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창 기자

지난 23일 대법원은 전라북도교육청이 ‘교원능력개발평가 추진계획에 대한 시정 및 직무이행명령’이 부당하다며 교과부장관을 상대로 낸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 교과부의 손을 들어줬다. 교원평가제가 국가사무에 해당하므로 시도교육감은 이를 위임받아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취지다.

교원평가제는 교원의 전문성을 유지·보수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를 마련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신장시키기 위해 교과부에서 지난 2010년 도입한 제도다. 전국 초중고 교원에 대해 동료간 평가, 학생 만족도, 학부모 만족도를 조사하고 이를 분석한 자료를 통해 맞춤형 교원 연수를 실시해 교직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이다.

그러나 진보성향으로 평가받는 전북교육청 김승환 교육감은 이 제도가 법적근거가 취약하고 공교육 부실책임을 일선학교에 전가할 우려가 있으며 교사의 서열화와 잡무 증가 등의 이유를 들어 취임 이전부터 거부의사를 밝혀왔다.

그리고 2010년 취임 후에도 김 교육감은 2년 동안 교과부의 시행계획을 전면 거부하고 자체적으로 수립한 교원평가제를 시행했다. 평가방법과 참여 대상이 다르고 평가 후 연수도 의무화하지 않은 자율적 평가제도를 밀어붙였다.

그 결과 전국 11,912개 학교 중 전북권 관할 772개 학교만 따로 교원평가가 이뤄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자 교과부는 수차례 직무이행명령을 내려 시정을 요구했다. 이에 전북교육청은 부당한 명령이라며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맞서 교과부도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김승환 교육감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시끄러운 마찰을 빚어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대법원은 지난 23일 전북교육청의 취소 소송을 각하해 사태를 일단락 지었다. 교과부의 직무이행 명령이 적법하므로 전북교육청은 이를 성실히 준수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소송까지 불사하며 거부했던 김 교육감은 소신을 꺾을 수밖에 없게 됐으며 전북의 교육 정책의 입장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그리고 이에 따른 행정력과 재정 낭비 등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할 처지가 됐다.

일단 전북도교육청은 올해부터 당장 교과부가 요구하는 교원능력평가제를 시행해야 한다. 타 시도에서는 이미 지난 2년 동안의 데이터가 축적돼 있는 만큼 시행착오를 거쳐 제도적으로 안착될 시기에 전북권 학교는 이제 시작해야 할 입장이다. 행정적인 혼란에 따른 업무 가중이 커지고 소송비용 등에 대한 낭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전북권 교원과 학생들의 부담으로 전가될 전망이다.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이번 패소 판결로 인해 김승환 교육감의 교육철학과 소신의 문제가 전북 교육의 짐이 된 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떤 평가방법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논의를 떠나 결국 제 식구를 감싸려다 오히려 식구가 길가에 나앉게 만든 셈이다.

교원은 교원대로 새로운 평가에 적응해야 하고 업무가 가중된 만큼 학생들에게 신경을 덜 쓰게 되기 십상이다. 학생들과 학부모들도 교원들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 대한 개념과 평가방식에 대한 혼란이 빚어진다. 이 모두 타 시도에서는 이미 시행착오를 통해 정착된 사항이지만 전북권 772개 학교에선 예정된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전북교육청의 태도와 대처는 아쉽기 그지없다. 패소 판결로 인한 피해는 교원과 학생, 학부모가 부담하지만 그에 대한 대처를 수립하기 보다는 미묘한 입장으로 그동안의 주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패소 판결 이후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을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시도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최근 교과부의 입장을 들며 자신들이 주장해온 내용들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자신들의 주장만 있지 실질적 교육주체들에 대한 대처와 배려는 찾아볼 수 없는 처사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취임 이후부터 갖가지 문제로 수차례 교과부의 정책에 맞선 행보를 이어오며 교육계의 ‘핫 이슈’를 몰고 다닌 장본인이다. 교과부와의 마찰이 심화됨에 따라 여러 건의 소송이 현재도 오가고 있으며, 이번에 패소한 교원평가제 시행 거부 외에도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에 대한 건도 소송 중이다.

또 최근에는 도의회에서 교육청에 대한 인사실태 조사특위 구성으로 인해 시끄러운 국면이다. 김 교육감의 교육철학과 소신에 따른 교육정책이 교육주체들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