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익현 한의원장

익산 맨발대학설립추진위원

A. 꼭 잠을 자야 할까?

인간에게 수면은 뇌의 피로를 회복하는 방법이다. 뇌는 신체의 정보를 처리하는 중요한 기관으로 몸무게의 2%밖에 안 되지만 우리 몸이 소비하는 전체 에너지의 약 18%를 소비할 정도로 매우 활발하게 활동한다. 그런데 뇌가 쉬지 않고 계속 일하면 오작동을 하여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뇌는 수면을 통해 정기적으로 휴식을 취해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뉴런이라 부르는 약 1,000억 개의 뇌세포로 구성되어있다. 각각의 뇌세포는 수상돌기와 축색돌기들이 밖으로 뻗어 나와 있고, 이들에 의해 수많은 뇌세포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런 뇌세포 간의 연결을 시냅스라고 하는데, 우리 뇌에는 100조 개의 시냅스 연결이 있다. 우리의 눈이나 귀, 촉각 등 감각 기관이 제공하는 정보는 전기 신호로 바뀌어 시냅스 연결을 통해 뇌세포들이 주고받는 구조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우리는 기억을 하고 학습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추측한다. 수면은 이 시냅스의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생활하면서 피로와 주변 환경에 의해 깨진 평형 상태를 원래대로 복구하여 최적화된 상태로 만들려는 과정이다. 우리 몸이 더울 때 땀을 흘리고, 추울 때 몸을 떨어 체온을 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몸은 잠을 통해 시냅스의 최적화를 유지하고 다음 날 뇌의 활동을 준비한다. 아울러, 수면은 뇌의 노폐물과 독소 배출과 관련이 있다. 우리가 깨어 있을 때 증가한 뇌 속 독소와 노폐물은 잠을 잘 때 빠르게 배출된다. 과학자들은 쥐들의 뇌 속에 각각 똑같은 양의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주입한 후 실험을 하였다. (참고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었지만 현재는 아니라는 이론도 있다.) 실험용 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 그룹은 잠을 자게 하였고, 다른 쪽 그룹은 잠을 못 자게 하였다. 그 결과, 잠을 잔 쥐들의 뇌 속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더 빨리 제거되었다고 한다.

B. 수면 중에는 모든 뇌가 쉬는가?

잠을 자는 동안 뇌의 모든 부분이 휴식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잠을 잘 때 주로 휴식을 취하는 부분은 지각이나 사고, 운동 등을 담당하는 대뇌이다. 그렇다고 대뇌가 100% 모두 쉬는 것도 아니다. 깨어 있을 때 많이 사용한 부분일수록 수면 중에 활동량이 적어진다는 의미이다. 또 대뇌와 달리 호흡과 같이 생명 유지를 위한 활동을 하는 뇌간은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쉬지 않는 뇌간이 수면이나 각성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잠잘 때 뇌간은 바깥 정보의 입력을 막거나 몸이 움직이지 않도록 근육으로 보내는 신호를 제한하는 것이다.

C. 잠을 못 자면 어떻게 되나?

1. 면역력 저하로 인한 질병

잠을 자는 동안 인체에 필요한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가장 이상적인 수면 시간은 밤 10시~새벽 5시이다. 이때 호르몬 분비가 활발해지는데 수면 시간이 짧아지면 문제가 생기게 된다. 면역력을 강화시켜주는 필요 성분이 회복되지 않으면 바이러스 등 내외부의 공격을 이겨내는 면역체계가 약해서 감기나 각종 질병에 노출되게 됩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잠자는 시간이 충분한데도 피곤을 느낀다면 본인이 인식하지 못하는 신체적 증상이나 환경적 요인이 있는지 체크 해보는 것이 좋다.

2. 평소보다 떨어지는 기억력

잠은 눈을 감은 상태에서 의식 활동이 휴식을 취하는 상태가 되는데 뇌는 잠을 자는 동안에도 일부분은 쉬지 않고 끊임없이 작동한다. 낮에 입력되었던 정보나 상황들을 정리해 나가는 시간이라 할 수 있는데 잠이 부족하면 뇌가 정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기억력이 저하될 수 있다. 새벽에 공부하면 잘된다는 말이 있듯이 충분한 잠은 뇌에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3. 체중 증가 또는 감소

하루 일과를 보내면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는 숙면을 통해서 많이 해소됩니다. 그러나 불면증이나 잠을 자는 시간이 적을 경우 쌓인 스트레스는 그대로 남게 되고 신진대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식욕을 상승시키는 그렐린이라는 호르몬 수치가 상승 또는 저하시킴으로써 체중이 증가 또는 감소할 수 있다.

