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신문 기자 송승욱

역시 공무원답다.

지난 21일 업무보고에서는 눈에 띄는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두 부서장을 상대로 한 질문은 “현재 과부하가 있느냐”였다.

돌아온 답의 하나는 머뭇머뭇 끝에 “어려운 점이 있다”였고, 다른 답 하나는 “별 문제 없다”였다.

별 문제 없다는 답변 직후 다급해진 해당 부서의 계장 B씨는 LTE급 눈치로 얼른 쪽지를 부서장에게 건넸다. 쪽지를 받은 부서장은, 이후 답변이 사라졌다.

최근 6급 상당 2명의 임기제공무원 채용과 관련, 채용될 이들이 근무하게 될 부서의 부서장들을 대상으로 한 유도심문(?)에 A씨는 눈치껏 답변을 피해갔고, 다른 한 사람은 순진하게 걸려들었다가 B씨의 눈치 빠른 대응으로 겨우 상황을 모면했다.

A씨와 B씨는 어떻게든 신규직원 채용의 허점을 보이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자신들의 수장이 하겠다는 데 감히 반기를 들 직원을 어디 자주 볼 수 있겠냐만은, 뻔히 보이는 잘못을 두고 모른 체 넘어가려 애쓰는 행색이 씁쓸하기만 하다. 자신의 역할이 오직 수장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거나, 혹여 그 결정이 빈틈이 있으면 그걸 메우고 감추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신규직원 채용을 두고, 혹자는 선거가 끝났으니까 당연히 있는 논공행상이라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으니까 별 문제가 없다 한다.

판단의 기준이란 게 ‘지금까지 해온 모습’이다. 불법이더라도 고치려는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런 모습이 비단 공직사회의 모습만은 아니겠지만, 특히나 더 심한 것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역시 공무원답다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다.

오늘날은 ‘착하고 순진한 사람’보다는, ‘약삭빠르고 싸가지가 없더라도 일 잘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사회다. 이는 성과지상주의의 폐해다.

성과에 상응하는 대가를 준다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성과라는 게 객관적이기 어렵다. 자칫 눈치 빠른 이들의 전유물이 될 우려도 크다.

가시화된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대다수의 착하고 순진한 이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또 성과가 나오더라도 눈치싸움으로 인해 이를 가로채거나, 실제와는 다르게 성과가 있는 것처럼 그럴듯하게 잘 포장하는 이들이 필요 이상의 혜택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눈치싸움을 해야 하고 이를 지켜봐야 하는 동료들은 하나둘씩 주위를 떠나고, 결국 각자도생의 길을 걷게 된다. 굳이 지난 세월 익산시 팀제의 망령을 떠올리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는 문제다.

기왕이면 카톡보다는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게 낫고, 목소리보다는 얼굴을 마주하는 게 낫고, 그냥 마주하는 것보다는 소주 한 잔이라도 기울이는 게 낫다. 나는 그렇다.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그런 부대낌이 사람 사이의 미덕이고, 조직을 단단히 하는 힘이고, 최선의 성과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한다. 이게 너무 착하고 순진하기만 한 생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