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신문 기자 송승욱

“죄송합니다.”

“과장님이 무슨 죄가 있겠어요.”

지난 4일 내년도 본예산안 심의장에서 나온 집행부 모 과장과 한 시의원의 대화다.

내년도 체육진흥과 예산에는 얼토당토않은 예산 수억원이 올라왔다. 아직 구성되지도 않은 읍면동 체육회 운영을 지원하거나, 각종 체육대회를 중복해서 열거나 등의 신규 예산이다.

예산안 심의에 나선 익산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심의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혀를 끌끌 찼다.

“헛웃음만 나온다.”

“선심성 예산이 너무 많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엄두가 안 난다.”

“정 시장님 정치철학이 의심스럽다. 몇백만원 예산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내년 전국체전 없었으면 우리 시장님 어쩔 뻔 했나.”

전국체전을 위시한 선심성 예산이 대거 편성됐다는 지적이 봇물을 이뤘다.

그리고 담당과장은 사과했다. 예산을 편성해서 죄송하다는 거다.

도대체 이를 어찌 이해해야 하나.

기자가 가진 상식으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날 보건위의 잇따른 지적의 기저에는 정 시장의 행보가 있다. 읍면동을 일일이 다니면서 민원을 접수하고 척척 해결사(관련 예산을 편성)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 마뜩치 않은 것이다. 소통현장행정이라는 그럴듯한 명분 뒤에 선거운동이라는 꼼수가 숨어있다고 여겨지는 탓일 게다.

허나 어찌하랴. 그게 현역 단체장의 특권(?)이고 프리미엄인 것을.

하지만 예산은 다른 문제다. 예산을 편성한 부서장이 “죄송하다”는 답변을 할 정도의 황당무계한 예산은 결국 부메랑이 될 공산이 크다.

아직 구성되지도 않은 읍면동 체육회에 운영예산을 지원하고, 각종 체육대회를 중복해서 열고, 기타 잡다한 명목으로 신규 사업을 펼치는 행정을 보고 시민들이 잘 한다 박수 치겠는가.

오산이다. 애당초 표를 의식한 행정은 남부끄럽지 않게 어디다 내놓을 수도 없는 일이다. 시민의 눈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오히려 민원을 받들어 관련 예산을 세우면 민원을 제기한 자의 표는 얻을 수 있겠지만, 여타 다수의 표는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