4. 신체 기능 저하로 피부노화

수면은 인체와 관련된 모든 것에 관여를 하기때문에 잠이 부족하면 피부에도 안 좋은 영향을 주게 된다. 잠을 통해서 상처나 세포를 치유하는데 잠을 못 자면 피부가 푸석하고 노화가 빨리 된다. 수면 부족한 사람의 얼굴은 삼척동자 알 수 있다.

5. 집중력 저하로 판단력이 흐려짐

잠을 안 자면 집중력 및 신체 기능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평소보다 시력이 떨어지거나 냄새에 대한 감각이 저하되고, 사물이나 상황에 대처 능력과 도덕적 판단도 저하된다.

6. 수면 부족으로 인한 우울감

여러 가지 원인으로 우울증이 유발되는데 그중 하나가 수면부족이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쌓인 피로가 풀리지 않고 남아 있어서 활동에 지장을 주고 심리적으로 예민해 사회적 활동에 장애를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예민한 상태가 지속되면 불안한 심리로 인해서 우울증이 유발될 수 있다.

7. 혈압 상승 및 심장 박동 증가

잠을 못 자거나 수면 시간 부족이 지속되면 혈액순환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수면부족은 혈액순환을 저해시키고 염증 수치를 상승시킨다. 그로 인해서 혈압이 상승 또는 저하되면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하고 심할 경우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8. 신체가 떨리고 통증 유발

얼굴이나 사지의 근육에 경련이 생기고 손발이 저리거나 떨리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C. 그래서 잠을 자야겠는데 못 자면 수면유도제를 써야 하나?

잠 못 드는 자에게 밤은 길고 피곤한 나그네에게 길은 멀다.-법구경-

‘수면유도제’라는 약은 없다.

진료실에서 자주 하는 대화 내용이다.

“수면제는 불면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치료제가 아닙니다. 억지로 잠을 자게 할 뿐입니다.

맨발걷기를 해보세요”

“선생님 저는 수면제는 복용하지 않아요. ‘수면유도제’만 복용해요”

수면유도제란 무엇인가?

수면을 유도하기만 하고 그 이후는 환자의 능력으로 수면을 유지하니 ‘안전한’ 약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환자를 위한 말일 뿐이다.

수면제와 수면유도제 두 가지 약물은 모두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향정신성 전문의약품이다. 그럼 두 약은 어떤 차이점과 특징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자.

첫째, ‘벤조다이아제핀’ 성분으로 만든 ‘수면제’

‘수면제’는 주로 벤조다이아제핀 성분으로 만든 항불안제를 말한다.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는 약물이다. 불안한 마음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형성을 억제해서 불면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항불안 효과를 보이는 향정신성 ‘벤조다이아제핀’ 성분을 복용하면 마음이 안정되고, 체온이 떨어지면서 멜라토닌이 분비돼 수면을 돕는 약리 작용이다.

하지만 벤조다이아제핀 약물은 불안한 마음을 조절해서 수면만 유도하는 것이 아니다. 근육 이완, 경기?발작 예방 등 다양한 작용도 일으켜서, 수면 효과 외에 원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한다. 최근 연구 결과에서 뇌 기능 저하에 따른 기억력 감소 및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둘째, ‘졸피뎀’ 성분으로 만든 ‘수면유도제?’

수면유도제는 ‘졸피뎀’ 성분이다. 벤조다이아제핀 성분의 수면제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보완한 약이다. 선택적으로 수면만 유도한다고 한다. 그 내용인 즉 이렇다. 대개 수면제의 반감기(*복용한 약물이 체내에서 분해되어 약효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간)가 대략 1~12시간 이상으로 다양한데 졸피뎀은 약 2시간으로 지속시간이 짧은 편이기 때문에 수면유도제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엄연한 전문의약품인 향정신성약물이다. 그래서 이 약도 점차 의존성이 있고 잠을 유도하는 약의 기능과 불면증이 충돌하면서 몽유병이나 본인도 모르게 잠결에 음식을 먹는 등 ‘수면 행동장애’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할 약이다.

그럼 무엇을 수면유도제라고 할까?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약을 일컫는 듯하다.

콧물 감기약처럼 항히스타민제는 부작용으로 졸음을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항히스타민을 복용하고 운전을 하면 졸음운전으로 위험할 수 있다.

수면유도제라는 약은 없다.

향정신성 약물이냐 아니냐만 있을 뿐.

다음 호에는 약 없이 불면증을 치료하는 법에 대해 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