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문화재단 정책연구실장 이태호

익산지역 문화예술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줄 익산문화재단이 2009년 12월 공식 출범했다. 문화재단이 열악한 지역문화예술 환경을 개선하고 전시성에 그치는 소극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양지로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가에 지역문화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장에서 실무를 지휘하고 있는 이태호 정책연구실장으로부터 익산문화재단의 방향성을 들어 본다.<편집자 주>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다. 이 말은 문화적 역량이 높은 지역일수록 경제가 발전하고 문화의 가치창출 능력이 경제성장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전에는 경제가 삶의 기반이었다면 앞으로는 문화가 삶의 기반이 되고 경제력이 문화를 선도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문화의 힘이 경제를 선도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 또는 도시 간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문화예술이다. 이때의 문화예술은 도시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이 오랫동안 체화(體化)된 이미지이자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며, 사람들의 감성과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 창의성을 높이고 지식기반사회를 토대로 하는 새로운 지역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지역 특성화 발전전략의 하나인 지역문화예술발전 정책은 크게 지역문화산업발전과 지역문화예술발전정책으로 대변될 수 있다. 지역문화산업발전전략은 지역경제의 활성화 측면을 고려한 것이고 지역문화예술발전전략은 문화 복지 및 지역주민의 삶의 질적인 측면에서 지역성장의 핵심영역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지역문화예술, 특히 기초지자체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하여 문화예술 영역에서도 지역의 고유한 문화적 자원과 원형을 최대한 이끌어 내고 독특한 문화적 콘텐츠를 개발하여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중.후반 부터, 특히 최근에는 광역시.도뿐만이 아니라 기초 지자체에서도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있다. 현재 조사된 바로는 서울의 강남구와 중구, 마포구 구로구 등 4개의 구청에서, 그리고 부천과 부평, 안양, 전주, 익산 등과 같은 기초 지자체인 시(市) 단위에서도 기초문화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국 248개 지방자치단체 중 기초지자체 문화재단은 익산을 포함 20여개의 문화재단이 운영 중에 있다.

모든 지자체 문화재단이 시민의 문화향수를 높이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그 성격에 있어서 기초문화재단은 재단에 소속되어 있는 공연장이나 갤러리 혹은 예술센터(문화센터) 등을 운영하는 것이 주요 업무이다. 전국 20개 문화재단 중 15개(75%)가 현재 이와같이 운영 중에 있다. 이밖에도 문화예술교육사업 13개<65%), 문화예술 지원사업 5개<30%), 문화예술 정책연구 및 개발사업 5개<30%) 등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초문화재단이 이런 소극적인 운영에서 벗어나 중앙 및 지역의 문화예술 환경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10년 앞, 100년 앞을 내다보는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초 문화재단의 기능과 역할이 다시 재고되어야 할 시점이다.

그릇된 정치적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주변의 여건과 환경변화에 의연히 대처 할 수 있는 초석을 다져야 함은 물론 강력한 리더십의 바탕 아래 급변하는 문화예술정책 방향을 읽어내고 정확한 정책방향을 제시하며, 교류와 네트워크를 통한 여론수렴과 여론형성으로 기초지역 문화예술계의 터미널이 되어 새로운 시대 새로운 명분과 논리로 전문성과 공공성에 기반을 둔 문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따라서 익산문화재단 역시 지역의 문화예술진흥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역할 정립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익산문화재단의 역할 정립 방안은 문화재단의 기반 구축, 문화재단의 정체성 확립, 고유한 문화예술 정책 개발, 다양한 네트워크 구축의 구심점, 독창적이고 차별적인 프로그램 개발, 문화예술관련 기반시설 및 시립예술단 운영, 지역축제의 발전방향 모색 등 7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기반구축에는 익산지역의 문화예술에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체계화ㆍ집중화 함으로써 익산의 문화예술인들 뿐만이 아니라 익산시민들이 상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보체계를 구축하는 것 역시 포함된다. 따라서 익산의 각종 문화예술자료 조사 뿐만이 아니라, 문화지표조사 등을 통해 조사된 각종 자료들을 DB화하고 향후 아카이브화 함으로써 자료실, 문화예술도서관 등을 함께 병행하여 운영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익산지역의 특성과 상황에 맞는 재단의 고유한 정책개발을 통하여 뚜렷한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초기 단계인 익산문화재단이 시급히 해야만 하는 것이 바로 재단이 지향해야 할 기본 방향을 정하고 이러한 방향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사업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작업이다. 이러한 밑그림 그리기 작업으로 지원정책의 구축, 다양한 지원 형태 및 프로그램 개발, 그리고 궁극적으로 새로운 문화운동의 모델을 제시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익산문화재단은 끊임없이 문화예술진흥정책을 개발하고 실천함으로써 문화예술분야의 새로운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또한 익산 시민들의 문화향수 실현을 위하여 익산문화재단은 지역의 문화정체성 역시 연구하고 이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예술정책을 수립하여 실행해야만 한다.

