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호랑이가 달아난 곶감

옛날 옛날에 설명절이 몇일 남지 않은 산골 마을에 배고픈 호랑이가 내려와 아이의 울음 소리가 들리는 집 담을 뛰어 넘어 들어갔다.

엄마가 아이에게 ‘밖에 호랑이가 왔어 빨리 울음을 멈춰’라고 말했지만 아이는 더욱 큰 소리로 울어댔다.

호랑이를 무서워 하지 않는 놈도 있구나 하고 호랑이가 방문 앞으로 몇발을 옮기는데 ‘여기 곶감 있다’라는 말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아이가 울음을 그쳤다.

 ‘아이쿠 큰일났네 나보다 더 무서운게 곶감 이구나’하며 호랑이는 곶감이 무서워 뒤돌아 도망을 치려는데 문밖에 검은 그림자가 움직이는게 언뜻 보였다.

그 그림자는 외양간에 메어둔 소를 훔치러 온 도둑이었다. 도둑이 안을 들여다 보니 소가 밖에 나와 있는게 아닌가 이때 호랑이는 곶감이 온줄 알고 뛰기 시작했다.

도둑은 재빨리 소등에 올라탔다. 산과 들을 호랑이는 어둠속에 달렸다. 등에 타고 있는 곶감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목을 꽉조여오는 곶감, 그렇게 동이 트기 시작하였고 도둑이 그제서야 자기가 타고 있는게 소가 아닌 호랑이란 걸 알고 무서움에 목을 놓아버렸다.

그러나 호랑이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산속으로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는 옛날 어릴적 할머니 무릎에서 듣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둘, 훈장을 놀린 곶감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무섭기로 소문난 훈장님이 계셨는데 훈장님 방에는 예쁜 단지가 하나 있었다. 훈장님이 아이들을 모아놓고 말씀하셨다.

이 단지는 매우 귀하고 비싼 단지이며 이 안에는 사람이 만지거나 먹으면 죽는 무서운 독약이 들어 있으니 절대 만지거나 열어보지 말라고 일러 두었다.

그러던 어느날 말썽꾸러기 진수가 훈장님을 골려줄 셈으로 방안을 문틈으로 엿보고 있는데 훈장님이 바로 그 단지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맛있게 드시는게 아닌가 자세히 보니 그것은 곶감이었다.

하얗게 분이 오른 곶감은 금세 입안에 침을 고이게 했다. 진수는 어떻게 하면 저 단지 안에 곶감을 먹을 수 있을까 몇일을 생각해 봤지만 좋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훈장님의 친구분이 찾아오신게 아닌가. 두분이 사랑채에서 약주를 들고 계신틈에 아이들을 데리고 방에 들어가 단지속의 곶감을 먹기 시작했다. 하나, 둘 꺼내 먹다보니 다 먹어 버린게 아닌가.

호랑이 같은 훈장님이 오시면 큰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진수는 그 단지를 방바닥에 떨어뜨려 깨버렸다.

이때 훈장님이 돌아오셨고, 훈장님에게 ‘제가 청소를 하다가 단지를 깨뜨려서 죽으려고 그 안의 독약을 모두 먹어버렸습니다’하고 훈장님께 무릎을 꿇고 조아렸다.

그러자 훈장님께서 껄껄 웃으시며 아이들에게 ‘그래 내가 미안하구나’ 하고 오히려 달래 주셨다는 이야기가 설명절이 되면 생각난다. 올 설명절에는 맛있는 곶감 많이 많이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