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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공인배
익산시를 파산도시로 몰아붙였던 '채무 규모' 공방은 사실상 14개월 전에 종결됐다. 6.4지방선거 과정에서 한 후보가 퍼뜨린 부채(6,593억원)는 터무니없게 부풀린 수치라는 사실이 판명난 것이다. 지난해 7월, 박경철 시장이 취임한 민선 6기 익산시는 부채 총액이 3,338억원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익산시는 최근 통합재정 공시기준에 따라 채무(1,734억원)와 부채(3,853억원, 채무 포함)를 구분해서 공시했다. 채무는 지방채 발행 등 외부에서 차입한 것으로 반드시 갚아야 할 빚이다. 채무를 제외한 부채(2,119억원)는 시정을 운용할 때 전체 예산범위 내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장기적 집행 대상의 몫을 총칭하는 것으로, 대부분 한 해의 재정운용 사이클 안에서 해소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개념의 채무는 아니다. 익산시의 주요 채무는 일반산업단지 조성, 소각장 건립, 하수관거 정비 등을 위해 자체에서 거둬들이는 세금 규모를 담보로 빌린 돈이다. 부채는 유동부채, 장기차입금, 퇴직급여충당금과 민간투자사업(BTL·BTO)의 임대료인 미지급금을 포함한다. 하지만 민간투자사업의 임대료는 외부에서 차입은 하지 않았더라도 장차 지불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채무로 간주해야 한다는 관점도 있다. 이를 수용할 경우, 익산시가 상환기간까지 지불해야 할 민간투자사업의 임대료는 총 1,150억원이고, 이를 포함한 채무 총액은 2014년 말 기준으로 2,884억원이다. 단, 민간투자사업인 '06하수관거정비사업의 상환기간이 2031년까지이고, '09하수관거정비사업은 2034년, 모현도서관건립사업은 2031년까지인데, 2014년 말 현재 총 680억원을 상환기간까지 매년 나누어 지급하는 것을 감안하면, 2015년 8월말 현재까지 상환된 임대료를 뺀 나머지를 채무액으로 봐야 한다. 또한 민간투자사업으로 건립된 익산예술의전당의 경우 상환기간이 2034년까지이고, 2016년부터 임대료가 지급될 예정이지만, 익산시의 총 채무액을 산출하기 위해 예술의전당 임대료 총액인 470억원을 미리 계상했기에, 이를 제외한 채무액은 2,414억원에 머문다. 아무튼 익산시의 재정상태는 나쁘지 않다. 행정자치부의 2014년도 자치단체 재정진단 결과에서도 익산시의 채무비율은 17.3%로 재정위기 등급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익산시의 채무비율은 3년새 5.7%나 감소했고, 회수 가능한 산업단지 조성사업에 따른 채무가 대종을 이루기 때문에, 악성 채무가 아닐뿐만 아니라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진실이 이같이 명백한데도 시중의 부채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데, 그 원인은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에게 있다. 우선, 지난 지방선거에서 일부 후보들이 이한수 전 시장을 낙선시키는 수단으로 부채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했고, 최초의 허위사실 유포자가 전 행정자치부 지방재정정책관과 지방재정세제국장을 역임한 후보였기에, 그의 파산도시 조장은 공신력이라는 외피를 입고 급속 확산됐다. 그는 지난해 4월 익산시장 예비후보 신분으로, 익산시가 공식 발표한 3,379억원(2013년 말 기준)에 BTL·BTO 운영비 2,973억원(상환기간 도래시까지)과 기타항목 240억원을 포함해 익산시 부채를 6,593억원으로 부풀려 공표했다. 하지만 재정부기 기준에 BTL·BTO의 '운영비'는 부채 계상 항목이 아니다. '임대료' 조차 채무가 아닐 뿐더러 성격상의 부채로 표기할 뿐이다. 공공시설은 시민 복리를 증진하기 위해 비영리 목적으로 설치되고 운영되기 때문이다. 단, 공공의 목적에 필요한 것을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실현하기 때문에 투자비를 장기 할부형식인 '임대 사용료'로 분할해 돌려주는 것이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짐짓 심각한 표정과 어조로 부채를 걱정하면서 익산시 재정파산방지대책본부까지 발족한 것이다. 