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택 Like익산포럼 대표
전라북도가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전북특별자치도로 이름이 바뀐다.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대단한 변화가 생길 것처럼 분위기를 띄우지만, 정작 도민들은 뭐가 어떻게 바뀌는 것인지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이름을 왜 바꾸는 것인지 사전에 설명을 들어본 적도 없다. 그저 정치권에서 이름 바꾸면 좋은 것이라며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고 추진했다. 이름이 바뀐다는 것은 보통의 일이 아닐진대 전북 정치권에서는 그냥 따라오라는 식이다.
1018년 고려 현종 때 전북 전주와 전남 나주의 머릿 글자를 따서 전라도라 칭한 뒤, 1896년 13도제 시행으로 전라북도와 전라남도로 분할되었다. 그로부터 128년 만에 다시 이름이 바뀌는 것이다. 참다운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환영하며 전북에 새로운 변화가 만들어지길 고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런데 이름을 바꾸는 과정에 도민이 빠져있어 첫 출발부터 앙꼬없는 찐빵 같은 느낌이다.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논어 제13편 자로와 공자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제자 자로가 “위나라 임금께서 선생님께 정치를 맡기신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하시겠습니까?” 묻자 공자는 “반드시 이름을 바르게 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공자 사상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정명(正名)’의 출처다. 공자의 답변을 들은 자로가 “어찌 정명을 먼저 이야기 하십니까! 현실과는 먼 말씀이 아니신지요”라고 답답해하며 내뱉자, 공자는 “이름을 바르게 해야 진의가 잘 전달되고, 진의가 통해야 정책이 성사되며, 그런 뒤에 교육문화가 융성하고 형벌이 적절하게 시행되는 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모르게 된다. 군자는 말을 세움에 있어 조금도 소홀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름을 바꾼다는 것, 이름을 바르게 한다는 것은 정치와 행정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제주·세종·강원에 이어 4번째다. 제주는 2006년, 2012년 세종특별시, 2022년 5월 강원특별자치도, 2023년 1월 전북특별자치도법이 통과되었다. 정부 직할로 지위가 격상되고 국무총리 산하 지원과가 설치돼 행·재정적으로 우선 지원을 받게 된다. 전북형 특례 사업을 시행할 경우 정부의 특별지원이 가능하고,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의 별도 계정을 설치해 재정 안정성과 자율성을 확대할 수 있다.
한편 최근 경기, 충북 등 너도나도 특별자치도를 추진하고 있어 실익도 없이 이름만 바꾸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에서는 강원도나 전북도 둘 다 특별자치도 지위 획득을 우선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보강하는 전략을 펴 현재로선 특별한 콘셉트가 없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법이 임의규정이 상당한데다 자치권 보장과 재량이 다소 추상적이어서 실질적으로 어떤 성과로 나타날지 미지수다. 정부의 재정 지원 등이 지자체 간 나눠먹기로 쪼개질 수 있다. 실제로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전체 예산은 2007년 당시 6조7,929억원에서 올해 10조8,535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제주계정은 2007년 3,476억원에서 올해 2,648억원으로 오히려 24% 줄었다.
지방자치에 대한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적 영역이다. 그러나 뚜렷한 정책방향과 목적 없는 정무적 의사결정은 많은 위험성을 내포한다. 전북의 지방자치와 지역발전을 위한 중장기적 그랜드마스터 플랜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제주, 세종, 강원, 전북이 살고 나아가 대한민국 미래가 있을 것이다.
전북은 1945년 광복 당시보다 인구가 줄어든 유일한 지역으로 14개 시·군 중 11개가 소멸 위기 지역이다. 재정자립도와 경제력지수 또한 최하위다. 이는 그간의 지역균형발전 대책이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당 독식의 지역정치와 지방행정이 비판을 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분명한 전환이 필요하다. 어떻게 177만 도민들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담을 것인지 그것이 가장 핵심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전혀 특별한 게 없이 이전 전라북도의 반복재생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2022년 익산시 사회조사 결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월평균 가구소득 200만 원 미만의 저소득층 비율은(100만원 미만 20% 포함) 40.4%로 경제력의 수준이 처참한 수준이다. 전북 타도시들의 사정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광범위한 차원의 민관 거버넌스와 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보장을 통해 전북 도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특화된 전략이 제대로 나오길 바란다. | 
