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는다는 보장만 100% 있다면 당신도 암에 걸려봤으면 좋겠습니다."
유방암을 극복하면서 살아가는 자조모임 '해바라기'의 임혜경 회장은 "아픔으로 건강을 잃었지만 생의 기쁨을 얻었다"면서, 죽음의 문턱까지 가본 사람으로서 삶의 가치가 얼마나 특별하고 경이로운 것인지를 어떻게든 전하고 싶어했다.
"암으로 인해 삶의 풍요로움과 소중함을 체험하게 되었고 지금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두배가 넘는 행복감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녀는 지금 구 동이리역 앞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2006년 9월 유방암 2기 진단을 받고 원광대학교병원에서 수술한 암환자다.
그녀는 일벌레였다. 체력의 한계도 모르고 자신의 몸을 돌보지도 않고 일만 하던 일 중독자였다. 일 만하다보니 가정도 소홀히하고 아이들에 대해서도 소홀히 했다. 오직 일만 바라보고 직선의 삶을 살았다. 뜻밖에 오른쪽 가슴과 겨드랑이 사이 임파선이 약간 부어 병원을 방문해 진단한 결과 유방암 2기라는 선고를 받았다.
행복을 얻기 위해 버려야 할 것들
"지금은 직선의 삶이 아닌 수평의 삶을 살고 있어요. 일만, 앞만 바라보고 살던 직선의 삶을 버리고 이제는 뒤도 돌아보고 좌 우도 돌아보는 수평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녀는 한달에 많아야 한두번 쉬었다. 그러나 이제는 평일에도 이틀을 쉰다. 수요일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미용실 문을 닫는다. 과거에는 남들처럼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저녁 9시가 넘는 시간까지 일했다.
그러나 그녀는 출근시간을 이제 10시 30분으로 바꿨다. 퇴근시간도 7시 30분으로 바꿨다. 이로 인해 수입은 결코 줄지 않았다. 버려야 할 것들을 움켜쥐고 놓지 않았음을 이제는 후회한다. 버림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여유로움과 삶의 행복들을 찾을 수 있는지를 그녀는 암을 통해 깨달았다.
희망과의 만남
그녀의 정신세계를 달라지게 만든 계기는 암 수술 후 입원 중에 원대병원에서 실시하는 음악치료 프로그램이었다. 원광대학교병원에서 수술한 유방암 환우들의 모임인 '해바라기' 회원들은 입원치료중인 유방암 환자들을 방문하여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했고 이들을 통해 음악치료 프로그램을 알았다. 암 수술 후 누구나 겪게 되는 우울증을 접하면서 15주 과정의 음악치료 프로그램은 그녀에게 새로운 변화를 주었다.
해바라기 회원들은, 환자였던 그들이 이제는 건강하게 일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으며, 다시 건강하게 치유되어 살고 있음으로 위로를 주었다.
총 회원수 100여명, 매월 한번씩 만나면서 30여명의 회원들은 유방암으로 수술을 받으려고 준비를 하거나 수술후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을 방문해 희망을 주고 위로를 준다.
그녀가 처음 이들로부터 방문을 받았을 때는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했다. 수술 후 치료과정에서 우울증에 좌절하고 이를 극복하고, 다시 좌절하고. 이 과정에서 만난 '해바라기' 회원들은 어느 순간 그녀에게 희망이 되었다.
암환자에게 가장 큰, '두려움'에 대한 극복을 그들이 도운 것이다.
그녀는 아직도 5년 완치의 기간을 기다리고 있다. 수술후 3년 6개월이 지난 현재도 치료중이고 6개월마다 1회씩 지속적인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녀의 몸에서 현재 암세포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두려움과 비움
"암을 극복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두려움'입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큽니다."
이들에게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큰 이유는 치료과정이 힘들기 때문이다. 항암치료는 죽기보다 더 두려운, 아프고 어렵고 힘든 터널이다.
그녀가 말하는 말기 환자들에게 항암 치료기간은 풍요로운 삶을 잃는 시간이다. 1년동안 마지막까지 항암치료하다 죽으면 그 기간 동안은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고 고통스럽게만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항암치료를 안하면 최소한 6개월간은 풍요롭게 살 수 있다.
"두려움이 극복되면 반대로 폭넓은 삶을 사는 것을 얻습니다. 그 전에 직선으로 살았다면 가로로, 폭이 넓게, 뒤도 돌아보고 옆도 살피고, 항상 감사하고, 욕심없이 살게됩니다. 욕심을 자꾸 버리게 됩니다."
"잘하려 하는 것도 욕심이거든요"
헛되이 사는이들에게
"시간이 많지 않은데...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요."
풍요롭게
그녀는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가족들에게 병자를 감싸주길 바란다. 편안하고 온화하게 감싸주길 바란다. 불안함 때문에 성격이 왔다갔다 한다는 것이다. 짜증나고, 하루에도 몇번씩 변덕스럽게 변하고, 마음에서 오는 병이 더 크다는 것이다.
"짜증나고 불안감이 드는 것도 병으로 보아주어야 합니다."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것이다. 가능한 모든 경험을 하면서 풍요롭게 살고 싶다는 게 그녀의 바램이다. 그녀에게 현재 가장 소중한 것은 '살아있다는 아름다움'이다. /오삼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