지역의 문화예술인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은 비단 익산 지역의 단체들을 대표하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계층과 연령, 지향점을 달리하는 문화예술인들과 두루 소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로 소통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재단 내외에 정착되면 재단은 지역 문화예술계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문화재단의 중요한 역할들 중 하나는 바로 예술가(창작자)와 수요자(향유자)를 연결하는 매개자로서의 역할이다. 따라서 익산문화재단은 이를 위해 독창적이고 차별적인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문화 향유자인 시민들에게 매개하여 건강한 문화예술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있다

문화재단이 중심이 되어 현재 운영 중에 있는 문화 시설들과 단체들을 적절히 활용하고 공유할 수 있는 협조체제를 만들어 그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아울러 문화관련 시설들과 단체들은 각자 독립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지만 독자적인 프로그램 개발에는 한계성을 보인다. 따라서 익산문화재단은 각 부문 별로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공동으로 연구하고 진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청소년 관련 문화 사업은 문화의 집을 통해 개발하고, 사적 자료를 통한 연구는 박물관이나 문화원, 또 예술인 관련 문화 사업은 문예회관을 통한 지원 사업을 구상하여 문화시설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사업의 커다란 유기적 시스템을 만드는 역할이 필요하다.

문화관련 시설과 함께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익산지역의 축제는 소모적인 낭비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익산문화재단은 축제에 대한 올바른 진단과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독창적인 축제를 위해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 내 다양한 축제들과 교류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고 타 지역의 축제와도 교류할 수 있는 통로를 개설할 필요가 있다.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는 불필요한 축제를 통폐합할 수 있는 방법과 발전 가능성이 있는 축제는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확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익산문화재단이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에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는 문화예술계 문화예술정책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말해 단순한 공연장 운영이나 정책의 심의.평가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일부 광역 또는 기초 자치단체들의 경우처럼 적극적으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발굴하고 직접 실행하거나 관련기관과 연계해서 사업을 펼쳐나가는 상황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기존의 문화예술관련 시설과 단체, 사업 등을 전체적으로 문화재단의 틀 안에 수렴해서 여기에 속한 다양한 문화 예술인들과 수평적인 파트너 쉽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사업들을 공동으로 펼쳐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시립예술단이나 민간위탁 문화시설, 그리고 지역의 축제를 포함한 현안 문화이벤트 등을 문화재단이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문화관련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전문대학이나 아카데미 등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방안도 포함시킬 수 있다.

문화재단이 지역 문화예술진흥과 네트워크의 구심점이 되기 위해서는 이에 따른 안정적인 예산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재단은 말 그대로 재단이 아니다. 특히 직접 사업비로 사용할 수 없는 재단의 기본 재산과 사업을 직접 실행할 사업예산은 시민의 문화적인 욕구를 충족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지자체는 문화재단 기금의 효과를 측정하여 그 결과에 따라 기금을 추가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재단에서도 다양한 민간재원을 조성하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기초 문화재단이 이러한 역할 수행을 하기 위해서는 개별사업이 아닌 재단의 정책 및 사업전반을 평가하고 조언할 수 있는 전문가 인력을 확보하여 이들의 의견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기초 문화재단은 해당 지자체의 문화예술정책과 문화현실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여야 한다. 또한 각계의 다양한 전문가.문화행정가들과의 교류를 바탕으로 발전적인 문화정책을 만들어 나아가는 작업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 등 중앙의 정책 입안자들, 각 지역문화재단의 전문 행정가들, 예술단체 및 협회들의 비전과 정책수립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축적하고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정책형성의 리더로서 재단의 역할을 자리매김해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