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인 린(29세)과 정지예(27세)의 바이올린에서 공명한 사라사테의 '나바라'는 스페인의 열정적인 춤을 20평 남짓한 무대와 객석에 거침없이 풀어 놓았다. 입추의 여지가 없이 들어찬 관객 40여명은 가동질치는 가슴을 긴 호흡으로 만지며 몰입되고 있었다.

앞 자리에 앉아있는 초등학생들은 물론이고, 혹은 젊은 남녀와 벗들, 중장년의 부부들은 손만 뻗으면 잡힐 음악 앞에서 그대로 하나가 되었다. 최대의 음역을 자랑하는 악기는 연주자와 관객들의 감성을 온전히 해방시켰다. 좁은 공간이기에 더욱 효과를 누리는 바이올린 연주홀 이었다.지난 6일 목공예방 '나무'(영등동 759-2번지)에서, 대표 박영민씨의 말 처럼 "나의 꿈이자 관객들의 꿈"이 일년 만에 두번째 이루어졌다.

또 그의 바람처럼, 음악을 사랑하는 연주가와 음악을 사랑하는 애호가가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마주할 기회가 이루어진 것이다.가까웁기에, 관객들의 확장된 동공은 현을 비비는 활이 아니라 바이올린 중심부에서 떠는 혼의 막대(魂柱)를 투시하는 듯, 바이올린 그 흑단의 지판(指板) 위에서 빛을 희롱하는 손가락 끝에 취하고 있었다.

 공간의 간극을 빼곡하게 메우는 음악의 향연은 그 너머 음 빛깔의 오로라로 관객을 인도하며 압도한 것이다. 거장은 아니되 명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연주자들 역시 관객과의 일체감을 만나며 경이로움을 감추지 못했다. 단지, 큰 갈채에 그치지 않고 무쇠도 뚫어버릴 듯 빛을 모으는 관객들의 집중력과 침묵의 추임새가 연주자와 같은 공간에서 파동했기 때문이다.

이날, 독주와 2중주 등 3곡을 연주한 웨인 린(wayne lin)은 미국에서 아티스트 디플로마를 획득한 가장 촉망받는 연주가중 한명으로, 서울 시립교향악단 부악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와 연주를 함께한 정지예씨는 7세에 한국 아카데미 음악 콩쿨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천재성을 인정 받은 바 있고, 뉴욕 챔버 예일 오케스트라의 수석 및 악장으로 활약하다가 최근에는 서울 시립 교향악단 단원으로 발탁되었다.

이날 원광대학교 음악대학 관현악과에 재학중이면서 같은 학교 주최 콩쿨에서 클라리넷 연주가상을 받은 바 있는 김지연(20)씨는 모짜르트의 클라리넷 콘체르토를 연주, 신선한 감동을 선사했다.또, 이날 피아노 반주를 맡은 윤가희(38)씨는, 전주대학교 대학원 전주시립합창단 반주자, 호남오페라단 음악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대표 박영민씨는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데 안도하며, "공간이 좁다며 큰 곳으로 옮겨 볼 생각이 없느냐는 의견들이 많았고, 욕심이 들기도 했지만 본래 취지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의견들에 힘입어 아쉽더라도 소박하게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