그의 과거 신분을 내세운 숫자 획책은 급속한 파급력을 보였다. 그러나 이한수 전 시장을 무너뜨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고 그는 새정연 경선에서 낙마했다. 본선에서 이 전 시장과 맞붙은 박경철 후보는, "산단 조성사업비는 생산적 부채"라는 익산시의 해명을 '어불성설', '연목구어'라는 표현으로 부정하며 부채위기론을 부추겨 이한수 후보를 쓰러뜨렸다. 이렇게 허위 부채론이라는 비기(秘器)가 전대미문의 살상력을 보인 가운데, 민선 6기 출범 직후 박 시장은 자신의 취임을 기점으로 익산시의 부채규모를 시의회 개원식에서 밝혔다. 부채는 지방채 1,765억원, 민간투자사업 1,573억원 등 총 3,338억원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산업단지를 분양하면 2년 뒤면 상환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책임론이 일었다. 익산시를 부채공화국으로 매도해 불안을 조장해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사람들과 기업들이 떠나는 도시로 전락시킨 경제·사회적 책임과 당선목적 또는 상대방 낙선목적의 허위사실에 대한 법적 책임론이었다. 당황한 민선 6기 익산시는 기발한 국면 돌파 묘안을 급조해 냈다. 일주일 만에 '재정부담'이라는 새 이름을 단 부채 액수를 발표한 것이다. 부채 3,338억원에 민투사업 운영비 4,111억원과 이자 375억원을 합쳐 익산시의 재정부담 총액은 7,824억원이라는 것이었다. 익산시는 채무나 부채, 재정부담이라는 지시대명사가 재정 부기상 각각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걸 잘 알고 있다. 부채를 부풀리기한 책임론이 일고 있는 마당에, 재정부담이라는 용어가 시민들에게 '부채'라는 다른 대명사로 들릴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모른다면 예산을 다루는 공무원들이 아니다. 그런데도 2013년 7월(3,609억원)과 2014년 4월(3,379억원), 2014년 7월(3,338억원)에 각각 발표한 부채보다 두 배 이상 부풀린 재정부담액을 발표했다. 나아가 익산시는 '재정비상체제 돌입'을 선언하고 부채를 조기 상환하기 위한 긴축재정을 약속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선심성·소모성 예산들은 대폭 증액해 의회의 질타를 초래했다. 사실, '재정부담'이란 행정 용어는 자치단체를 기준으로 볼 때 국가와 광역단체, 자치단체가 공동부담하는 것을 말한다. 중앙정부는 수익자부담원칙을 내세워 갈수록 자치단체의 재정부담율을 높여가고 있는 추세다. 자치단체가 복지예산까지 50% 수준의 재정부담을 하게 된 지도 꽤 되었다. 따라서 재정부담액을 말하자면 익산시가 발표한 7,824억원에다 익산시 예산 총액의 절반인 5,638억원을 합산한 1조3,462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용어는 넓게 해석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낳고 돌이킬 수 없는 불신을 초래한다. 그래서 공무원은 좁은 의미의 해석을 자기를 지키는 황금률로 삼는 것이다. 그러나 익산시 공무원들은 '부채'를 비약적으로 해석해 '재정부담'이라는 용어로 대체했다. 공무원들이 자기를 부정하면서 상황을 호도하고 시민들을 기망한 것이다. 단적으로, 민선 6기 익산시의 박경철 호는 금도를 어기며 선거기간에 야기됐던 '도시 파산 위기론'에 날개를 달아 준 것이다. 선거기간에 허위사실로 유포됐던 부채 규모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박경철에 의해 공식화 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공신력을 존립기반으로 삼는 행정기관이 민선 6기의 정통성 시비를 잠재우기 위해 행정기관이기를 포기하고 사단화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년 5개월 여 동안 익산시의 부채논란은 도시를 혼란에 빠뜨렸고, 오해와 억울한 피해자를 낳았다. 