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倫理)란, 인간이 마땅히 해야 할 인간으로서의 도리와 이치를 말한다. 이는 즉, ‘바람직한 생활(good life)’이다. 도리(道理)나 윤리, 이치(理致)라는 말은 단순히 유교적 개념에서 추이된 언어가 아닌 삶과 연관되어지고, 인간의 행실과 연관되어있다. 그래서 윤리학은 단순히 옳고 그름을 따지는 보편적인 개념보다 의미심장하게 폭이 넓다. 사회가 선과 악이 공존하면서 영위되어지는 것인 만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악과 잘못을 제거한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세상 끝날때 까지 악을 지속적으로 안고 살아야만 하는 것은 숙명이다. 그렇다고 해서 악이 어떠한 이유로든 정당화되어져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 철학과 윤리학에서 바뀔 수 없는 절대원칙이다. 요즈음 익산시의 행정을 바라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혀온다. 잘못된 지시인줄 알면서, 세상과 타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 앞에서, 죄악인줄 알면서도 범죄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 일부 공직자의 그늘진 삶이 여러 가지 생각들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 ‘지시를 따라야만 먹고 사는 현실’을 벗어날 수는 없다. 먹고사는 일이 ‘인간이 해야 할 마땅한 도리와 이치’를 저버리게 만들고 범죄를 묵과하고 간과 하게 만드는 현 상황은 곧 ‘현실’인 것이다.   결국 현실이라는 이름 앞에서 본의 아닌 죄인이 되어버리고 만다. 삶에서 죄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이제 생활이 되고 자신이 죄를 짓고 있다는 사실마저도 망각해버리고 심지어는 정상인 것으로 망각해버린다.   우리는 이러한 병을 망각증이라 부르며, 망각증이 심해진 사람들이 많이 사는 사회는 사회문제를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익산시의 공직자들 일부가 망각증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익산의 미륵산 근처, 채광을 마친 폐석산 전체가 쓰레기 매립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건강을 챙기기보다 현실의 목구멍과 범죄 앞에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익산시 책임자와 그의 주변에 있는 측근들. 탐욕을 부려 시민의 혈세를 자신의 용돈으로 사용해놓고도 아직도 뻔뻔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 그들을 지켜본 공무원은 오히려 그들을 두둔하고 나선다.   초중고와 대학을 거쳐 배운 윤리와 도덕을 망각해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자원봉사담당 공무원들도 그렇다. 사회적 샘물의 역할을 담당하고 순수성을 절대 버리지 말아야 할 부서인 그들이다.   조례와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일탈행위를 일삼고 있는 실무자들, 자신의 욕심을 챙기느라 남의 밥줄을 끊는 사람, 정치적 편에 서서,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을 지켜본 그들은 썩어 들어가는 현실 앞에 승진이라는 굴레에 싸여 법을 어기고 말았다.   승진에 눈멀어 불쌍한 민원인에게 책상을 치면서 호통치는 공무원이 되어버렸다. 민원인은 보이지 않고 승진만 보이고 직업윤리는 온데 간데 없다. 잘못된 지시행정에 ‘옳은 행위(Good life)’를 하지 못한다면, 5.18 광주사태 때 상사의 명령에 의해 선량한 민간인에게 총을 쏘았던 병사와 다를 바가 뭐 있겠는가? 시대는 변했고, 우리 사회는 밝은 사회로 가고 있다. 윤리의식이 익산시민과 익산시의 공직사회에 필요한 때이다. 승진이 대수인가? 전보발령이 두렵지 않은 공직윤리가 바로서기를 바라는 바 간절하다. 다른 한편, 정상인 사람을 죄인으로 만드는 자 그 누구인가? 도덕과 이치와 윤리를 망각하게 만들고 사회문제를 유발하는 지도자가 있다면, 그는 축출되어야 하고 자신이 범죄의 두목임을 촉각(觸覺)해야만 사회가 바로 설 것이다. 더욱 암울한 슬픔은, 스스로 공직윤리를 바로세울 줄 아는 지도자가 지금 당장 더욱 더 그리운 걸 어떡하면 좋단 말인가?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