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홍

대통령 지지율이 30% 이하로 떨어졌다. 호남에서는 한자리수로 떨어졌다. 한국갤럽의 7월 28일 등록 결과에 의하면 호남 지지율 9%(전국 28%)이다. 윤 대통령의 대선 호남득표율이 10% 초반대이니 그에도 못 미치는 수치로 취임 초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벌써 '취임덕'이라 한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인사문제 21%, 경험·자질 부족·무능함 8%, 경제·민생을 살피지 않음 8%, 독단적·일방적 8%, 소통 미흡 6%, 전반적으로 잘못한다 5%, 경찰국 신설 4%, 직무 태도 3%, 여당 갈등과 내부총질 문자메시지 3% 등의 순이었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기자 문답에서 '몇몇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실인사, 인사실패 지적 있다'는 질문을 받고 "그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는 반응을 보여 거센 비판을 받았다. 경험·자질 부족·무능함은 출근길 도어스태핑 과정에서 여과 없이 드러났다. 경찰국 신설 갈등은 전무후무한 정부와 경찰 힘겨루기 상황을 연출했다. 토론도 국민적 합의 과정도 없이 발표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 발표 후 학부모들의 불안과 반발은 커지고 있다.

교육부 장관은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민생경제는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올 하반기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사중고의 고통이다. 치솟는 물가는 하루가 무섭다. 러시아 우크라 전쟁 장기화, 각국의 고금리 긴축정책, 고환율은 치솟는 물가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 산출하는 ‘경제고통지수’가 지난 6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북한의 어투는 매우 거칠어졌다. 내부총질 문자파문으로 여당 내부 갈등에 대통령이 배후라는 의혹이 커졌고, 당권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불신과 갈등, 분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일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데 일을 제대로 하라고 해야 할지, 하는 일마다 사고가 이어지니 아예 일하려고 하지 말라고 해야 할지 난감하다. 이 와중에 지난 7월 27일 윤석열 정부 대통령 직속 1호 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가 출범했다. 위원회는 김한길 전 의원을 위원장으로 민간위원 24명, 정무위원 10명 등 총 35명으로 구성됐다. 국민통합위는 김 위원장 이하 ▲기획 ▲정치·지역 ▲경제·계층 ▲사회·문화 총 4개 분과로 구성됐다. 하림 김흥국회장도 경제계층분과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것이 눈에 띈다. 윤 대통령은 출범식 모두발언에서 “국민통합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이를 책임 있게 실현해야 하는 몫은 바로 새 정부에 있다. 통합은 가치의 공유를 전제로 이뤄진다. 자유, 인권, 법치, 연대라는 보편적 가치가 통합의 밑거름”이라고 했다.

김한길 위원장은 “다수 정부 위원회를 통·폐합하는 중에도 국민통합위가 윤석열 정부 첫 직속위원회로 출범한 것은 국민통합에 대한 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위원회는 앞으로 국민통합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법률과 제도를 개선, 사회 갈등 예방 등에 대해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한다. 국민통합위원회가 조금이라도 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정부 인사실패에 비추어 국민통합위는 상대적으로 각계 참여로 구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난맥상이 커지는 만큼 국회의 역할과 책임이 더 커져야 한다. 특히 압도적 다수당인 민주당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다음 총선까지는 1년 8개월 정도 시간이 있지 않은가? 양극화된 양당제의 폐해인 적대적 공생을 넘어서 국민 통합적인 법제도 개혁을 주도해야 할 역사적 책임이 있다. 불평등, 기후위기, 차별을 방치하고 기득권에 골몰하는 것이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근본 원인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윤대통령은 자유, 인권, 법치, 연대가 국민통합의 밑거름이라고 했다. 사회적 약자의 자유, 인권을 위한 사회적 연대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치가 되어야 국민통합의 길로 가게 될 것이다.

헌법의 국민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는 것이 국민통합의 핵심이다. 지난 22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공권력 투입 직전, 51일 만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무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도크에 스스로 만든 0.3평의 철제 감옥 속에서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한 채 갇혀있던 유최안 부지회장이 밖으로 나왔다. 조선산업의 약 80%가 다단계 하청구조로 이뤄져 있고, 20년차 숙련노동자의 일당이 12만 원에 불과하며 최저임금이 조금 넘는 급여를 받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대통령은 약자 앞에서 법치 얘기만 반복했다. 협상은 타결됐으나 손해배상 청구 문제가 남았다. 파업권을 무력화시키는 사측의 손해배상 가압류 폭탄이다. 헌법 33조 1항의 노동 3권(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은 국민 기본권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노란봉투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을 행사한 이유로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감당하기 어려운 고액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고 재산과 임금을 가압류까지 하면서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수단으로 악용해온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자는 취지이다. 2014년 전후로 쌍용자동차, 철도노조, 한진중공업 노조 등이 쟁의 행위를 벌이다 손배·가압류라는 역풍을 맞았다. 이에 시민사회는 '노란봉투 캠페인'을 벌였다. 47,000여명이 손배가압류 문제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법안으로도 연결됐다. 정치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손배가압류가 가하는 고통은 노동조합의 파괴만이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유발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다.

손배가압류로 노동자 파업을 탄압하는 나라는 OECD 국가 중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헌법에 보장된 ‘파업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며 국회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0) 협약 위반이다. 프랑스는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자체가 금지돼 있고, 영국은 배상의 상한액을 정하고 있다. 국회도 국민통합위원회도 헌법에 규정된 국민기본권을 국제수준에 맞게 온전히 보장하도록 법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의 국민통합에 대한 역행이 국민의 힘으로, 국회의 역할로 멈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