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히 몹쓸 행정.

1년 내내 구슬땀 흘리며 준비한 국화축제가 막을 내렸다. 납 범벅의 인조잔디였지만, 궁여지책으로 어찌어찌 넘어갔다.

축제도 끝난 마당에 이제 와서 공사가 왜 이렇게 늦었는지, 지난해 11월부터 도대체 뭘 한 것인지 등을 왈가왈부 하자는 게 아니다.

관심과 의지의 문제를 말하려는 것이다.

인조잔디 유해성 점검은 지난해 10월 마무리됐고 11월 초 전북도를 거쳐 익산시에 통보됐다. 하지만 지난 수개월 동안 행정이 취한 안전조치는 전무했고, 그 결과 시민들은 그대로 중금속에 노출됐다.

건강을 위해 공원을 찾은 발걸음은 오히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건강을 해치는 것이 됐다.

이에 대해 행정은 관심이 없다. 의지도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인조잔디를 교체하는 공사는 서둘러 하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중요한 출입통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지난 월요일(10월 30일), 최종 책임자는 경위 파악을 아직 못했다고 했다.

언론의 지적이 있었고, 시민사회단체도 축제를 앞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은 태연하다. 보고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별 관심이 없는 것인지.

“경위 파악 아직 못했다. 불찰이다.”

답변이 실망스럽다 정도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몰랐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일도 아니다. 게다가 시민사회단체가 의제로 꺼내지 않았다면, 영영 몰랐거나 아니면 모른 척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는 일이다.

어찌 행정의 보고체계가 이처럼 허술할 수 있는가. 더욱이 시민 전체의 안위와 직결되는 문제다.

민원의 경중을 따지려는 게 아니라, 최소한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지엽적인 문제 때문에 일일이 현장을 찾는 일보다는 중요한 일임은 부정할 수 없다.

몰랐다느니 불찰이니 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당최 의지가 없는 거다.

시민들의 건강과 안위는 안중에도 없는 행정이라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그런 지적과 비판 위에 온전히 설 수 있는 단체장이 과연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