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신문 기자 송승욱

“미리미리 공부 좀 하시지.”

시험에 닥쳐 벼락치기하는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익산시 행정의 상반기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마음으로 하반기를 설계하는 업무보고에서,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횡설수설하며 시간만 잡아먹거나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한마디도 않고 그저 자리만 지키고 있는 의원들 모습 탓에 흘러나오는 말이다. 어떤 이들은 귀엣말을 한다. 어떤 이들은 말 대신 눈살을 찌푸리거나, 헛웃음을 짓는다. 더러 혀를 끌끌 차는 이들도 있다.

선거가 끝이 나고 익산시는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수장은 예전 그대로지만 그 의미는 분명 남다를 터다. 하반기 인사를 통해 부서장도 여럿 바뀌었다. 익산시의회 역시 마찬가지다. 몇몇이 바뀌었고, 신입도 여럿 들어왔다.

설렘은 좋은 동기다. 의욕과 열정, 노력이 더해지면 자연스레 좋은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게으름은 그런 설렘의 긍정작용을 해하는 요소다. 특히 민선 7기를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에 시민을 대표해 시정 전반에 대한 감시·견제라는 막중한 책임을 감안한다면, 설렘만큼 게으름의 반작용도 크다.

부서별로 진행되는 업무보고가 이전에 비해 현격히 길다. 쟁점사안이 특별히 많다거나 당면현안이 더 쌓여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 기자가 각 상임위 보고현장을 참관하면 으레 길어지는 현상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길다. 그렇다고 심도 있는 업무보고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식사 때를 넘기는 게 부지기수가 되니 상임위원장이나 동료 의원들의 보이지 않는 태클(?)도 들어온다.

이는, 게으르거나 관심이 없어서다. 업무에 대해 묻는 쪽이나 답하는 쪽이나 파악이 덜 돼 있어서다. 업무보고가 아니라 연찬회라 해야 맞을 듯하다. 다소 예상은 했지만, 너무나 기대 이하다.

백번 양보해 아직 초년생인 신입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재선 이상들이 기초적인 사항조차 몰라 시간을 잡아먹는 행태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이고, 어떻게 저런 이를 또 뽑았나.’

언론보도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안들을 몰라서 집행부 감시·견제가 되겠는가. 시민들도 관심만 조금 가지고 있다면 다 알고 있는 것들인데, 명색이 의원이라면서 어찌 그리 관심이 없는 걸까?

표를 던지는 시민들도 좀 알아야 한다. 의정활동 생중계를 해서라도 꼭 알려야 한다. 공부 전혀 안한 티 팍팍 나는 자신의 모습이 시민들에게 공개된다고 해도, 과연 지금처럼 웃픈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