완전 이전한 9개 업체와의 마찰도 있다. 

"한 곳만 선택하라"

몇몇 업체가 기존 매장과 쥬얼팰리스를 오가면서 동시에 영업을 하고 있는데 대해 익산시와 쥬얼팰리스 입점 업체들은 한곳만 선택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익산시 관계자는 "2004년부터 여러 차례 간담회와 토론을 거쳐 사업을 진행했는데, 출퇴근 거리가 멀다거나 기존 보석판매센터에서 발생한 기득권을 잃는다는 이유로 계속 이곳에 남아 있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익산시는 지난 10월 전라북도에 공문을 보내 "보석센터 내 매장 사용허가 중지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연례적으로 해온 임대계약 연장을 해주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쥬얼팰리스협의회' 관계자는 "판매센터에 남아 있는 업체가 자기주장을 하는 것은 좋지만 쥬얼팰리스에서 장사하며 총회의 의결사항을 따르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상인들의 입장"이라며 "차라리 이럴 거라면 이곳을 떠나서 보석판매센터에서만 영업을 하면 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지에서 손님을 맞이할 때 일부 상인들은 진짜 좋은 물건은 보석센터에 있다고 홍보하기도 한다"며 "이렇게 되면 쥬얼팰리스로의 매장 집적화 취지가 무색해지고 관광객들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쪽에서 영업하는 사람들은 전라북도에 권리금 투쟁을 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며 "쥬얼팰리스에서 장사가 안 된다면 나가면 되는 것이지 굳이 이곳에서 다른 상인들에게 피해를 줄 필요가 있느냐는 반발이 있다"고 말했다.

"영업권 침해하지 말라"

익산시와 쥬얼팰리스 입주 상인들의 반발에 양쪽에서 영업하고 있는 상인들은 익산시가 영업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석판매센터 내에 있는 '익산귀금속보석가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이곳 상인들은 쥬얼팰리스가 시내에서 15킬로나 떨어져 있어 위치가 부적정하다고 말했었다"며 "더구나 양쪽에서 영업하는 것이 영리를 추구하는 상인의 입장에서 보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는 "익산시가 전라북도에 공문을 보내 재계약을 해주지 말라고 요청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이는 익산시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쥬얼팰리스에서만 영업을 한다면 2~3년은 있어야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한 상인들이 2개 점포를 운영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며 "익산시가 당초 계획한 대로 공장부지를 닦아놓고 주얼팰리스를 개장했다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쥬얼팰리스가 개장한지 3개월도 채 안됐는데, 남아 있는 상인들 보고 '죽이네 살리네' 하면 안된다"면서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좀 기다려달라고 주얼팰리스 측에 말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상도덕 논란

보석 매장의 집적화라는 명분과 상인들의 경제적 권리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어떤 방법이 상인들과 보석산업 발전에 이익이 되느냐가 정책 판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석판매센터에 남아 있는 상인들의 권리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보석산업 발전과 상인들의 이익을 위해 막대한 국비와 도비, 시비를 들여 보석산업고도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상인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게 일반시민들의 시각이다.

특히 익산시가 보석산업 활성화를 현안으로 삼고 집적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데 대해 타 업계에서는 익산시가 지나치게 보석업체의 이익만 대변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할만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도 익산시 상인들의 갈등이 이전투구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지에 좋지 않을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중간적인 입장에 있는 상인 K씨(54. 영등동)는 "이 사안은 개인의 이익을 떠나 대승적인 차원에서 공생의 길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체의 이익을 꾀하는 것이 상도덕 측면에서도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

보석센터 내 매장 임대계약권을 갖고 있는 전라북도의 결정이 집적화사업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오는 31일로 매장 임대 계약이 만료되는데, 익산시의 요청에 따라 재임대 계약이 이뤄지지 않거나, 보석센터 건물을 용도 폐기할 경우 남아 있는 상인들은 자리를 뜰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더라도 양쪽에서 영업하는 16개 업체는 쥬얼팰리스에서 영업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손해가 없는 반면, 쥬얼팰리스에 매장이 없는 나머지 4개 업체는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

전라북도가 수개월 동안 기한을 정해 매장을 정리할 시간을 줄 경우에도 느리기는 하지만 집적화 효과는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북도의 재임대 거부 또는 센터의 용도폐기 결정에 대해 상인들이 반발할 경우 소송과 같은 갈등이 발생할 여지는 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