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겸 동화작가로 유명한 안도현(50·사진) 우석대 교수(문예창작학과)가 미당 서정주 시인 등 친일문학가 기념사업에 소극적인 전북문단을 비판했다.

안 교수는 지난달 31일 저녁 7시 반부터 9시까지 전북 익산시 모현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사)한국문인협회 익산지부의 초청으로 '익산과 나의 시'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안 교수는 강연이 끝난 뒤 '전북문단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전북에는 미당 서정주, 채만식, 신석정, 가람 이병기 선생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선배 문인들이 많은데, 실용적인 측면에서 활용을 잘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미당과 채만식 선생이 비록 친일행적에서 자유롭지 못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문학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이 분들을 변호하고 옹호하려고 노력했던가 굉장히 아쉬운 점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특히 "역사문제연구소 등에서 친일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고 반드시 해야 될 일"이라며 "그러나 전북 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미당이나 채만식 선생의 친일행적만 갖고 그 분들에 대한 여러 가지 사업들을 하지 말자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당은 일제말기에 친일시를 썼고, 80년대에는 전두환을 '신라 천년의 미소'에 빗대서 찬양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런데 저 개인적으로는 손자가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사랑을 잊을 수 없는 것처럼, 그분들이 우리에게 준 문학적 자산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면에서 전북문단에 소극적인 면이 있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안 교수의 이 같은 발언은 문학적 실용성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지만,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과 친일 지식인들이 당시 민중과 사회에 미쳤던 악영향을 감안할 경우 친일작가와 민중 또는 문단의 관계를 할아버지와 손자의 관계에 비유한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1980년대 원광대 국문과에 들어가 한 때 익산시에서 교사생활을 하기도 했던 안 교수는 "나에게 익산이라는 곳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를 탐구하는 것을 문학의 목표로 삼아야겠다는 걸 가르쳐 준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 개인의 이야기를 골방에서 쓰는 것만이 문학이 아니고 이웃들의 이야기를 쓰는 것, 다시 말하면 골방의 문학이 아닌 광장의 문학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곳이 익산이었다"고 소회(所懷)했다.

안 교수는 또 머리를 쥐어짜고 수 없이 고치는 과정이 창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글이 술술 나온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글을 쓰면서 50번, 100번씩 고친다. 쥐어짜내고 머리 굴리고, 말을 계산하고, 이 말을 넣다가 저 말을 뺐다가, 그 대신 남들이 보기엔 술술 나온 것처럼 하는 게 창작과정"이라고 피력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