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신문 기자 송승욱

“우리도 표로 선출되는 의원들입니다. 경로당 가면 욕먹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삭감하는 이유는 타당성 있는 예산 집행을 위한 집행부 견제와 감시가 본연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8월 27일 2차 추경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익산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변이 쏟아졌다. 경로장애인과가 편성한 지역 노인 관련 예산의 타당성을 살피는 현장이었다.

이날 보건위 소속 재선의원 5명은 불요불급한 추경예산 편성을 당차게 지적했고, 소신껏 집행부 견제 역할을 수행했다. 신출내기 티를 확연히 벗어던진 멋진 재선의원의 모습이었다.

조목조목 따지는 어투나 어물쩍 넘어가지 않으려는 의지, 사안에 대해 정확히 파악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질의 등 나무랄 데가 없었다.

보건위의 지적은 잘못된 것이 없이 옳다. 경로장애인과는 선거가 있었던 올해 상반기에 1년 치 예산을 몽땅 다 써버리고 추가를 요청했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계획서 제출이나 보고조차 없이 노인회 분회장 활동비를 예산안에 올렸다. 또 담당부서 스스로도 효과가 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불분명한 교육 강사비로 500만원(1회 250만원씩 총 2회)을 편성했다.

예산을 편성한 부서조차 제대로 된 설명을 못하자 질의하는 의원들이 도리어 예산편성 이유를 설명하는 웃픈 광경도 연출됐다.

큰 틀에서 보면 상황은 이렇다. 대한노인회 측에서 노인 관련 예산편성을 익산시에 요청하면 담당부서가 세운다. 예산안 심의과정에 비춰보면 부서의 타당성 검토는 굉장히 부실하기 짝이 없다. 선출직인 시장의 결재를 거쳐 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한 부서는 의원들의 뭇매를 맞는다. 그리고 결국 삭감된다. 그러면 부서는 상임위의 심의가 충분히 이뤄졌음에도 공이 넘어간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찾아가 읍소한다. 예결위에서 설득에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결국 예산은 삭감된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경로당을 비롯해 지역곳곳을 누비는 의원들은 예산편성이 끝나고 나면 이내 죄인이 된다는 점이다. 심지어 삭감된 예산의 상대방으로부터 낙선운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불요불급한 예산을 의회 본연의 역할에 따라 꼼꼼히 살피고 정당하게 삭감했음에도 말이다. 아무리 봐도 집행부의 불찰인데, 누명은 의원들이 쓴다.

요청을 받고 예산을 편성했다가 삭감조치를 받은 집행부가 당초 예산편성을 요청한 측에 삭감의 이유를 어떻게 해명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면밀한 검토를 하지 않거나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하지 못한 집행부의 잘못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삭감의 책임은 고스란히 의원들 몫이 된다.

그런 누명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보건위는 굴하지 않고 예산을 삭감했다. 위원장을 비롯해 5명 재선의원들의 소신이 빛났다. 열심히 공부한 태가 역력했다. 의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

그들은 이제 신출내기가 아니다. 지난 4년 동안의 경험이 있고, 지난 4년을 평가해 다시 선택해 준 시민들의 지지가 있다. 그에 걸맞은 노력의 흔적도 적잖이 보인다.

반면 이들 외에 여전히 게으르거나 시정운영에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초선이라면 초선다운 패기와 열정을, 재선이라면 초년병 티를 얼른 벗고 재선다운 날카로움을, 3선 이상의 선배라면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한 무게감 있는 모습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