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재해석, 전국화 대중화 거점화 연계프로그램 창출
학계(원광대학교 대안문화연구소), 문화예술계(익산문화재단), 시민사회 단체(익산의제21실천협의회)가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발굴하고 개발하기 위해 지난달 23일과 24일 양일 간 ‘가람 이병기의 문학과 사상’이란 주제로 원광대 숭산기념관과 여산 가람생가에서 가람선생 탄생 12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학술대회는 익산이라는 동아시아 변방의 한계를 벗어나 근대 극복을 꿈꾸었던 가람 이병기 선생을 재조명하고자 마련됐다.

이번 학술대회 동안 발표된 논문들이 학술적 가치가 높아 학술관련 출판사들로부터 출판제의가 쇄도하고 있다. 가람 이병기 문학관 건립과 문학전집 발간 공동의견을 모아 익산에 이병기 문확관을 건립하는데 촉발점이 되고 있다. 좋은 결과를 도출한 학술대회를 준비한 익산문화재단을 찾아 의미와 성과 등을 조명했다. 

◆ 가장 큰 성과

시조시인으로만 널리 알려졌던 이병기 선생에 대해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시조뿐 아니라 국악, 고전문학, 서지학(書旨學)등을 정리하고 재해석한 공도 크게 재조명 됐다.

익산은 지역적으로 익산을 문화도시로 명명하는데 필요한 문화적 기반이나 전략이 없다. 하지만 이번 학술대회는 이병기라는 무궁무진한 문화컨텐트를 재조명함으로써, 이병기를 중심으로 한 문화 도시의 기반 구축을 가능케 했다는 평가다. 익산은 이 학술대회를 통해 문화적 구심점을 이병기로 삼을 수 있게 되고 이를 중심으로 문화도시의 기반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또한 그동안 익산 문화계는 내부적으로 이병기 선생과 관련한 단체 간, 주체 간 갈등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학술대회는 문화재단을 관(官)으로, 의제21을 민(民)으로, 원광대학교를 학(學)으로 볼 때 민관학이 협력해 이뤄 좋은 결과를 내놨다는 평가다.

이번 학술대회는 이병기의 다양한 면모를 재조명하면서 이병기라는 문화 소재를 구심점으로 익산을 문화도시 기반을 구축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함께 따랐다. 

◆가람 이병기 전국 학술대회의 배경

가람선생은 이미 2001년, 20세기 시조 중흥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당시 문화관광부 ‘6월의 인물’에 선정됐다. 하지만 그동안 익산과 전라북도에서는 오히려 가람 이병기에 대한 조명이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문학연구사에서 그의 학문이 제대로 평가를 못 받고 있는 현실이다. 아울러 그동안 문학가로서의 위상에 스스로 가려져 가람의 나머지 업적들은 집중적으로 조명되지 못했다. 그러나 ‘가람 이병기의 문학과 사상’을 대주제로 하여 개최된 이번 학술대회는 ‘전통, 민족, 현대’라는 세 가지의 키워드를 통해 가람 정신의 다양한 가치를 재발견하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가람의 생애와 전국 학술대회’의 의미

가람 이병기 선생은 현대시조의 창시자이자 식민지 시대의 한국학을 이끈 문학사가, 국어학자, 서지학자, 문화운동가다. ‘가람 이병기의 문학과 사상’을 대주제로 해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전통’, ‘민족’, ‘현대’라는 세 가지의 키워드를 통해 가람 정신의 다양한 가치를 재발견하는 자리가 됐다.

첫째 키워드인 ‘전통’이 가지는 의미는, 가람이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의 전환을 꾀했으며, 사대부들이 향유하던 공상적·이념적 문학을 현실감을 갖춘 표현과 묘사력을 통해 민족 전체의 문화로서 전환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이 부각됐다.

두 번째 키워드 ‘민족’의 의미는 가람 이병기로 하여금 식민지 상황에서 민족정신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로 한글운동을 전개했다는 점이다. 언어를 통한 민족주의 표현이 갖는 한계를 문학운동을 통해 극복하고자 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세 번째 키워드 ‘현대’의 의미는 가람 탄생 120주년이 된 현재 전북 문단의 아버지이자 근대 문학의 대부로 알려진 가람 이병기를 재조명함으로써 한국(전북)문화 연구의 방점을 찍고자 의도한 점도 부각됐다.

이번 전국학술대회는 최원식(인하대) 교수의 ‘가람 이병기의 문학사적 지성사적 위치’라는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이형대(고려대) 교수, 최경봉(원광대) 교수, 유성호(한양대) 교수, 이지엽(경기대 교수), 오하근(원광대) 명예교수, 정수자 시조시인, 하정일·박태건(원광대) 교수가 주제발표자로 참여하였으며, 장경남(숭실대) 교수, 시정곤(카이스트) 교수, 오문석(조선대) 교수, 박경주(원광대) 교수, 전정구(전북대) 교수, 이택회(익산문협) 회장, 이현식(인천문화재단)본부장이 토론을 진행했다.

아울러 가람 탄생 120주년의 의의를 새기기 위해 유가족을 비롯한 우리나라 국문학계의 거두가 된 제자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학술대회 식전 축하행사로 시조낭송과 더불어 가람시조를 시조창으로 편곡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시조창 공연이 개최됐다.

학술대회 이틀째인 24일에는 여산 가람생가에서 ‘가람 생가 재준공식’이 개최돼 기념식수와 익산시립합창단의 축하 공연이 함께 열렸다.  또한 원광대학교 숭산기념관 1층 휴게실에서는 이당 송현숙 선생이 가람 이병기 선생의 시조를 작품으로 승화시킨 ‘가람 시조 문인화 특별전’이 열려 다양하고 풍부한 학술대회를 이뤄냈다.

◆목표 이뤄낸 학술대회

이번 학술대회는 이병기 선생의 전국화·대중화·거점화·문화컨텐트화를 목표로 추진됐고 그 목표를 이뤄냈다. 

이병기의 전국화 목표는 가람의 총체적 면모를 재조명함으로써 전국적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이병기의 대중화 목표는 학자와 여론 주도층에게 이병기의 문화사적, 지성사적 의미를 재인식시킴으로써 일반 대중으로까지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이병기의 거점화는 가람을 문화적 거점으로 삼아 다양한 연계프로그램을 창출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병기의 문화 콘텐츠화에 대해서는 가람과 관련된 문화 소재를 축적함으로써 문화도시의 기반을 확충하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현실화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공통의견 이병기 문학관 건립과 문학전집 발간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많은 논의들이 이어졌다. 이런 논의들 중에서도 단연 공통의 의견으로 모아졌던 것은 ‘가람 이병기 문학전집 발간’과 함께 ‘가람 이병기 문학관 건립’이었다.

아울러 이런 성과들을 바탕으로 가람의 생가(生家)가 위치한 여산면을 스토리가 있는 ‘시조마을로 조성’하여 시조 체험마을로, 아울러 익산을 ‘시조도시’로 선포함으로써 익산을 문화도시로 각인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밖에도 시조공원 조성과 가람 문학전집의 CD 제작 및 배포, 가람 시조 계간지 발간 사업 등도 염두에 두면서 추진되어야 할 사업으로 뜻을 모았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