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신문 기자 송승욱

“일단 저질러 놓고.. 대~~충 수습하자.”

소주 한잔을 기울이자는 지인의 전화.. 아내님(?)의 불호령을 생각하면 당분간 근신해야 할 처지라는 변명에.. 오늘은 꼭 한 잔을 먹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요즘 익산시는 ‘일단 저질러 놓고 보자’ 식의 행태가 만연하다.

조롱거리가 됐다는 등의 비아냥거림이 여기저기 소주 한 잔의 안주거리가 되기 일쑤다. 귀동냥도 업의 일부인 기자이기에, 먼발치의 테이블에서의 안주거리마저 싫어도 그렇게 귀에 쏙쏙 들어온다.

한 잔씩 털어 넣는 소주가 아니더라도, 입이 쓴 이유다.

그는 최근에 비상조치인 선결처분을 발동했다.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먹는 물 공급체계를 광역상수도로 전환하고 청사 보수보강을 위해서란다.

하지만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어마어마한 비상조치권을 발동하기 위해서는, 법령상 엄격한 요건이 뒤따른다.

세세히 논하지 않더라도, 긴급을 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당장 내일 의회를 앞두고 있는 마당에, 의회가 불성립하는 등의 진짜 비상상황에나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더욱이 지방자치 강의까지 하셨던 분의 발상이라니, 그야말로 소가 웃을 일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의회는 지방자치라는 수레의 또 다른 한 쪽 바퀴다. 시장이나 의회나 똑같이 시민의 대표다. 누구 말마따나 하루가 멀다하게 찾아가 읍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소통의 방법은 얼마든지 많지 않은가.

‘일단 저질러놓고 보자’라는 생각을 아무래도 지울 수가 없다.

의회에서 승인을 받지 못하면 그때부터 효력을 상실하게끔 규정한 취지는, 사안이 시급을 다투는데 의회 승인을 받을 시간적 여력이 없을 때 급한 대로 우선 집행하고 사후에 지체 없이 의회의 승인을 받으라는 거다.

예산 심의·의결 권한이 있는 의회가 승인을 안했다면 사용하지 말아야 할 예산이 된다.

그런데도 쓰면 불법이 된다. 아주 간단한 이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랑곳 않고 관련 예산을 집행하겠다는 안하무인은 또 뭔가. 무슨 일이 있든지 관련 예산을 꼭 집행하고 말겠다는 의지의 표명 아닌가. 그게 어찌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일인가.

정상적인 뇌를 가진 민주시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바다.

근신하지 않고 소주 한 잔을 먹은 죄는, 아내님(?)에게 갖은 애교 공세로 일단 저질러놓고 난 후 수습이 일정 부분 가능하다.

하지만 만약 시민의 대표인 의회를 무시하고 예산을 집행한다면, 그 죄는 어떻게라도 수습이 될 수 있을까?

정말 심각한 문제다. 근데, 이게 또 있다.

익산시는 이달 말 국화축제와 서동축제를 병행한 축제를 앞두고 있다.

조례상 축제의 신설·폐지 및 통합운영에 관한 사항이나 축제의 개최시기에 관한 사항 등은 익산시축제심의위원회의 심의 또는 자문 사항이다. 하지만 가볍게 무시됐다.

회의는 위원장인 시장의 잠정적(?) 결정에 따른 대대적 대시민 홍보 이후에 요식행위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지난달 17일 열렸다.

‘지방자치법 규정 가지고도 이 정돈데, 조례쯤이야 우습겠지’라는 생각이 앞선다. 이 또한 일단 저질러 놓고 대충 수습하자 식이 아닌가 한다.

뒤늦게 서야 열린 심의위원회 회의에서는 해당 부서인 문화관광과의 사과와 양해를 구하는 모습이 있었다고 한다. 결국 ‘선 조치 후 심의’, 즉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수습이 됐다. 조례 위반 정도는 가볍게 눈감아준 셈이 됐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뭔지도 모르면서 시민혈세로 수당을 받아간 몇몇 이들이 이를 도왔다.

만약 선결처분이었다면, 의회가 적법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눈감고 승인을 해 준 꼴이다.

‘일단 이미 대대적으로 홍보해 놓은 시기가 임박했으니까, 이제 와서 어쩔 수 없는 문제니까’라는 현실적 핑계도 한 몫 했을 듯하다. 누구보다 서동축제가 성공적으로 열리기를 바라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 이대로라도 하긴 해야겠다는 생각은 충분히 든다.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들은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다음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럴려고 조례 만들고 규칙 만들고 하는 거 아닌가.

“조례 따위 가볍게 무시해도 되는 거면, 이제라도 나부터 세금 안 낼란다.”

“법 위반이라고 비상조치는 승인 안 해주고, 조례 위반은 눈 감아 주냐? 내가 낸 세금 받고 뭐하냐?”

“그렇게 기사 써대면 누가 봐주기라도 하냐? 잘못한 거 지적하고 하면 누가 듣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소주 한 잔을 두고 웃픈 지적질이 이어진다.

‘헐’ 아니면 ‘헬’ 따위는 이제부터라도 안주에서 좀 빼보자. 깡 소주 들이부을 거 아니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