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지청소년사회교육원 익산키퍼트리 이사장 이강래

전북 익산 맥지키퍼트리에서는 4월 10일 49제를 마친 제천의 자립준비생 유예나(27세)의 못 채운 세상의 꿈을 달랬다.
 남아 있는 자들이 무엇부터 시작해야 앞으로는 제2, 제3의 예나가 성년이 되도록 엄마 가슴을 만지지 못하고, 그 단순한 욕망이 사치가 되지 않도록 할까. 차디찬 구들에서 “꼭딱! 한사람만의 따뜻한 손”을 기다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없어질까.
생업을 서둘러 마친 키퍼자원봉사자들은 이날 유콘에 모여서 예나를 기억하는 키퍼데이를 진행하였다.
예나는 숨지기 직전 ‘Don’t think you’re alone’(혼자라고 생각말기)를 들었다. 노래 가사와는 달리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눈사태 난 듯 무너진 맘 추스려 보니 다시 불 꺼진 밤’은 추웠다. 예나가 있는 곳은 너무 추웠다.
예나가 생전 종종 낙서했던 공책에는 ‘Home is wherever I’m with you(너와 함께 있으면 어디든 집이야)’라고 적혀 있었다 한다. 그녀도 역시 ‘꼭딱!! 한사람’을 찾고 있었다. 맞다! ‘꼭딱!! 한사람만’있었어도 예나는 2월 12일 일터로 향했을 것이다.
김명자 카이스트 이사장을 비롯한 석요셉 기쁨나눔재단 신부, 씨튼수녀회의 김희진 수녀 등이 모여서 “자립청소년에게 아침밥을 제공하면 일찍 깨워서 자립 습관을 몸에 배게할 수 있는데 이 예산이 여의치 않다는 걱정과 “22년에 비해 베이비박스에 갓난아이를 놓고 가는 숫자가 23년에 3분의 1로 줄었는데 원인은 현실에 맞지 않는 단발적 법률개정에서 비롯했다”고 한숨을 지었다.
그러면서 “고인이 된 예나와 같은 싸늘한 죽음이 줄어들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를 해서 내년 이맘때부터는 ‘예나추모데이’를 매년 열어서 내 자식이 아니라도 생각이 깨인 사람들이 먼저 나서서 자결의 순간 그들이 그토록 목말라했던 ‘꼭딱!! 한사람’이 되어주자”고 뜻을 모았다고 한다.
5월31일 저녁 개최된 전북 응급 키퍼데이에서도 우리 키퍼(KeePer)부터 나서서 ‘꼭딱 한사람’이 되자고 굳게 결의를 했다.
우선 15회 문화예술부문 유민 창조인상을 수상한 진솔 지휘자도 앞으로 나섰다.  모차르트 레퀴엠 연주회에 한을 안고 세상을 떠난 유예나에 대한 진혼의 예식을 담아내기로 했다. 망연한 자립준비생과 그룹홈의 선생님 그리고 키퍼트리 진혼객과 성직자가 참가한 가운데 예식을 거행하기로 했다.
이는 내년 ‘예나데이’를 앞두고 있는  8천여 자준생(자립준비생)에게는 부푼 소식으로 다가왔다.
기쁨나눔재단의 석요셉 신부는 18세 이후 대학진학 후 시설에 있는 기간이 24세까지 연장되는 추세로 이 기간 동안에 18세까지 시설에서 적용되던 프로그램을 뛰어넘는 대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런 이유로 아이들을 퇴보시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아이들이 18세 시설 퇴소하기 늦어도 1년 전에는 세상에 나갈 도움닫기를 시키는 키퍼트리의 ‘18-1케어’교육프로그램은 시의적절한 대안이라고 실천을 권유하였다.
모두가 지혜를 모아 유민 15회 창조인상 수상자인 진솔 지휘자의 ‘모짜르트 레퀴엠’을 예나 진혼과 더불어 성공리에 마칠 것이다. 1년 뒤에는 중앙일보 화동재단(이사장 홍석현)이 후원하고 맥지키퍼트리가 心부름을 하는 ‘예나데이’가 개최되면 이어지는 성과로 제2, 제3의 예나가 당당하게 세상을 헤엄쳐 가고, 시설을 퇴소한 청년들도 쉽게 “꼭딱!!  한사람”을 가슴으로 만나게 될 것으로 여겨져 마음이 놓인다.
이번에 레퀴엠을 지휘하는 유민 창조인상 문예부문상을 수상한 진솔 지휘자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 대구국제방송교향악단 상임 지휘자, 아르티제&말러리안 예술감독, ㈜플래직 대표이사 겸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tvN 드라마 ‘마에스트라’에 오케스트라 총괄 자문으로 참여한 바 있어 기대를 한몸에 받고 6월 12일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레퀴엠을 2천명이 넘는 애도객이 묵도하는 가운데 숭엄하게 치뤘다. 그리고 내년, 25년의 예나데이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