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신문 기자 송승욱

“제가 하고 싶은 말이 그게 아닌데, 잘 전달이 안 돼요. 그렇게 야마를 정해 줘도 언론보도를 보면 전혀 딴 얘기만 나온다니까.”

지난 18일 몸소 기자회견에 나선 이후, 지역기자들과 함께 한 오찬자리에서 나온 정헌율 시장의 하소연이다.

최근 왕궁 물류단지 건도 그렇고,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건도 그렇고, 광역상수도 전환 건도 그렇다는 말로 들린다. 뭐든지 시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게 자신의 생각인데, 전달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의 최우선이라는 그의 생각 때문일까. 취임 후 정 시장의 행보를 유심히 살펴보면, 유난히 ‘면대면’ 일정이 많다.

2년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것이 부담스럽고 현실적으로도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들만 우선적으로 하는가 보다’라고 생각하기에는, 산적해 있는 굵직굵직한 당면현안이 너무 많은 게 사실이다.

지난 선거 당시 핵심문제로 제기했던 부채문제도 정작 당선 후에는 시민들 앞에 명확히 내놓은 대안이 없다. 민선6기 들어 불거진 광역상수도 전환문제나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공사, 모현 우남아파트 긴급대피명령 등도 말끔히 해결되지 못한 상태다.

최근에는 지역방송에서 언급한 인사청탁 발언으로, 공직사회 안팎의 잡음을 초래하고 있다.

하나하나가 대형 시정현안임에 틀림없다. 특히 인사청탁 발언은 시장만이 할 수 있는 해명사안이다. 하지만 정 시장은 아무런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그러면서도 그는 연일 이어지는 낯내기 일정으로 분주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9월과 10월, 본격적인 행사철 동안 지역의 한 문화예술계 인사는 행사 때마다 정 시장을 보지 않은 적이 없다고 한다. 이전의 단체장들하고 확연히 다르게 느껴질 만큼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따르는 긍정적 평가도 많다. 시민들 앞에 한 발 더 다가서는 이른바 친화형 시장에 대한 칭찬이다.

하지만, 너무 낯내기에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 평가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일각에서는 ‘다음 선거 대비’나 ‘시정은 뒷전’, ‘그러려고 손발이 맞는 부시장을 데리고 왔나’ 등의 비아냥거림까지 흘러나온다.

일부에 불과한 행사 주최 측의 ‘표’를 의식한 행보는 행정의 달인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고 오히려 근시안적이어서, 당면한 대형 현안들에 대한 ‘대안제시’ 내지 ‘명확한 입장발표’ 없이는 언젠가는 분명히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날 정 시장이 몇 번에 걸쳐 언급한 ‘야마’는 쉽게 말해 기사의 주제나 논조, 태도 등을 말한다.

본인의 의사가 A인데 정작 언론보도는 B라며 언론을 담당하는 홍보부서를 들먹인 게 이날 정 시장의 하소연인데, 그렇다면 더더욱 직접 나서는 게 해법이 아닐까 한다.

매사 시민의 뜻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침이 말뿐이 아니라면, 그리고 지역 내 각종 행사에 얼굴을 비추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의 정 시장이라면, 기자회견 일정 잡는 것쯤이야 어려운 일이 아니지 싶다.

더욱이 행사장 축사보다 당면현안에 대한 대안제시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둬야 함은 행정전문가인 본인이 더 잘 알 것이 아닌가.

언론보도가 자신의 의사와 달리 나오는데, 시민들 앞에는 연일 면대면으로 다가가면서, 언론 앞에서는 그러지 못할 이유가 뭔가.

지자체 공직사회 내 정치인은 단 한 명뿐이다. 시장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들은 정치인이 아니다. 정치를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공무원 신분으로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시장뿐이다.

정치인이기 전에 시정을 총괄하는 수장으로서, 그리고 시민의 대표로서 당면한 현안들에 대한 책임감 있는 모습을 요구한다.

백번 양보해 2년 후를 바라봐야 하는 정치인이라고 하더라도, 대안제시 없는 낯내기는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를 전한다.

시장은 시정의 최고결정권자다. 책임도 가장 크다.

그렇기에 직접 나설 경우 파급력도 훨씬 크고, 사안을 명확하게 매듭지을 수 있다.

직접 나서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언론보도가 자신이 정해준 ‘야마’와 달리 나오면 또 관련부서를 탓하고 말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