또 그로 인한 부정적인 기류는 지역 내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꺾어버려 지역경제가 날로 침체되고 있다. 특히, 일반산업단지(산단) 분양 길이 막힌 것은 가장 큰 타격이다. 익산시의 주요 채무가 생산기반인 산단 조성으로 발생했고, 채무 변제의 유일한 해법이 산단 분양인데, 기업들이 기피하는 도시로 전락한 것이다. 전국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기업유치 과당경쟁에 뛰어든지 오래이고, 너도나도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을 유인책으로 쓰고 있는 마당에, 평균 인센티브도 지급하지 못할 곧 망한다는 도시를 선택할 기업이 어디있겠는가 말이다. 더구나 박경철 시장은 빚을 갚는다는 미명 아래 소규모 지역 숙원사업 예산들을 편성하지 않아 지역 중소건설업체들은 물론 지역경제에 적잖은 피해를 입혔다. 산단에 입주하겠다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던 업체들이 입주의사를 철회하고, 공장 증설과 고용창출을 약속했던 기존 입주기업들이 고개를 돌려버린 이유다. "비전을 담보한 부채, 상환도 아무 걱정 없다"는 명시적 발표와, 허위사실 유포를 공식 사과하라 당초, 산단은 조성비 회수를 담보하면서, 혁명적 수준의 고용창출과 세수기반 확대라는 100년 성장동력으로 계획됐다. 익산시 채무 가운데 산단조성사업비가 69.9%를 차지하게 된 이유다. 산단의 계획 입지에 기업들이 모두 입주할 경우의 추계를 보면 1만5,000개에 가까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연간 4,300억원 가량의 소득이 창출된다. 하지만 전 고위 공직자와 익산시의 수장이 스스로 도시브랜드를 훼손시켜 산단은 살풍경을 연출하는 휑한 벌판에 불과할 뿐이고, 지역경제는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산단 채무 외에 나머지 채무의 구성비는 공공시설과 관련한 미지급금 등의 부채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공공재화의 효용가치 또는 그로 인해 시민들이 누리는 복리를 돈으로 환산하기는 어렵다. 빗물과 생활 오·폐수를 분리하는 하수도 정비사업은 도시의 악취원을 없애고, 정화조를 폐기해 시민들에게 그만큼의 공간을 제공하면서 분뇨처리비 절감을 안겨줬으며, 하수종말처리장의 부하량을 낮춰 처리비용을 현격하게 절감하게 됐다. 소각장은 익산시가 10년 전에 경험했던 쓰레기 대란의 걱정을 완전히 소각시켰고 국토의 쓰레기장화를 막으면서 가동 중에 발생하는 에너지를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예술의 전당은 문화적 황무지 익산에 질 높은 예술문화 이식을 매개할 교두보다. 모현도서관은 서부권역 신도시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익산시는 최근 채무와 부채를 구분해 재정을 공시했다. 익산시가 외부에 갚아야 할 빚은 1,734억이라는 내용이다. 행정자치부도 익산시의 부채가 걱정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진단 결과를 발표했고, 악성 채무가 아니라는 점도 확인했다. 하지만 이런 진실은 잘 전파되지 않고, 시민들은 여전히 부채위기론에 사로잡혀 있다. 언론사 홈페이지에 넘쳐나는 댓글들이 그것을 방증한다. 부채를 부풀리기한 장본인들의 공식사과와 익산시의 공식발표가 이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무책임하고 비열한 그들의 행태가 도시를 침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익산시의 채무는 익산시의 비전을 담보하며, 시민 복지 증진을 위해 마땅히 쓰여져야 할 곳에 쓰여졌으며, 익산시의 살림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그들이 발표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불안은 공동체를 멸망시키고 희망은 공동체를 번영으로 인도하는데, 그걸 잘 알고 있어야 할 자들, 더구나 지도자를 자처하는 그들이 절망을 부추기고 확대 재생산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