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역 문중마다 선조들이 왕으로부터 받은 교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익산 연안이씨 문중에 전해내려온 '이숭원' 생원 백패(白牌)다.

교지(敎旨)는 조선 때 왕이 신하에게 관직(官職)·관작(官爵)·자격(資格)·시호(諡號)·토지·노비 등을 내려주는 명령서로, 생원 백패는 생원시험에 합격했다는 증서다.

요샛말로 하면 국가고시에 합격했다는 합격증서나 마찬가지인데, 백패라는 이름은 합격자의 지위·이름·합격등급·성적순위와 연월일을 쓰고 어보(御寶)를 찍은 '흰 종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따라서 백패는 흰 종이로 된 합격증서다. 조선에는 과거 시험 가운데 소과 복시(小科覆試)라는 시험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100명씩의 생원·진사 합격생을 배출했다. 1등 5명, 2등 25명, 3등 70명씩이다.  

이숭원 생원패는 연안 이씨 문중 조상인 이숭원(李崇元)이 문종 즉위원년(1450년)에 실시된 소과복시에서 생원에 합격해 받은 백패다. 현재 익산미륵자지유물전시관에 보관되어 있다.

지난 4일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들은 유물조사연구차 익산을 방문했는데, 이숭원 생원패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교지인 것으로 확인했다.

이숭원(1428~1491년)은 참판 이보정의 둘째 아들로 1450년 9월 5일 생원시에 합격해 성균관에 들어갔고, 단종 1년(1453년)에 친시문과에 장원 급제해 사간원 정언, 사헌부 지평, 형조좌랑, 사헌부 집의를 거쳐 좌승지를 지냈다.

성종 2년(1471년)에는 좌리공신 3등으로 서훈돼 가선대부에 올랐고, 연원군(延原君)에 봉해졌다.

이숭원 백패는 익산의 연안이씨 충간공 종중에 전승되다 1979년 보물로 지정됐고, 익산시 삼기면 기산리 현동사 어각사에 보관되다 2000년 익산미륵사지유물전시관으로 옮겨졌다. 문중은 현재 국비와 시비를 보조받아 '연안이씨 종중문적 전시관'을 건립하고 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